[청로 이용웅 칼럼]셰익스피어가 가장 존경한 인물과 어느 名士의 죽음

기사입력 2020.07.1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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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선데이뉴스신문=이용웅 칼럼] [“사람이란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두려운 사람도 역시 받들어 모신다. 그러므로 지각 있는 사람은 백성이 자기의 동상을 세우거나 자기에게 어떤 영광을 주기로 가결하거나 그 밖에 무슨 명예를 줄 때는, 자기가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해주었는가를 생각해 보고 진심으로 그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 판단해야 한다. 이와같이 반성함으로써 그들이 참으로 자기를 존경하기 때문에 그러는지 무서워서 그러는지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미워서 이를 갈면서도 마지못해서 존경을 표시하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영국의 文豪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1564~1616)는 희곡을 총 38편, 14행시(소네트) 총 154편 등을 쓴 작가입니다. 셰익스피어 희곡 전집은 1623년 극단 동료의 손을 거쳐 세상에 나왔습니다. 셰익스피어는 생전에 이미 최대의 찬사를 받았고, 죽은 후에도 계속 숭앙의 대상이 되어 거의 신격화되었습니다. 비평가 토머스 칼라일이 "영국은 언젠가 인도를 잃을 것이다. 그러나 셰익스피어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위대한 인류의 유산이었습니다. 그는 '온화한 셰익스피어'라고 불리었지만, 인간에 대한 통찰력만큼은 그 누구에도 비할 수 없었으며, 근대 영어의 잠재력을 끌어내어 시극미(時劇美)의 최고를 창조하였다라고 평가받았습니다.

 

1590년대 초반에 셰익스피어가 집필한 <타이터스 안드로니커스>, <헨리 6세>, <리처드 3세> 등이 런던의 무대에서 상연되었습니다. 특히 <헨리 6세>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악의에 찬 비난도 없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대학도 안 나온 작가' 셰익스피어의 작품의 유명세는 날로 높아져만 갔습니다. 1623년 벤 존슨은 그리스와 로마의 극작가와 견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셰익스피어뿐이라고 호평하며, 그는 “어느 한 시대의 사람이 아니라, 모든 시대의 사람”이라고 극찬했습니다. 1668년 존 드라이든은 셰익스피어를 “가장 크고 포괄적인 영혼”이라고 찬사를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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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영국의 시인·극작가

 

셰익스피어의 명성을 짐작케 하는 말로는 엘리자베스가 남긴 어록이 꼽힙니다. "영국은 넘길 수 있어도 셰익스피어는 못 넘긴다."라고 했습니다. 그는 영국이 낳은 국민 시인이며 현재까지 가장 뛰어난 극작가로 손꼽힙니다. 그의 희곡은 오늘날에도 세계 여러 나라에서 그토록 자주 작품이 공연되는 작가는 없습니다. 동료 극작가 벤 존슨은 셰익스피어를 일컬어 "한 시대가 아닌 만세를 위한" 작가라고 말했습니다. 뛰어난 시적 상상력, 인간성의 안팎을 넓고 깊게 꿰뚫어 보는 통찰력, 놀랄 만큼 풍부한 언어의 구사, 매우 다양한 무대형상화 솜씨 등에서 그를 따를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그런 세기의 명사가 가장 존경한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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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영국의 시인·극작가

 

‘4대 비극’과 ‘5대 희극’을 쓴 大家 셰익스피어가 가장 존경한 사람은 바로 친구 집에서 일하는 하인이었습니다. 어느 날 셰익스피어가 오랜만에 친구 집을 방문했는데 미리 연락을 주지 못해 친구가 집에 없었습니다. 마침 집에 있던 하인이 곧 오실 거라며 집 안으로 안내했습니다. 기다리는 셰익스피어를 위해 하인은 따뜻한 홍차와 가볍게 읽을만한 책을 쟁반에 담아왔습니다. 책까지 담아다 준 하인의 배려에 셰익스피어는 감동했고 하인은 다시 부엌으로 들어갔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친구가 돌아오지 않자 셰익스피어는 차나 한 잔 더 마시려고 부엌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눈앞의 광경에 그는 매우 놀랐습니다. 아무도 없는 부엌에서 그 하인이 양탄자 밑을 청소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양탄자 밑은 들추지 않는 이상 더러움이 보이지 않아 청소할 필요가 없는 곳입니다. 주인과 동료들이 아무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하인은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고 있던 것입니다. 너무나 큰 감동을 받은 셰익스피어는 이후로 사람들에게 성공의 비결과 영향력을 받은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혼자 있을 때도 누가 지켜볼 때와 같이 아무런 변화가 없는 사람, 바로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하든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이자 내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입니다.”

 

존경하는 사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존경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한반도의 경우는 ‘세종’ 임금 혹은 ‘이순신’ 장군 등을 존경한다고들 합니다. 북녘땅에서 독재자 ‘김일성’을 한 사람 정도는 ‘존경’한다고 하지 않을까요? 그럼 살아있는 사람 중에서는? 정치가 중에서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정치인 중의 하나인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이 2020년 7월 9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는 2011년부터 그날까지 수도 서울의 首長이었으니 당연히 그를 존경하는 시민은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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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박원순 전 서울특별시장의 유서.

 

2020년 7월 9일 사망한 수장의 장례는 5일장으로 7월 13일에 발인이 있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는 이제 아무 죄가 없습니다. 그가 사망함에 따라 그에 대한 성추행 고소 사건은 피의자의 사망에 따라 검찰사건사무규칙 제69조에 의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되었습니다. 7월 8일 그의 전직 여비서가 “박원순으로부터 2016년부터 최근까지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며 고소장을 접수했는데, 그는 아무 말 없이 저승으로 떠났습니다. 조문객 중에는 그를 ‘존경하는 사람’이라고 하는 시민도 있을 겁니다. ‘존경(尊敬)’의 뜻은 “우러러 받듦”입니다. 

 

가장 현명한 사람은 늘 배우려고 노력하는 사람이고, 가장 훌륭한 정치가는 떠나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이 되면 하던 일 후배에게 맡기고 미련 없이 떠나는 사람이며, 가장 겸손한 사람은 개구리 되어서도 올챙이 시절을 잊지 않는 사람입니다. ‘박원순’은? 가장 훌륭한 삶을 산 사람은 살아있을 때보다 죽었을 때 이름이 빛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는?

 

마음을 비우고 보는 세상! 조금만 마음을 비우면 새털구름 만큼이나 포근하고 매미 울음소리 만큼이나 시원할 터,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욕심을 비워내면 살아 볼만한 세상입니다. 투명한 햇살을 가슴에 퍼 담으면 세상이 환해 보이고, 잔잔한 작은 미소 얼굴에 피우면 오늘 하루도 즐거워지는 것을! 마음을 비우면 자연이 우리에게 전하는 속삭임들이 들릴 것입니다. 마음을 비우고 바라보는 세상! ‘존경받는 사람’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마음을 비우면 세상이 훨씬 넓어 보이고 편하고 아름답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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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魯 李龍雄/ 석좌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선데이뉴스신문/상임고문/
한반도문화예술연구소 대표/

 

[이용웅 기자 dprk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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