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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앞바다에서 “짜장면 시키신 분!”을 외치며 손님을 찾는 배달원이 나오는 SKT의 광고를 기억하는가? 그 중심에는 한국의 배달 서비스가 있었다. 중화요리 배달 서비스는 ‘철가방’이라 불리며 국민에게 가장 익숙한 배달 서비스로 각인돼 있다. 그리고 이제 한국의 배달 업계는 디지털 플랫폼 사업과 함께 새롭게 진화 중이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배달업계는 뜻밖의 대호황을 맞았다. 팬데믹에도 멈추지 않는 배달 오토바이의 엔진소리는 대한민국이 진정한 배달 강국임을 보여준다.
벼룩시장구인구직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자사 사이트에 개제된 채용공고를 분석한 결과,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업종은 운전‧배달이었다. 이는 전체 구인 공고의 45.4%에 달한다. 또한 배달 건수는 작년 대비 동일기간 10,3% 증가했다. 코로나 이후 배달 주문이 그만큼 늘었다는 말이다.
배달은 더 이상 특별한 날 짜장면이나 치킨을 먹기 위해 사용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우리의 편리함과 스타일을 책임지는 모든 국민의 만능 연결고리가 됐다.
▲배달과 편리미엄(편리함+프리미엄)의 만남, “나한테 딱 맞춰줘“ 더 세심해지는 배달 서비스
지난 11월 출범한 배달의 민족 ‘B마트’는 ‘초소량 번쩍배달’이라는 컨셉으로 큰 성장을 이루며, 출범 6개월 만에 운영지점이 2배 증가했다. B마트는 1~2인 가구를 대상으로 틈새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B마트의 강점은 3000여종에 달하는 소량의 품목을 빠르게 골목 구석까지 배달해주는 데 있다. 배달은 식품 외 생필품, 화장품, 모기약, 염색약, 와인 오프너, 냉동식품 등 모든 품목이 가능하다. 코로나19 여파와 함께 세심하고 편리한 배달 서비스가 각광받는 것이다.
우아한형제들(배달의 민족 운영기업)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서비스를 시작해 아직 초기 단계"라며 “한꺼번에 장을 많이 보는 것 보다 소포장, 소량 제품을 집으로 배달받기 원하는 1인 가구들의 편의성을 높이는 틈새 서비스로 자리잡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번 서비스를 위해 GS25는 3개월 동안 테스트를 거쳐 보냉백과 물로 만든 친환경 아이스팩을 개발했다. 주문은 배달앱 요기요와 카카오톡으로 가능하다. GS25는 1000여점을 시작으로 전 점포로 배달 서비스를 확대해 갈 예정이다. 배달 가능 아이스크림은 자사가 선정한 프리미엄 상품들이다.
경쟁사인 CU도 작년 4월 배달앱 ‘요기요’와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CU는 전국 5000여 점포를 운영하며 주요 도심 지역에 24시간 배달 서비스를 중이다. CU가 주력하는 배달 상품은 1인 가구들을 위한 맞춤형 세트다. 해당 세트는 제주 흑돼지 비빔밥과 자체브랜드(PB) '헤이루' 속초홍게라면, 델라페 식혜로 구성돼 이벤트 기간 5000개 이상 팔렸다. 같은 기간 배달 건수도 전월 대비 88.6%가 늘었다.
프리미엄과 편리함이 합쳐진 ‘편리미엄’이 소비의 핵심이 되면서, 동시에 배달 서비스까지 더해졌다. 편리미엄은 프리미엄과 편리함이 합성어로 ‘바쁜 현대인에게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의 성과를 내게 해주는 것을 뜻한다.
김난도(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 작가는 이에 대해 “많은 노동력을 투입하기 어려운 1인가구, 시간에 쫓기는 맞벌이 부부 등이 주된 소비층으로 부상하면서 자연스럽게 ‘편리미엄’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며 “(이들은) 시간을 아끼고 편의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는 현대인들의 일상이 소비트렌드를 바꾸고 있는 셈이다”고 강조했다.
▲취향까지 책임지는 정기 스트리밍(구독) 배달 서비스
배달과 스트리밍의 만남도 눈여겨 볼만하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이제 음악 감상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소비자들은 애용하는 상품을 주기적으로 배달받아 사용하는 ‘배달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한다.
(사진=면도기 정기 구독 서비스를 운영중인 와이즐리)
면도기 브랜드 와이즐리는 면도기 구독 서비스로 소비자들을 만난다. 고객이 원하는 주기에 맞춰 면도날과 면도용품을 정기적으로 배송해준다. 와이즐리 관계자는 “거대한 면도기 시장의 독과점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유통단계를 줄이고 가격 거품을 뺐다”고 강조했다. 유통과정을 줄이고 바로 고객에게 배달해주는 D2C(Direct to Customer) 전략을 택했다.
기존에 고가의 가격을 주고 직접 면도기 브랜드를 구매해야 했던 남성들은 이제 집에서 편하고 프리미엄 면도기를 받아서 사용한다. 원할 때는 언제든지 클릭 몇 번으로 구독을 중지할 수 있다. 오픈 서베이의 ‘남성 그루밍 트렌드 리포트 2020’에 따르면, 와이즐리의 이용률은 (2019년 1월 기준) 6%, 특히 20대의 이용율은 1위에 등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