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서울 도심서 캥거루 집단 출몰… 알고 보니 캥거루족 “이유는?”

新 캥거루족… 경제적‧물리적 어려움에 가려진 '무언가'가 있다
기사입력 2020.07.22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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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신문=곽중희 기자] 

 

지난 몇 년간 서울 주요 도심에 캥거루들의 집단 출몰이 늘어나고 있다. 핫뉴스인가? 아니다. 이는 가짜뉴스를 빙자한 진짜뉴스이다. 최근 경제 불황과 함께 소위 ‘캥거루족’이라 불리는 이들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에 대한 기자의 농담(弄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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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캡처)

 

벼룩시장구인구직(20~40대 성인남녀 1599명 대상)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1.3%가 본인은 ‘캥거루족’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캥거루족은 성인이 됐음에도 부모에게 경제적‧정신적으로 의존하는 이들을 의미한다. 


이들이 자신을 캥거루족이라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의존’ 때문이다. 조사 응답자의 42.5%가 ‘경제적 부분 의존’ 때문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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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벼룩시장구인구직 캡처)

 

한 가지 특이점은 상대적으로 사회 초년생이 많은 20, 30대 뿐 아니라, 40대 중에도 자신을 캥거루족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보통 40대가 되면 경제적인 안정을 찾게 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것이다. 


캥거루족에 대한 인식은 ‘요즘 같은 불경기에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는 답변이 35%로 가장 높았다. 상대적으로 ‘자기 삶에 대한 의지나 책임감이 없어 보인다’‘무능력해 보인다’ 등의 답변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는 ‘캥거루족’ 현상이 익숙해지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 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최근에는 취업 후에도 부모님으로부터 물리적·경제적으로 독립하지 않으려는 청년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박지은(25, 여)씨는 작년 8월 취업에 성공해 경제활동을 시작했으나 독립하지 않고 여전히 부모님과 함께 산다. 그는 “가족들과 함께 살면 식비 등 각종 생활비 걱정도 덜 수 있고 심리적으로도 편안하다”며 “비혼주의자이기 때문에 평생 부모님과 함께 살 예정”이라고 했다.


이는 실제로 경제적‧물리적 독립을 할 수 있으나 자발적으로 ‘캥거루족’을 선택하는 경우다. 이들의 대부분은 독립을 하지 않는 이유로 생활비 절감과‧심리적 안정을 꼽는다. 


직장인 김(26, 남)씨는 “독립을 하면 월급의 대부분이 생활비로 지출될 것 같다”며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저축에 집중하고 있다”며 “또한 부모님과 함께 살면 든든한 마음도 들고 효도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캥거루족… 경제적‧물리적 어려움에 가려진 '무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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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 투데이 출처)

 

물론 캥거루족의 등장이 경제적‧물리적 어려움 때문이라고는 하나, 단순히 거기에 국한됐다고 볼 수는 없다. 


프리랜서 임씨는 “젊은 나이에 물리적‧경제적 어려움이 없을 수는 없다”며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은 본인의 의지와 선택이겠지만, 독립을 원한다면 이런저런 노력을 하는 것도 본인의 선택이다”고 답했다. 

 

이어 “나의 경우는 주거비를 아끼기 위해 룸메이트 2명과 함께 셰어하우스에서 지내고, 식비 절감을 위해 저녁을 집에서 같이 해 먹는다”며 “정말 독립을 꿈꾸고 싶다면 본인의 의지와 노력과 절제 등이 필요하다고 본다. 당장의 현실에만 시선을 두면 부모님께 손을 벌리는 방법 밖에는 없으니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캥거루족’을 바라보는 여러 시선이 있다. 부모와 자녀 세대가 서로 만족할 수 있는 안정된 주거와 육아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환경에 초점을 맞춘 주장, 다른 하나는 자녀세대가 스스로 체험하고 도전해서 성장할 수 있게 교육하고, 당장은 힘들더라도 부모세대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게 내버려 둬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성하 경기연구원은 ‘新(신) 캥거루족의 두 얼굴, 우려와 기대'(경기연구원, 2016)’라는 논문에서 “부모-자녀 부부 세대 간 갈등을 해소하고 각자의 필요 부분을 충족시킨다면 세대 간 상생하는 새로운 가족문화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삼철(삼건물류 대표) 수필가는 “어릴 때 부모의 손길이 덜 미쳤던 나와 여동생이 형제 중 생활력이 강하다”며 “누가 챙겨주지 않으면 스스로 길을 모색하게 되어 있다. 그게 성장하면서 경쟁력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정말로 꽃길을 걷게 하고 싶다면 눈보라 치는 거리로도 내몰 줄 알아야 한다. 자녀에게는 춘풍과 같은 사랑도 중요하지만 추상같은 엄격함도 필요하다”고 했다. 


뼈저린 현실 속에서 탄생한 수많은 캥거루족들, 그 속에서 우리가 바라봐야 할 것은 무엇일까. 갑자기 얼마 전 유대인의 교육 관련 책에서 읽었던 대목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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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들어주고, 인내하고, 기다리는 유대인 부모처럼', 장화용 작가)

 

‘들어주고, 인내하고, 기다리는 유대인 부모처럼’의 저자 장화용 작가는 “유대인 부모들은 아이가 실수하거나 실패해도 나무라지 않고 오히려 ‘마잘톱(축하한다)’이라는 말로 격려해준다. 유대인들은 아이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기 때문에 실패의 경험도 필요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실패와 좌절을 겪는 것도 자녀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라 여기는 것이다. 자녀들이 실패를 딛고 일어났을 때 맛볼 성취감이 삶에 밑거름이 된다는 것을, 그들은 온몸으로 체험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한국사회의 수많은 부모와 자녀들에게 ‘실패’와 ‘불안정’은 추호도 겪기 싫은 적신호다. 하지만 적신호 없이는 주변의 차들을 둘러 볼 수도, 잠시 멈춰 자신의 가야할 길을 볼 수도, 그리고 도로의 흘러가는 구조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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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캥거루 관련 네이버 지식백과 캡처)

 

천재학습백과에 따르면, 캥거루는 충분히 자라지 못하고 나은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30~40일 아기 주머니에서 키우며 젖을 먹이지만, 새끼가 완전히 자라고 나면 혼자서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점프 연습을 시킨다. 


왜 우리는 캥거루족이 됐는가. 캥거루족이 맞기는 한가? 곰곰이 다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곽중희 기자 rhkrwndgm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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