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기자의 K-수첩] ‘자살’ 숨겨 ‘마음’ 감추는 세상은 만들지 말자

자살문제, 무조건 덮어 놓고만 볼 일인가… ‘마음’ 열어보고 ‘상담’해 나가야
기사입력 2020.07.24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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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은 안타까운 선택... OECD국가 자살률 1위, 우울 때문에?  

자살문제, 무조건 덮어 놓고만 볼 일인가… ‘마음’ 열어보고 ‘상담’해 나가야  

사회적 낙인 부추기는 표면적 대책보다 ‘생활 속 상담’과 ‘격 없는 관심’ 필요해

 

[곽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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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캡처)

 

비가 억수같이 내리던 지난 20일, 고향에서 전화 한통을 받았다. 어머니가 동네에서 알고 지내던 한 지인분이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다. 사인은 ‘우울증’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안면이 없는 분이었지만 가슴이 푹 꺾인 듯 상실감이 들었다.  

 

 

▲끊이지 않은 안타까운 선택... OECD국가 자살률 1위, 우울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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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유서, 연합뉴스 캡처)

 

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세상을 떠난 후 두 번째로 맞는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지나친 감정이입일지 모르지만, 어떤 이유라도 누군가의 생명이 끊어졌다는 소식을 들으면 가슴이 미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코로나 블루(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우울증)’ 관련 기사를 많이 접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우울감이 극에 달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실제 코로나19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대구·경북 지역은 65.3%의 시민이 코로나 블루를 경험했다는 자료도 있었다.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자살예방을 위한 SNS 활용 상담 강화방안' 정책 세미나.jpg

(사진=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자살예방을 위한 SNS 활용 상담 강화방안' 정책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백종우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은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전국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자가격리자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상담건수가 30만건을 훌쩍 넘겼는데 이는 코로나19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청소년과 청소년층의 접근을 위해 SNS 상담의 역할이 매우 크다는 것을 고려해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우울감은, 그저 감정에서 그치고 해소가 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감정이 깊어져 부정적 생각과 무기력으로 이어지면 안타까운 선택으로 번질 수 있다. 


사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우리나라는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OECD국가 내 자살률 1~2위를 유지해 왔다. OECD공식데이터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3명으로 집계돼 가입국 중 1위였다. 남성은 37.4%로 2위, 여성은 14.1%로 1위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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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자살률 관련 통계, OECD data ·통계청 캡처)

 

자살문제 해결을 위해 문재인 정부는 집권 당시 ▲생명존중 문화 확산을 국정과제로 지정 ▲자살 사망자에 대한 과학적 분석으로 사전예방 ▲지역 사회 자살예방 게이트키퍼 100만명 양성 ▲자살 고위험군에 대한 빈틈없는 지원체계 구축 등의 정책 등을 내놓았지만, 아직까지 큰 성과는 보이지 않고 있다. 더군다나 여당 소속의 정치인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소식에 해당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 지조차도 의문이 든다. 정부는 정말 자살문제에 대해 ‘심각성’을 가지고 해결할 의지가 있는 것인가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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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자살률 관련 내용을 다른 유튜브 방송 캡처)

 


▲자살문제, 무조건 덮어 놓고만 볼 일인가… ‘마음’ 열어보고 ‘상담’해 나가야  


자살문제의 표면에는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전염병으로 인한 대재앙)나 외부 환경의 요인이 보이지만, 그 내막에는 심리적·소외감 등 더 이상 살 의지를 잃어버린 마음의 아픔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앞서 백 센터장은 자살예방을 위해 ‘상담(相談)’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비대면 시대에 맞춰 SNS 상담을 강조했지만, 도구를 떠나 핵심은 ‘상담’ 자체에 있다. 상담은 두 사람이 서로 앉아 대화를 통해 마음을 나누는 것을 뜻한다. 상담을 통해 상대와 나 자신이 가진 내면의 어려움을 알아보고 그 속에 있는 짐을 털어놓고 가볍게 만들어, 지고 있던 마음의 무게를 덜고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게 핵심이다. 자살 문제에 있어 정부와 개

인이 초점을 둬야 할 곳은 외적인 환경이 아니라 마음의 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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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 '자살의 심리학', 다카하시 요시모토


‘자살의 심리학’의 저자인 다카하시 요시모토(일본 보에이 의과대 교수)는 “자살 위험성이 높았던 사람들 중에서 죽겠다는 의지가 100%였던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며 “자살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원인 중 하나는 자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자체를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라고 반문한다.


이어 그는 “‘자살을 화제로 올리는 것은 오히려 자살 위험을 높인다’는 인식이 팽배해있기 때문”이라며 “금부터라도 사회적으로 자살을 직시해야 한다. 자살에 대해 일반인들이 갖고 있는 오해를 푸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자살한 사람의 80~90%는 실제로 자살하기 전에 어떤 식으로든 타인에게 신호를 보내거나 자살하겠다는 의사을 확실하게 밝힌다”며 “‘도와달라는 외침’을 제대로 듣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자살에 대한 언급조차 금기시 하는 사회 속에서, 이미 병든 마음을 지니고 어디를 갈 수 있겠는가. 자살을 그냥 ‘악’으로 치부 해버리거나 ‘정신이 이상해서 그렇다’ ‘미친 사람이다’ 등 낙인을 찍는 것은 그 마음을 더욱 병들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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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차도로스 그리스 NGO 대표)

 

카차도로스 그리스 비영리시민단체(NGO) '클리마카(KLIMAKA)'의 키리아코스 대표는 "우리 단체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경제 수준이 높음에도 자살률이 높고 특히 아동 자살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한국 사회에서 정신질환을 앓고 있거나 자살을 시도한 이들에게 부정적 낙인을 찍는 문화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지점에서 문제 해결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리스에서는 자살을 시도한 이보다 자살을 막지 못한 사회에 책임을 묻는다. 어떤 사람이 자살을 시도하기까지는 여러 징후를 나타내는데 가족, 친척, 이웃 등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이를 막아내지 못한 셈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회적 낙인 부축이는 표면적 대책보다 ‘생활 속 상담’과 ‘격 없는 관심’ 필요해

 

이탈리아 주요 정신보건 정책 및 효과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jpg

(사진=이탈리아 정신보건센터 관련 내용,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출처)

 

이탈리아의 경우, 40년 전부터 정신병원을 없애고 지역 사회 내에서 지역사회에서 치료와 재활을 받도록 하고 있다. 문화 활동과 일자리를 연계해 사회적 교류와 자립 또한 돕는다. 그 결과, 실제 환자들이 호전돼 자립하면서 자살을 포함한 정신질환 관련 사건‧사고가 크게 줄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사회적 낙인을 없애고 조현병 환자 또한 같은 사회 구성원임을 강조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국가와 사회가 환자를 도와 사회구성원들과 함께 스스로 자신의 마음에 대해 들여다보고 다시 삶의 이유를 찾을 수 있게 도운 것이다. 


누군가 자살을 언급했다면, 무조건 “잘못됐다, 다시 생각해봐라, 자살은 죄다, 부모님을 생각해라”등의 감정적인 충고와 성급한 판단보다는, 상대가 왜 자살을 생각하게 됐는지 곰곰이 들어보고 충분히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스스로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게 질문하고, 그 짐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게 옆에서 기다려주고 함께 생활해 나가야 한다. 


코로나19든 자살이든 언제까지 ‘격리와 낙인’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백신이 필요하다. 코로나19의 백신은 온 세계가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 가고 있다. 그럼 자살에 대한 백신은 무엇인가? 우리 모두가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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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마포대교 '생명의 다리'에 설치된 자살방지 문구들, 연합뉴스 캡처)

 

기자로서 이렇게 ‘자살’ 관련 내용을 다루는 것이 썩 유쾌하지는 않다. 언론이 쓴 작은 글 하나가 세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밝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 사회의 현실을 직시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자는 한국기자협회의 ‘자살보도권고기준’을 따라 기사를 작성하려고 노력했다. 개인적으로는 해당 기준이 과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많은 언론인들의 고심이 담겼다고 판단했기에 참조했다. 


우리 모두가 ‘나 자신’과 ‘타인’의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 지 깨닫고 서로의 생명을 지켜나갈 수 있게 도울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에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곽중희 기자 rhkrwndgm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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