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로 이용웅 칼럼] ‘소와 사자의 이야기’와 易地思之, 정치인의 配慮

기사입력 2020.08.08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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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회의사당-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대로1.

 

[선데이뉴스신문=이용웅 칼럼] 소와 사자가 있었습니다. 둘은 죽도록 사랑을 하였고 결혼해서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둘은 최선을 다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소는 최선을 다해서 맛있는 풀을 날마다 사자에게 대접했습니다. 사자는 싫었지만 참았습니다. 사자도 최선을 다해서 맛있는 살코기를 날마다 소에게 대접했습니다. 소도 괴로웠지만 참았습니다. 하지만 참는 것도 한계가 있어 더 이상은 참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둘은 마주 앉아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를 잘못 풀어놓으면 커다란 사건이 되듯이, 소와 사자는 심하게 다투었고 끝내는 헤어지고 말았습니다. 헤어지고 나서 서로가 서로에게 하는 말은“ 나는 최선을 다했어” 였습니다. 소는 소의 눈으로만 세상을 보고, 사자도 사자의 눈으로만 세상을 보면, 그들의 세상은 혼자 사는 무인도일 뿐입니다. ‘소의 세상’, ‘사자의 세상’일 뿐입니다.

 

누군가는 ‘소와 사자’의 이야기를 하면서 “역지사지(易地思之)”를 얘기했습니다. [易 : 바꿀 역 / 地 : 땅 지 / 思 : 생각할 사 / 之 : 갈지// ‘처지(處地)를 바꾸어서 그것을 생각하라’로, 다른 사람의 입장(立場)에서 헤아려보라는 말]- 이 말은 [맹자(孟子) 제8편] 이루 하(離婁 下) 29章에 나오는 아래 문장; "禹稷顔子 易地則皆然 聖賢之心 無所偏倚 隨感而應 各盡其道 故 使禹稷 居顔子之地 則亦能樂顔子之樂 使顔子 居禹稷之任 亦能憂禹稷之憂也" / 易地則皆然에서 유래한 것으로 사료됩니다. 즉 뜻을 옮기면; 역지즉개연(易地則皆然)는 '처지(處地)를 바꾼다 해도 하는 것이 서로 같다' 입니다.

 

공자의 제자인 안회(顔回)는, 누추한 골목 안에 살면서 한 그릇의 밥, 한 표주박의 물만으로도 만족하며 자신이 선택한 길을 즐겁게 걸었습니다. 또 상고시대의 성인으로 추앙받는 하우(夏禹)는 세상 사람들 중에 물에 빠진 이가 있으면 자기가 치수(治水)를 잘못하여 그렇다며 스스로를 탓했고, 후직(后稷)은 천하에 굶주리는 사람이 있으면 자신이 일을 잘못하여 그들을 배고프게 했다면서 자책했습니다.

 

어원은 <맹자(孟子)>의 ‘이루편(離婁編)’ 상(上)에 나오는 ‘역지즉개연(易地則皆然)’이라는 표현에서 비롯된 말로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라는 뜻! 무슨 일이든 자기에게 이롭게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것을 뜻하는 ‘아전인수(我田引水)’와는 대립된 의미로 쓰입니다. 걸핏하면 실수를 저질러 남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장삼이사(張三李四)’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역지사지’는 그런 그들에게 던지는 경고요 가르침이 아닐까요. ‘장삼이사’는 ‘장씨의 셋째 아들과 이씨의 넷째 아들이라는 뜻으로, 이름이나 신분을 알 수 없는 평범한 사람들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조선조 숙종(肅宗) 때, 칠원 현감을 지낸 주의식(朱義植)은, 말하기의 어려움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말하면 잡류라 하고 말 안하면 어리다 하네.” 그렇다면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요. 역지사지란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이해를 전제로 합니다. 상대의 표면만을 볼 게 아니라 그 사람의 내면까지도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똑같을 수는 없지만 비슷한 경험이라도 해보아야 제대로 된 평가를 내릴 수 있다는 말입니다. 타인에 대한 배려!

 

누군가는 ’나의 자유가 소중하듯이 남의 자유도 나의 자유와 똑같이 존중해 주는 사람, 남이 실수를 저질렀을 때 자기 자신이 실수를 저질렀을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그 실수를 감싸 안는 사람, 나의 사랑이 소중하고 아름답듯이 그것이 아무리 보잘것없이 작은 것이라 할지라도 타인의 사랑 또한 아름답고 값진 것임을 잘 알고 있는 사람, 기나긴 인생길 결승점에 일등으로 도달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억누르기 보다는 비록 조금 더디 갈지라도 힘들어하는 이의 손을 잡아 당겨주며 함께 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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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회에서 열린 제380회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2020년 8월4일.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은 이렇게 배려할 줄 아는 사람들이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란 “국회의 구성원이며, 유권자를 대표하여 입법을 담당하고 국정을 감시”하는 사람입니다. 그들이 ‘백성’을 대표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보다도 ‘배려’를 잘 해야만 자격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국회의원’들은 ‘배려’를 잘하는 지도자일까요? 좁게 21대 국회를 보면, 국민들을 배려하는 의원은 별로 없다는 것이 衆論입니다. 한 極端論者는 ‘配慮’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도 있나 보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易地思之’는?

 

‘역지사지’와 걸맞는 속담으론 "자식 길러봐야 부모 사랑을 안다"가 있습니다. 반대말에 적당한 것이 '아전인수'(我田引水) 입니다. ‘자기 논에 물 댄다는 뜻으로, 무슨 일을 자기에게 이롭게 되도록 생각하거나 행동함을 이르는 말’입니다. 남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무조건 자신에게 유리하게끔 하는 상황을 비유하는 말입니다. ‘역지사지’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는 말입니다. 하지만 의미대로 행동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어떤 일이든 자기에게 이롭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입니다. 我田引水!

 

아전인수! 2020년 유월, 여야(與野)가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을 두고 대립했었습니다. 절대 다수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갖겠다는 입장이었고, 미래통합당은 이에 반발하면서 양측 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었습니다. 결국 모든 자리는 여당 몫! 모두가 아전인수격! 모두가 ‘역지사지’는 모르는 듯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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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드라마에 등장했던 애완견- 사진 조선중앙TV

 

2020년 8월 2일, 북한이 내부 기강 잡기에 나선 가운데 최근 평양에서 애완견을 기르는 행위를 '자본주의 요소'로 규정하고 강력 단속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날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首長 김정은은 2020년 7월 "나라가 어려운데 평양 시민들 속에서 애완견을 기르는 것은 부르조아 사상에 물든 행위, 자본주의 요소의 한 부분"이라며, '애완견 금지령'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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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평양단고기집-평양시 락랑구역 통일거리.

 

이 소식통은 "김정은의 한마디에 최근 평양에서는 인민반별로 애완견 키우는 집들을 모두 파악해 스스로 바치게 하거나 강제로 잡아다 처분하고 있다"며 "애완견 가운데 일부는 중앙동물원에 보내고 일부는 단고기(보신탕)집에 팔아 넘기거나 잡아먹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엉뚱한 결론 같지만, 김정은은 백성들을 폭정 속에서 시달리게 하는, 易地思之나 配慮를 아예 모르는 독재자! 애완견을 단고기집에 팔아도 되는 나라의 首長! 부끄러운(?) 靈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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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魯 李龍雄/ 석좌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선데이뉴스신문/상임고문/
한반도문화예술연구소 대표/

 

[이용웅 기자 dprk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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