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고스트'

영원한 사랑은 있다
기사입력 2020.10.26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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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신문= 김종권 기자]     일회성 만남이 판을 치는 세상이다. 쉽게 만나고, 바로 헤어진다. 초단위로 변하는 세상이라 앞으로 더 심해질 듯하다. 내가 10대 시절이었던 1990년대(어르신들은 더 하겠지만)와 비교하면 세대 차이를 많이 느낀다. 코로나19로 주말엔 집에 있게 되면서 케이블 TV나 유튜브(그냥 영어, 중국어 자막으로 본다)로 90년대 미국, 홍콩 영화를 보는 게 즐거움이 됐다. 

 

90년대 봤던 영화 중 미국 영화는 '사랑과 영혼'(24일 관람한 뮤지컬 '고스트'...사랑과 영혼은 영화사에서 제목 잘 지은 듯), 홍콩 영화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배우 劉德華(유덕화..리오더화) 나왔던 天長地久(원제는 천약유정... 영원한 사랑이란 뜻)가 기억에 남는다. 그 당시 집이 가난해 VTR 없어 친구네 집에서 비디오 테이프로 봤었다. 두 영화 모두 내가 좋아하는 사랑 이야기라 30년이 된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다. 그런 점에서 24일 관람한 뮤지컬 '고스트'는 나랑 아주 잘 맞는 작품이었다. 

 

뮤지컬 '고스트'는 영화랑 서사가 거의 같다. 다만 볼거리가 아주 많고, 무대가 화려하다. 여기에 배우들 절절한 노래와 연기(특히 주술사 박준면 즉흥 연기가 무대를 휘어잡는다), 모든 세대를 사로잡는 사랑 이야기가 가슴을 파고든다. 2013년 초연 때도 봤었지만 두 번째 보니 더 새롭게 다가왔다. 아직 미혼이라 그런지 사랑 이야기가 좋고 슬프다. 특히 슬픈 사랑 이야기는 가을과 잘 맞아 눈물(안구 건조증 심하지만) 두 방울 정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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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연인과 결혼을 약속했지만 강도에게 총 맞아 죽는 '샘 위트' 역을 맡은 주원(문준원)은 2013년 초연보다 더 성숙해 보였다. 군대 제대해 그런지 시야가 넓어진 느낌이다. 무대 위에서 침착해진 모습이 눈에 보였다. 사고로 연인을 잃고 슬픔에 잠긴 '몰리 젠슨'을 연기한 박지연도 2013년에 이어 두 번째 참여해 그런지 작품을 이해하고 연기하는 느낌이다. 박지연은 2012년 뮤지컬 '미남이시네요'에서 처음 봤는데 그 때부터 안정적인 연기력과 맑은 목소리가 눈에 들어왔다. 여러 작품에서 박지연을 봤지만 이런 사랑 이야기가 그녀에게 잘 맞는 듯하다. 

 

주술사 '오다 메 브라운' 역을 맡은 박준면은 특유 즉흥 연기와 여유 있는 표정으로 작품을 살렸다. 2013년 최정원이 잘했는데 박준면도 그에 못지않았다. 약간 비열한 악역 '칼 브루너'로 나온 백형훈(은근히 몸이 좋다)은 나름 악역을 인간적(?)으로 소화했다. 악역이 이렇게 인간적으로 느껴지긴 처음이다. 백형훈을 '고스트'에서 처음 봤는데 다른 작품에서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은 다 알겠지만 결말이 무척 슬프다. 약간 뻔하지만 그게 더 슬프다. 1990년 중학교 1학년 때 영화 '사랑과 영혼'을 봤을 땐 어려서 잘 몰랐던 '영원한 사랑'이 뭔지 뮤지컬을 보면서 조금 알게 되었다. 미혼인 나보다 결혼한 관객이나 연애 중인 관객이 더 잘 알겠지만. 두 사람이 헤어지는 마지막 장면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홍콩 영화 '천장지구' 결말과 비슷했다. 약간 다르지만(유덕화는 죽고, 오천련은 유덕화를 찾으러 다닌다) 남자 주인공이 죽는 장면과 여주인공이 남겨진 장면은 비슷했다. 두 영화 모두 슬펐던 걸로 기억한다. 비극적 사랑 이야기가 나랑 잘 맞는 듯하다. 

 

뮤지컬 '고스트'는 사랑까지 일회용으로 취급되는 시대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영원한 사랑'에 대해 말한다. '영원한 사랑은 아직 있다'  뮤지컬 '고스트'를 보고 내린 결론이다. 음악이 '언체인드 멜로디' 외에 기억나는 게 없어(이 작품 유일한 단점이다) 아쉽지만 작품 자체는 좋다. 내가 좋아하는 사랑 이야기(팔은 안으로 굽는다)라 더 정이 가는 작품이다. 지금 연애 중이거나 막 시작한, 결혼한 사람들(중년 부부들도 보면 좋을 듯하다)에게 추천한다. 가슴 뛰는 경험을 다시 하고 싶다면 말이다. 

 

2021년 3월 14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관객을 만난다. 주원(문준원), 아이비(박은혜), 김우형, 김진욱, 박지연, 최정원, 박준면, 김승대, 백형훈 등이 나온다.                                         

[김종권 기자 kjk2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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