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로 이용웅 칼럼] 德壽宮의 영롱(玲瓏)한 단풍(丹楓)과 고궁(古宮)의 香氣

기사입력 2020.11.03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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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문에서 보이는 단풍과 중화전

  

[선데이뉴스신문=이용웅 칼럼] 도심(都心) 속 덕수궁(德壽宮)! / “비 내리는 덕수궁 돌담장 길을/우산 없이 혼자서 거니는 사람/ 무슨 사연 있길래 혼자 거닐까/ 저토록 비를 맞고 혼자 거닐까/ 밤비가 소리 없이 내리는 밤에/ 밤도 깊은 덕수궁 돌담장 길을/비를 맞고 말없이 거니는 사람”/ 가요 “덕수궁 돌담길”(정두수 작곡. 한산도 작사. 진송남 노래)입니다.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에서 사이버강의 촬영을 마치고 비탈길을 내려오면 마을버스가...경복궁(景福宮) 지나고 광화문(光化門), 지나면 덕수궁(德壽宮) 앞! 평소 때 같으면 관광버스 가득한 경복궁 앞을 빨리 지나기를 고대하고, 차창 밖 세종대왕 동상은 그저 그렇고, 덕수궁은 별로 관심도 없었고, 돌담길은 가끔 걷고 싶기도..하지만 덕수궁은 오래 전에 들러 본 적이 있을 뿐이고, 돌담길은 한번도 걸은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뒤인 최근에 고궁(古宮)의 모습이 보고 싶어 찾았고, 돌담길을 걸어봤습니다. 파란 하늘과 영롱(玲瓏)한 단풍이 아름다웠고 고궁의 향기가 그윽했습니다. 그럼, 함께 가실까요!

 

덕수궁-석조전(石造殿)-대한제국역사관.jpg
덕수궁 석조전(石造殿)-대한제국역사관.

 

덕수궁(德壽宮)은 1897년에 선포된 황제국, 대한제국의 황궁으로 옛 이름은 경운궁(慶運宮)입니다. 덕수궁은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의주로 피난 갔던 선조가 다시 한양으로 돌아왔을 때, 월산대군 저택과 그 주변 민가를 여러 채 합하여 ‘시어소’로 정하여 행궁[정릉동 행궁]으로 삼았던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이후 광해군이 즉위한 후 창덕궁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경운궁’이란 이름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궁궐의 모습을 갖춘 덕수궁은 인목대비 유폐와 인조반정을 겪으면서 규모가 축소되었고, 특히 인조가 즉위한 이후 즉조당과 석어당을 제외한 나머지는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었습니다. 이로써 덕수궁은 더 이상 왕이 공식적으로 머물며 국정업무를 보던 궁궐의 기능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1895년 을미사변이 일어난 이후 덕수궁이 다시 역사에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을미사변으로 신변의 위협을 느낀 고종이 러시아공사관으로 거처를 옮긴 후, 1897년 2월에 덕수궁으로 환궁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대한제국이라는 황제국을 선포한 후 황궁으로서의 규모와 격식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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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왕궁수문장교대식.

 

마침 정문인 대한문(大漢門) 앞에서 ‘덕수궁 왕궁수문장교대식’이 있었습니다. ‘교대식’은 조선시대에 행해졌던 궁성문 개폐의식, 궁성 수위의식, 순라의식 등을 기록 자료를 바탕으로 1996년부터 재현하고 있는 행사라고 합니다. 매일 3회 (11:00, 14:00, 15:30), 연중상설 / 단, 월요일 및 혹서기/혹한기, 눈과 비 오는 날은 행사가 쉽니다. 거기서 몇 걸음..중화문! 

 

중화전(中和殿)은 덕수궁의 정전(正殿)으로, 중화문과 함께 보물 제819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본격적인 궁궐 중건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즉조당을 정전으로 사용했으나 1902년 중화전이 세워지면서 정전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1904년 화재로 소실되었는데, 1905년 중건되면서 원래 2층이던 것이 1층이 되었습니다. 지금 중화문에서 보이는 중화전은 영롱한 단풍과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 거기서 조금 올라오면 석조전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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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중화전(中和殿) 앞에서-필자.

 

석조전(石造殿)! 덕수궁 안에 있는 근대 서양식 건물. 영국인 J.M. 브라운의 발의에 의해 1900년 착공, 1910년에 완공되었습니다. 기본설계는 영국인 G.R. 하딩이, 내부설계는 영국인 로벨이 했으며 공사감독은 한국인 심의석, 러시아인 사바틴, 일본인 오가와[小川陽吉], 영국인 데이빗슨 등이 했습니다. 3층 석조건물로 1층에는 거실, 2층에는 접견실 및 홀, 3층에는 황제 황후의 침실·담화실·거실·욕실 등이 있습니다. 높은 기단 위에 장중한 도릭오더의 기둥을 세우고 정면과 양 측면에 튀어나온 현관을 만들었습니다. 건물 앞의 정원과 함께 18세기 신고전주의 유럽 궁전의 건축을 모방해 지은 것입니다. 1945년 미·소공동위원회 회의장으로 사용되었고, 6·25 이후 1986년까지는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지금 석조전에서는 [2020년 석조전 대한제국 역사관 특별전 / 대한제국 황제의 궁궐]이 열리고 있습니다. 이 전시회는 크게 3가지 전시 유형으로 구분하여 운영됩니다. ▲10월 15부터 11월 15일까지 석조전 전시관을 직접 둘러보면서 관람을 할 수 있는 ▲현장관람, ‘카카오갤러리‘를 방문하여 현장에 전시된 영상과 사진자료들을 여유롭고 자세히 검색 관람할 수 있는 ▲온라인전시(9.22.~), 전시관 내부와 덕수궁 주요 현장을 가상현실(VR)로 촬영하여 10월 30일부터 문화재청 유튜브와 덕수궁관리소 누리집을 통해 공개되는 ▲가상현실(VR) 전시입니다. 전사장의 입구 계단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바로 옆에 위치한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는 예술과 역사를 함께 둘러볼 수 있습니다. 이 미술관은 1938년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이 미술관으로 사용하기 위해 지은 건물로, 해방 이후에는 석조전(지금의 ‘대한제국역사관’) 부속 건물로 사용했습니다. 한국전쟁 이후에는 국립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등으로 사용하다 1998년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으로 개관해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이 건물에는 우리의 역사가 흐르고, 그 안에는 근현대 미술품들이 가득합니다. 지금 [탄생 100주년 기념:박래현, 삼중통역자(2020.9.24.~2021.1.3.)]가 열리고 있는데, 여기도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고궁을 나와 오른쪽으로 돌면 덕수궁 돌담길! 미국대사관저 방향으로 길을 틉니다. 바리케이트를 지나 오르막을 따라 층을 두고 이어집니다. 그 끝자락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큰 ‘밤의 갤러리’가 열립니다. 기존의 도로를 보행자 중심의 도로로 재정비하고, 보행자를 위해 보도와 차도 공존도로 및 푸르름이 가득한 가로공간인 녹도의 개념을 복합적으로 도입한 우리나라 최초의 사례로 길이는 900m입니다. 자연 친화적인 점토블록 및 보행자의 안전한 보행권 확보를 위해 차도에 석고석 포장(페이빙스톤) 실시하였고, 시민들의 휴식 공간을 위해 느티나무 외 2종 130주 식재, 평의자 20개 설치하였으며, 덕수궁과 연계한 역사적 가로 경관의 창출 및 가로환경을 개선하였습니다. 낭만이 가득한 덕수궁 돌담길은 옛날부터 연인들이 걷기에 아주 좋은 곳이라고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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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돌담길-정두수 작곡. 한산도 작사. 진송남 노래.

  

덕수궁에 대해 이렇게 장황(張皇)하게 설명한 것은 ‘고궁 산책’도 그 역사와 함께 하면 즐겁겠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마을버스, 지하철에서 내리면 지척(咫尺)인 고궁! 언제나 우리에게 좋은 안식처입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시(詩) 한 편을 드립니다. [고궁의 뜰 안/ 모란이 웃음 짓는 마당에서/ 오는 나는 천년을 늙어 온 불가사리../ 고궁처럼 두고 갈/ 미련이 많아/ 벤치에 같이 앉은 여인의/ 한 뼘 치맛자락처럼/ 최후를 가려우는/ 하늘을 살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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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魯 李龍雄/ 석좌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선데이뉴스신문/상임고문/
한반도문화예술연구소 대표/

 

[이용웅 기자 dprk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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