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리뷰] 『맨 오브 라만차』, “꿈에 관하여~ 우리 모두가 돈키호테! 우리 모두가 알돈자!”

기사입력 2021.02.09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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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신문=김건우] 「재미와 감동은 물론 철학적 물음까지, 심도 깊은 뮤지컬의 마스터피스!」  


지난 7일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미겔 데 세르반데스의 불멸의 걸작 ‘돈키호테’를 각색한, 뮤지컬의 마스터피스, ‘맨 오브 라만차’를 관람했다.

 

세계적인 팬데믹에 우리나라 공연계도 직격탄을 입었다가 최근 재개의 기지개가 켜진 상황에서 오랜만에 뮤지컬을 관람한다는 사실이 마음을 들뜨게 만들었다.


공연장을 찾았을 때 제작사와 극장 측의 철저한 방역 조치가 이루어지고 있어 안심하고 관람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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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맨 오브 라만차’, 홍광호 배우 공연 모습 / 제공=오디컴퍼니]


먼저, 세르반테스의 원작을 극본으로 만들어낸 데일 워서먼(음악 미치 리)의 작품을 뮤지컬 영화로 제작한 아서 힐러 감독, 피터 오툴/소피아 로렌 주연의 1972년作 ‘맨 오브 라만차’를 인상 깊게 감상한 터였는데, 동일 작가/음악가의 동일한 내러티브/음악을 사용한 뮤지컬 영화와 뮤지컬 무대 공연을 비교해 보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무척 흥미로웠다.


뮤지컬을 관람 후 ‘러브스토리’의 감독과 전설적인 두 배우의 뮤지컬 영화 ‘맨 오브 라만차’를 비교 관람하기를 추천한다. 스토리가 더욱 더 깊이감 있게 전해지고 각 캐릭터가 전하는 메시지를 디테일하게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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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서 힐러 감독의 ’맨 오브 라만차‘ 스틸 컷(오른쪽-피터 오툴) / 출처=네이버영화]   


이번에는 홍광호(세르반테스/돈키호테) / 이훈석(산초) / 김지현(알돈자) 배우의 캐스트를 관람했다.


무엇보다 ‘홍동키’, 홍광호 배우의 나이 차 있는 1인 2역, 두 인물을 넘나드는 퍼포먼스가 돋보이는 무대였다. 

 

모두가 인상적이었지만 특히 돈키호테와 세르반테스를 각각의 나이 대 목소리로 열창하는 넘버, ‘이룰 수 없는 꿈(The Impossible Dream)’은 홍광호의 진면목을 여실히 보여주는 최고의 한 순간이었다. 

 

노래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은 홍광호가 노래 뿐 아니라 캐릭터의 깊이에 따라 감정 선을 오고가는 내공을 유감없이 펼쳐 보이는 무대가 바로 ‘맨 오브 라만차’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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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맨 오브 라만차’, 김지현 배우 공연 모습 / 제공=오디컴퍼니]

 

그리고 ‘여명의 눈동자’ 등 17년차 베테랑, 김지현 배우가 처음으로 ‘알돈자’역을 맡아 무대에 올랐다. 

 

’돈키호테‘가 어떠한 고난에도 변하지 않고 직진하는 이상주의자이라면, ’알돈자‘는 자신을 둘러싼 주변(사람)의 것들을 믿지 않고 의심하며 그 속에서 좌절하는 현실주의자로, 지금의 우리의 모습을 반영한다. 그런 ’알돈자‘가 돈키호테를 통해 스스로가 ’둘시네아‘가 될 수도 있다는 이상주의자의 면모로 캐릭터로 변해가는 과정을 김지현 배우는 뛰어나게 표현해 낸다. 

 

특히 죽어가는 ’돈키호테‘ 앞에서 자신의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가는 ’알돈자‘, 김지현 배우가 부르는 넘버는 가슴 먹먹함과 눈물짓게 만드는 감동을 안겨 주었다.    


그 외 영원한 ‘산초’, 이훈석 배우를 비롯해 미처 다 언급 못 할 만큼 등장하는 수많은 조연과 앙상블들의 연기 역시 ‘맨 오브 라만차‘의 아주 중요한 관람 포인트임에는 틀림이 없다. 

   

‘맨 오브 라만차’는 배우들의 연기 외적인 부분도 아주 인상적인 공연이었다.


‘단 하나의 무대’라는 공간이라는 한계를 아주 기술적으로 잘 활용한 무대 장치가 돋보였다. 특히 아서 힐러의 영화 속에도 구현되었던 지하 감옥으로 가는 브릿지가 영화 속 장치 보다 더욱 더 사실적이고 웅장하게 무대 위에 구현되어 있어서 시각적으로도 아주 훌륭했고 브릿지와 그 공간을 비추는 빛 등이 극 전반에 걸쳐 상징하는 의미성은 극이 전개되는 내내 상당한 무게감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그런 거대한 무대장치 외에도 배우들의 동선들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요소요소의 무대장치들과 오브제들이 ‘맨 오브 라만차’의 퀄리티를 높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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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맨 오브 라만차’, 이훈진 배우 공연 모습 / 제공=오디컴퍼니]

   

특히 개인적으로 ‘맨 오브 라만차’는 무엇보다 타 공연장에 비해 배우들의 대사가 명확히 들려오는 오디오 시스템이 만족스러웠다. 


뮤지컬은 비주얼뿐만 아니라 소리의 예술이다. 

 

몇몇 공연장의 오디오 시스템이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많았는데 뮤지컬 전용극장답게 ‘샤롯데씨어터’의 오디오 시스템은 아주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개인적으로 국내 몇몇 공연장은 배우들의 대사 전달이 잘 되지 않을 정도로 오디오(대사)가 뭉개지는 곳이 있는데 제작사 측에서 늘 최고의 공연을 선사한다는 마음으로 그런 기술적인 부분들도 세세히 체크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그런 면에 이번 ‘맨 오브 라만차’의 오디오 시스템은 큰 만족을 안겨 주었다. 


여러 여건상 뮤지컬을 여러 번 재관람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맨 오브 라만차’는 여유가 닿아 배우별로 재차 관람할 수 있다면 이 뮤지컬이 주는 오락적 재미 뿐 만이 전하고자 하는 여러 가지 메타포와 철학적, 인생의 물음들이 좀 더 깊이 각인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이 시대 뮤지컬의 마스터피스, 오래토록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을 ‘맨 오브 라만차’의 관람 후기였다.  

[김건우 기자 geonwoo3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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