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

19세기 러시아가 눈앞에
기사입력 2021.04.01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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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신문= 김종권 기자]    고등학교 2학년(1994년) 때 읽은 러시아 작가 톨스토이 원작 '전쟁과 평화'는 지금도 기억에 남는 소설이다. 무척 방대해 다 읽지 못했다. 특히 기억나는 장면은 귀족 '안드레이'와 '소냐', '피에르'와 '나타샤' 사랑 이야기였다. 안드레이의 부정적인 모습과 피에르의 밝은 모습이 대비되는 부분도 기억에 남는다. 그런 점에서 3월 31일 관람한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은 고등학교 때 읽었던 '전쟁과 평화' 감동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던 창의적인 작품이다. 

 

무대부터 무척 창의적이었다. 이머시브(참여형) 공연이라 그런지 관객과 배우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경계가 없었다. 이미 2019년 이머시브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를 관람했기 때문에 이런 형태 공연이 낯설지 않았다. 배우들이 계속 관객들과 소통하는 점이 좋았다. 비록 코로나19로 제한적이었지만 눈을 마주치고 서로 박수치면서 소통하는 모습이 가슴을 시원하게 했다. 이 시국에 이렇게라도 소통할 수 있는 게 어디인가. 배우들이 땀을 흘리고 숨을 몰아쉬는 모습은 2019년 봤던 '위대한 개츠비'보다 더욱 진화한 느낌이다. 코로나19만 없었다면 배우와 관객이 1대1로 소통하지 않았을까. 빨리 상황이 좋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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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배우들이 악기를 직접 연주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피아노(유일하게 다룰 수 있는 악기다), 바이올린(선율이 슬프다), 기타 등 여러 악기들을 배우들이 직접 연주해 들려준다. 2012년 관람했던 뮤지컬 '모비딕'처럼 생생한 감동이 구름처럼 몰려온다. 음악은 내가 좋아하는 발라드보단 20대들이 좋아하는 EDM, 힙합, 록 등이 젊은 느낌을 준다. 러시아 전통 음악은 무척 신선했다. 중화권(중국, 대만, 홍콩) 음악만 주로 듣던 내게 러시아 전통 음악은 무척 강렬하게 다가왔다. 비빔밥만 먹던 사람이 양식을 먹는 느낌이랄까. 러시아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갑자기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교 때 러시아 문학(톨스토이, 투르게네프, 도스토옙스키 등)에 빠진 적이 있었는데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을 보면서 예전 回憶(회억...후이이...추억은 일본식 한자어라 회억으로 순화)이 났다. 

 

배우들도 연기, 노래, 춤, 악기 연주까지 무척 고생한 흔적이 보인다. 특히 아름다운 '나타샤' 역을 맡은 해나(이해나)와 순수한 '소냐' 역을 연기한 효은(이효은), 잘생긴 장교 '아나톨' 역 박강현, 극 중심을 잡아주는 '피에르' 역 케이윌(김형수) 등 모든 배우들이 잘했다. '나타샤' 역 해나와 '아나톨' 역 박강현이 보여준 애절한 사랑(30초 정도 입맞춤)이 슬펐다. 난 사랑 이야기에 관심 많기 때문에 이런 장면 좋다. 

 

애절한 바이올린 연주로 시작하고 '피에르' 퇴장으로 막을 내리는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은 굳어진 이야기에 싫증난 관객에게 새로움과 창의성을 선사한다. 최근 본 뮤지컬 중 장면 하나, 음악 한 곡이 생생하게 들어오는 작품이다. 코로나19로 지친 관객들에게 치유와 위로를 줄 듯하다. 

 

5월 30일까지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관객을 만난다. 홍광호, 케이윌(김형수), 정은지, 해나(이해나), 이충주, 박강현, 고은성, 효은(이효은), 방진의, 홍륜희 등이 나온다.                    

[김종권 기자 kjk2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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