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로 이용웅 칼럼] 영화 [가을의 전설]에 대한 기억과 2021년 가을맞이

기사입력 2021.08.31 22:48
댓글 0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선데이뉴스신문=이용웅 칼럼] [영화(映畫)]는 주지(周知)의 설명, ‘촬영으로 필름에 기록한 화상을 스크린에 투영, 영상과 음향을 통해 보여주는 영상물’입니다. 영화는 오늘날 예술의 한 갈래이면서, 단순한 예술의 영역을 넘어선 넓은 사회 문화적인 복잡한 현상입니다. 이 영화와 필자의 만남은 [불문화사] 강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뤼미에르 형제(Auguste and Louis Lumière)가 제작, 파리에서 상영된 영화 〈뤼미에르 공장을 나서는 노동자들 La Sortie des ouvriers de l'usine Lumière〉(1895)이 최초의 영화라는 것을 가르치면서 <연극과 영화의 세계>,(李龍雄 著)를 추구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전에도 영화를 보아왔지만, 강의 후 영화에 빠졌습니다. 

 

단행본-연극과 영화의 세계-책과 관련된 기사.jpg
단행본-연극과 영화의 세계-책과 관련된 기사

  

’영화의 종주국‘ 프랑스는 최초의 영화로 공인된 시네마토그래프(cinématographe)를 발명한 나라입니다. 1895년 루이 뤼미에르 형제의 〈열차의 도착〉(L'Arrivée d'un train à la Ciotat, 1895)이 파리 그랑 카페(Grand Café)에서 상영된 이래, 프랑스 영화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먼저 영화의 기반을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그 영화들 중에 예술성이 높은 작품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보니 한국 · 미국영화 등과 거리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뒤 이들 영화 중에 ’좋아하는 영화‘들이 생겼습니다. 그중 한 작품이 미국의 [가을의 전설]입니다.

 

[가을의 전설(Legends of the Fall/1994)]은 국내에서 1995년 개봉된 영화로, 제6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촬영상을 수상한 작품! 에드워드 즈윅 감독, 브래드 피트 주연 영화로, 제1차 세계 대전 전후를 배경으로 삼 형제 집안의 이야기입니다. 스토리만 보면 막장드라마가 따로 없으나, 뛰어난 영상미와 매력적인 캐릭터들, 그리고 이를 멋지게 소화한 배우들의 조화로 이를 상쇄하면서 재미가 상승합니다. 국내에서는 여러 차례 TV 등에서 더빙되어 방영됐었습니다. 배경은 1913년, 제1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기 전, 울창한 숲이 우거진 미국 몬태나 주의 농장입니다.

 

미국영화-가을의-전설-Legends-of-the-Fall-1994년作.888.jpg
미국영화-가을의 전설 Legends of the Fall-1994년作.

 

대령 러들로(안소니 홉킨스)는 퇴역 후 몬태나 주의 인디언들과 함께 거대한 농장지대에 살고 있었으며, 슬하에 세 아들 알프레드(에이단 퀸), 트리스탄(브래드 피트), 새뮤얼(헨리 토마스)이 있었습니다. 첫째인 알프레드는 성실하고 부지런한 모범생이었고, 둘째인 트리스탄은 강하고 정열적인 성격과 남성적인 매력을 가졌으며 막내 새뮤얼은 밝은 청년이었습니다. 천혜의 자연에서 숲과 들판을 뛰놀던 소년들은 자연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우며 밝고 건강하게 성장했습니다. 특히 둘째 트리스탄은 아버지를 따라 사냥을 나서며 점차 자기 안에 있던 야수성을 발견했고 곰의 습격에도 살아남으면서 곰과 피를 나누게 되었으며, 이로써 ”곰과 피를 나누면 평생 방랑을 하게 된다“는 인디언의 저주에 따라 인생을 살게 되었습니다.

  

줄거리...어느날 막내 새뮤얼은 매력적인 약혼녀 수산나(줄리아 오먼드)를 고향으로 데리고 옵니다. 수산나는 보는 순간 알프레드와 트리스탄 역시 그녀에게 반해버립니다.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해 세 형제는 모두 전쟁에 참가하나 새뮤얼은 적군의 총에 맞아 어이 없이 목슴을 잃게 되고, 알프레드는 불구가 됩니다. 동생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트리스탄은 바다로 떠나버립니다. 그 후 알프레드와 수산나는 서로 사랑하게 되지만 어느날 트리스탄이 고향에 돌아오자...가족간의 갈등과 화해! 하지만 여주인공은 권총 자살을 했습니다.

 

주인공 트리스탄(브래드 피트)! 그는 형에게 자신의 아이들을 부탁합니다. 그가 사랑한 사람들 대부분은 그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지만 시간이 흐르고 그는 오래오래 살아 그 자식들의 가정까지 보았다는 내레이션이 나옵니다. 그가 정확히 어디서 생을 마감했고 그의 무덤이 어디 있는지는 추측만 할 뿐 아무도 모른다고 하며 그는 야생의 삶을 살았고, 1963년 어느 숲에서 곰과 대결을 벌이다가 다시 자연으로 영원히 돌아갔습니다./ ”가을의 전설“은 명작도 아니고 대작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막장드라마도 아닙니다. 이 가을에 생각나는 한 편의 인간드라마라서, 기억(記憶)을 불러일으키는 다시 보고 싶은 보통영화입니다. 

 

22.jpg
샹송가수 이브몽땅 묘비-파리공동묘지 페르 라셰즈

 

[불문화사]를 강의할 때, 학생들이 좋아했던 것은 프랑스 영화 보다 프랑스 가요 샹송(chanson)이었습니다. 그중에는 이브 몽땅(Yves Montand)의 고엽(枯葉/Les Feuilles Mortes)도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이 노래가 ’가을맞이‘가 아니라 ’가을 이별‘이지만 ’가을‘하면 먼저 생각나는 노래’라고 했었습니다. // ”오, 네가 기억할 수 있기를/ 우리 친구였던 행복한 날들을/ 그 당시 삶은 더 아름다웠고/ 태양은 오늘보다 더 뜨거웠지/ 낙엽이 삽으로 모아지니/ 알어? 난 잊지 않았다//..삶은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갈라 놓고/ 소음없이 아주 천천히/ 그리고 바다는 모래 위에서 지워/ 헤어진 연인들의 발자취들을.// 이 노래는 우리를 상기시키지/ 넌 나를 사랑했고 난 너를 사랑했지/ 그리고 우리 둘 다 함께 살았어/ 날 사랑한 너, 널 사랑했던 나// 하지만 삶은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갈라놓아/ 아주 천천히 아무 소음 없이/ 그리고 바다는 모래 위에서 지워/ 헤어진 연인들의 발자취들을...“/ 낙엽(落葉)도 좋지만, 그래도 가을은?

 

가을! 과거에는 가을이 되면 먼저 회자(膾炙)되던 말이 ‘천고마비(天高馬肥)! 그런데 지금은 높은 하늘 보고 말(馬)을 연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말에 대한 관심도 별로 없고, ‘살찌는’ 이라는 말도 싫어합니다. 더군다나 ‘맑고 풍요로운 가을’을 얘기할 때는 더 더욱 외면까지 합니다. 등화가친(燈火可親/ 등불과 친하듯 가을밤에 늦도록 책을 읽음)도 ‘별로’인 세상입니다. 그래도 구추풍국(九秋楓菊/ 가을의 단풍과 국화), 추풍낙엽(秋風落葉/ 가을바람에 떨어지는 나뭇잎), 한상백로(寒霜白露/ 차거운 서리와 흰 이슬) 그리고 황국단풍(黃菊丹楓/ 노란 국화와 붉은 단풍) 등은 거부감이 별로 없는 말입니다. 

 

8888.jpg
붉은 단풍으로 수놓은 아름다운 금수강산-금강산의 가을

 

그 중에서도 특히 ‘황국단풍’은 가을을 상징합니다. 가을이면 생각나는 백거이(772~846/)의 “가을밤”-“우물가에 오동잎새/ 바람에 나부끼고/ 옆집 다듬이 소리/ 가을이 분명코나/ 처마 밑에 홀로 누워/ 어렴풋이 조을 때/ 머리맡에 달빛이 소리 없이 흘러든다.”-그리고 R.M.릴케의 “가을”을 노래해 봅니다. 그는 “주여 어느덧 가을입니다/ 지나간 여름은 위대하였습니다./ 태양 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눕히고/ 광야로 바람을 보내 주시옵소서/ 일년의 마지막 과실이 열리도록/ 따뜻한 남국의 햇볕을 이틀만 더 베풀어 주십시오”라고 기도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들지 않는 가운데 계속 신규 확진자가 매일 1천400명 안팎인 지금! 가을맞이를 시작하며 희망의 끈을 꼭 잡아봅니다. 올 가을은 ‘전쟁을 치룬 폐허(廢墟)’ 속에서 다시 태어난 황국단풍(黃菊丹楓)의 아름다운 계절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이용웅.jpg

靑魯 李龍雄/ 석좌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선데이뉴스신문/상임고문/
한반도문화예술연구소 대표/

 

 

[이용웅 기자 dprkculture@hanmail.net]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저작권자ⓒ선데이뉴스신문 & www.newssunday.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신문사소개 | 광고안내 | 제휴·광고문의 | 다이렉트결제 | 고객센터 | 저작권정책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보호위원회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RSS top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