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로 이용웅 칼럼] ‘개판 오분전’의 ‘개’는 동물 개(犬)의 ‘개’가 아닙니다

기사입력 2021.10.26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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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스타그램-이미지

 

[선데이뉴스신문=이용웅 칼럼] 최근 한 야당 대권주자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토리는 아빠 닮아서 인도 사과 좋아해요”라는 문구와 함께 누군가 토리에게 사과를 건네는 모습이 잠시 올라왔다가 삭제됐습니다. ‘개 사과’ 사진 파문...“사과는 개나 주라고?”라고!!! 아우성!!! 자당(自黨) 대표는 “아침에 일어나 보니 뭐 이런 상식을 초월하는...착잡하다”고 했습니다. 당내 대권 경쟁자들은 폭탄을 퍼부었습니다. 한 자당 대선후보는 “야당 경선을 국민적 조롱감으로 만들었다”며 “밑천 다 들통났으니 이제 그만 사퇴하고 토리와 함께 인도 사과 게임이나 하라”고 했습니다. 일부 국민들은 ‘개판’이라고도 했습니다. ‘개판’이라...‘개(犬)판? 아니 ’개판(開飯)’ 입니다.

 

한 지인의 ‘개판오분전(開飯五分前)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가끔 ‘개판 오분전’이란 말을 사용하거나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개판 오분전’이란 말의 정확한 의미를 잘못 알고있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기로는 개(犬)들의 집단과 관련된 말로 알고 있으나 사실은 개와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질서없이 소란스럽다'는 이 말은 그 어원이 개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배고픈 사람들의 일시적인 무질서에서 나온 것입니다.

 

이 말의 어원(語源)에는 다음과 같은 가슴 아픈 사연이 숨어 있습니다. 6.25 전쟁 당시 많은 피난민들이 낙동강 이남 지역인 부산으로 모여들었을 때의 일이었다고 합니다. 그 결과 지금의 부산 국제 시장 근처가 피난민들의 집결소가 된 것입니다. 그 당시에 그곳에는 피난민을 위한 무료 급식소를 열어 무료로 급식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급식소에서 밥솥뚜껑을 열기 5분 전에 “개판오분전 (開飯五分前)!” 이라고 외쳐대며 배식 개시 5분전 임을 알려주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수 많은 사람들이 배식순서를 먼저 차지하려고 하다보니 일시적인 소란과 무질서가 일어났고 이를 일컬어 "개판오분전”이라 표현했다는 것입니다. 여러가지 행사를 시작하기 5분 전의 소란과 무질서를 표현하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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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잡는 선진국, 대한민국- 동물해방물결 제공 현수막

 

예전에는 교통수단의 좌석예약제가 잘 안되어 있었기 때문에 승차 때면 먼저 타기 위해 '개찰5분전'의 무질서로 무척이나 소란스러웠고 그 이외에도 여러가지 줄서기가 잘 안되어 간혹 '개판오분전'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우리가 무질서를 비난하는 비속어로 사용하는 그 말의 어원에는 이러한 쓰라림을 담고 있었습니다. 그 옛날 배고팠던 기억들. 언손에 그냥 눈 맞던 시절. 부러움과 자부심의 교복. 구호물자, 분유가루, 삐라, 눈싸움, 자치기, 토끼몰이 이 모두가 6.25세대들의 추억입니다.

 

그래도 그 시절 추억이 아름다운 것은 진저리 나는 전쟁과 그 후유증, 삭막한 폐허속에서도 사람에 대한 정과 배려를 잊지않고 버텨왔다는 것입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개판오분전이 갖는 의미를 새겨보며 국가가 위태로우면 고스란히 그 아픔은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뼈아픈 역사의 교훈을 망각해서는 안되겠습니다. 강자존(强者存)이라고 했습니다 강한 자 만이 살아 남을 수 있습니다. 자유(自由)라는것은 스스로를 지킬수 있는 자 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개판’의 ’개‘는 동물 ’개(犬)가 아닙니다.

 

그런데 금년 시월, 진짜 ‘개’가 도심 한 가운데 등장했습니다. 월초(月初), 서울의 대형 건물에 개 식용 금지 촉구 현수막이 내걸렸습니다. 현수막 속 사진은 경기도에 있는 불법 도살장에서 도살된 개의 모습이었습니다. 개고기를 둘러싼 논쟁이 컸습니다. 지난달 27일 UN 총회에서 돌아온 문재인 대통령의 “개 식용 금지를 신중히 검토할 때가 됐다”는 말이 도화선이 됐습니다. 축산물위생관리법상 개 식용 금지에 대한 법적 근거는 현재 없습니다. 식품위생법에도 규제 사각지대에 있습니다.

 

최근의 개고기 논란은 국내 반려인구가 늘면서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과 관련이 깊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는 638만 가구로, 대략 1500만 명이 반려동물을 키웁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개 식용 금지를 지지하는 시민단체들은 이번 기회에 아예 개 식용을 금지하는 명백한 법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동물인권단체인 ‘동물해방물결’은 지난 5일 식용 금지 현수막을 걸었고, 대한육견협회는 “먹을 것에 대한 선택과 먹는 것에 대한 자유를 박탈하겠다고 하는 것은 공산권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며 맞서고 있습니다. 공산권에서나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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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평양에 위치한 평양단고기집

 

한반도의 ‘공산권’ 북한은? 북한에서 ‘단고기’라는 낱말을 처음 수록한 사전(辭典)은 북한의 사회과학출판사가 1992년에 발간한 <조선말대사전(1)>입니다. 이 사전은 ‘단고기’를 “<료리로 만든 어떤 집짐승의 고기>를 에둘러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했습니다. 여기서 ‘에둘러’는 “짐작하여 알아듣도록 간접적으로 둘러대어”라는 뜻입니다. ‘단고기’는 ‘개고기’입니다. 그런데 이 사전에는 ‘개고기’라는 낱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 사전보다 먼저 발간된 사전들에는 ‘단고기’는 없고, ‘개고기’ 뿐으로 ‘개고기’를 “① 개의 고기. ② 《성질이 고약하고 막된 사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했습니다. 북한 책 <조선의 민속전통 1>은 대표적인 ‘조선음식’으로 ‘단고기국’을 꼽았습니다.

 

북한은 1960년 6월 동평양에서 작은 식당으로 영업을 시작한 ‘평양단고기집’이 “훌륭한 료리와 엄격한 관리로 조선의 음식문화”를 떨치고 있는데, 처음에 ‘신흥단고기집’이었던 이 식당이 자랑하는 단고기 메뉴 수십종 가운데 척골(척수)찜과 단고기 갈비찜, 단고기 세겹살볶음 이야말로 이 세상 요리의 진미(眞味)라고! 이 식당은 1990년대 평양시 락랑구역 통일거리로 자리를 옮긴 후 명성이 더욱 높아져 평양시 음식 봉사업의 ‘대명사’로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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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고기-조선일보

 

2021년 시월은 벌써 하순(下旬) 입니다. ‘개고기 싸움’이 계속되고 있고...북한이 개고기룰 즐긴다지만, 세월이 가면 결론이 나지 않을까요? 걱정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정치판의 개(犬)판! “이전투구(泥田鬪狗)-1.진흙탕에서 싸우는 개라는 뜻으로, 강인한 성격의 함경도 사람을 이르는 말/ 2.자기의 이익을 위하여 비열하게 다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한 마디로 ‘개(犬)판오분전’이 아닐까요? 물론 대선 주자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요! // [프랑스의 계몽주의 시대 대표 작가·사상가 볼테르(Voltaire/1694~1778)-“일반적으로 인간은 개를 닮고 있다. 다른 개가 먼 데서 짖는 것을 듣고 자기도 짖는다.”(歷史斷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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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魯 李龍雄/ 석좌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선데이뉴스신문/상임고문/
한반도문화예술연구소 대표/

[이용웅 기자 dprk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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