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스칼렛 핌퍼넬'

유쾌하고 귀여운 영웅 '스칼렛 핌퍼넬'
기사입력 2013.07.21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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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이야기는 한국인들에게 익숙하다. 배트맨, 슈퍼맨,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등 영웅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한국에서 사랑받았다. 뮤지컬에서도 이런 매력적인 영웅을 볼 수 있다. 지난 6일 개막해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스칼렛 핌퍼넬>이다.

뮤지컬 <스칼렛 핌퍼넬>은 영국 소설가 바로네스 오르치(1865~1947)가 1903년 발표한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지난 1997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다. <스칼렛 핌퍼넬>은 '별봄맞이꽃'을 뜻하는 말로 프랑스 혁명정권에 맞서 영국 비밀결사대를 조직한 주인공 퍼시의 가명이다. 프랑스 공포정치시대에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이중생활을 하는 영국 귀족 '스칼렛 핌퍼넬'과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그의 목숨을 노리는 '쇼블랑', 그리고 아름다운 심성과 외모를 가졌지만 첩자라는 오해를 받게 되는 여인 '마그리트' 등 세 인물의 비밀과 그 안의 사랑을 그린다.

이 작품은 과거 혁명군의 첩자였던 프랑스 여배우 '마그리트'가 영국 귀족 '퍼시'와 결혼을 발표하면서 시작된다. 하지만 퍼시가 자신의 친구를 밀고한 첩자로 '마그리트'를 의심하면서 두 사람 사이는 멀어지게 된다. 프랑스 혁명의 잔혹성에 분노를 느낀 '퍼시'는 '마그리트'에게 사실을 숨긴 채 친구들과 함께 '스칼렛 핌퍼넬'이란 비밀결사대를 만들고 억울하게 처형당하는 사람들을 구한다. 권력에 눈이 먼 '마그리트' 옛 연인 '쇼블랑'은 '스칼렛 핌퍼넬'을 잡기 위해 '마그리트'를 협박한다.

이 작품의 매력은 이야기 전개가 간결하고, 시작부터 끝까지 관객들을 사로잡는 화려한 무대와 의상, 아름다운 넘버다. 특히 18세기 프랑스를 그대로 재현한 무대와 눈부실 정도로 화려한 의상은 입이 벌어지게 만든다. 2만여 송이 장미 장식이 사용된 무대는 보는 것만으로도 낭만적인 느낌을 갖게 한다.

이야기를 더욱 빛내는 것은 아름답고, 슬프면서, 신비하게 느껴지는 넘버들이다. 극 중 '마그리트'(김선영)가 새장 안에서 부르는 <스토리 북>(Story Book), '퍼시'(한지상)와 '마그리트'(김선영)의 화음이 돋보이는 <함께 만들 작은 둥지>(You Are My Home), '퍼시'와 6인의 친구들 비장함이 느껴지는 <불길 속으로>(into the fire) 등 넘버들은 무척 예술적이다. 넘버 한 곡, 한 곡이 무척 예술적이고 아름답게 들려 공연이 끝나고 나서도 기억에 남을 정도다. 웅장하고 아름다운 프랭크 와일드혼 특유의 감성은 이 작품에서도 한국 관객들을 충분히 만족시킨다.

배우들의 호연과 뛰어난 노래도 놓칠 수 없다. 특히 '퍼시'와 '스칼렛 핌퍼넬' 1인 2역을 한 한지상의 귀여우면서 익살맞은 모습은 관객들을 즐겁게 한다. 특유의 폭발적인 고음으로 넘버를 멋지게 소화하고, 재치 있는 대사와 행동까지 보여준 한지상은 매력적인 영웅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다. '마그리트' 역 김선영도 아름다운 노래와 뛰어난 연기로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인상적인 것은 '쇼블랑' 역 에녹(정용훈)이었다. 권력에 눈 먼 '쇼블랑'의 모습을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매력적인 모습으로 연기한다. 표정과 눈빛으로 연기하는 그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뮤지컬 <스칼렛 핌퍼넬>의 최대 매력은 하늘을 날고, 강을 뛰어넘는 슈퍼 영웅이 아니라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친근한 영웅을 보여줬다는 데 있다. 아주 평범하면서 유쾌한, 그러면서 매력적인 영웅 <스칼렛 핌퍼넬> 말이다. 영웅이 그리운 이 시대, 가족, 친구들과 볼만한 고급 뮤지컬이다. 영국과 프랑스 역사를 미리 공부하고 간다면 더 좋을 듯하다. 오는 9월 8일까지 역삼동 LG아트센터, 박건형, 박광현, 한지상, 바다(최성희), 김선영, 에녹(정용훈), 양준모 등 출연, 5만~13만원, 02-371-9162 
[김종권 기자 kjk2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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