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한 칼럼] 학생운동선수의 학습권과 운동권 보장을 위한 성찰

기사입력 2022.02.28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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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한(서울여자대학교 스포츠운동과학과)

 

[선데이뉴스신문=박주한 칼럼]  학생운동선수는 학생으로서 보편적 학습을 수행하는 학습권도 중요한지만 영재교육 차원에서 스포츠에 대한 적성과 소질을 계발하여 장차 훌륭한 선수와 지도자로 성장시키는 운동권도 중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여야의 이재명·윤석열 후보 모두 현 정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스포츠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가 지난 2019년 6월 4일 제시한 제2차 권고안(초·중·고 학교스포츠의 정상화를 위한 선수육성시스템)의 수정이나 재검토를 한목소리로 공약하면서 뜨거운 스포츠정책 아젠다로 부각되고 있다. 

 

이 혁신위의 권고안에 대한 반대의견은 지난 2019년 6월 4일 2차 권고문이 발표된 직후 나타나기 시작했다. 권고안이 현실을 거의 모르고 작성됐다고 평가하면서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철회를 청원하기도 하고 6월 16일에는 대한민국국가대표선수협의회, 한국올림픽성화회 등 체육단체가 반대 성명 발표를 하면서 문제가 제기되었다. 

 

스포츠선진국을 향한 여정에서 혁신위 권고안의 취지와 근본 방향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진정 유능한 운동선수가 되고자 하는 학생의 운동권과 학생으로서의 학습권 모두 효율적으로 보장함으로써 장차 이들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권고안인지에 대해 좀 더 고민과 성찰이 필요한 것 같다. 

 

한스 요나스(Hans Jonas)의 논리를 빌리면 한국 스포츠의 성장 과정에서 ‘윤리적 공백’이 있었다. 초·중·고 학생 선수가 학업은 포기하고 운동만 함으로써 그들의 장래가 비관적 결과를 가져오게 하는 것이 바로 윤리적 공백이다. 그러나 이러한 권고안이 스포츠 영재의 성장을 가로막는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았는지 ‘공포의 발견술(최악의 결과를 상상하고 행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어떤 행위를 하거나 제도를 적용할 때 긍정적인 결과와 부정적인 결과를 모두 생각할 필요성이 있다. 그래서 막스 베버(Wax Weber)는 행위 결과의 예측과 결과에 대한 책임을 중시하는 책임윤리를 강조한다. 정치가나 행정가는 정책의 적용과 더불어 발생하는 결과에 대하여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예체능 분야에는 정규학교를 졸업하지 않고서도 노래를 잘하고 그림을 잘 그리고 운동을 잘하는 사람도 많다. 따라서 무조건 단편적 제도의 무리한 적용보다는 다양한 학업모형을 제시하고 운동선수나 학부모 스스로가 선택하게 하는 자유주의적 윤리 사상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제2차 권고안의 “학교스포츠 정상화를 위한 선수육성시스템 혁신 및 일반학생의 스포츠 참여 활성화 권고” 중에서 운동선수나 학부모, 체육단체와 논쟁이 되는 두 부분은 ‘학생운동선수들의 주중 대회 참가는 학습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최저학력에 도달하는 학생만 대회에 참가’ 가능하게 하도록 규정하는 것이 학생 선수의 운동권은 물론 학습권 보장의 방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권고안이 진정 교육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체육특기자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인지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함을 지적하고 있다. 

 

학생운동선수 육성은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학생의 욕구를 반영하여 다양한 학업모형을 제시하고 학생의 개인적, 사회적 환경을 고려하여 자유롭게 선택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현행제도는 주중 대회 금지와 최저학력기준 적용으로 오히려 비효율적으로 학업을 수행하게 하거나 운동을 포기하는 길로 유도하고 있다. 그동안 학업을 소홀히 해도 국가는 국위선양을 위해 방치해 왔으나 이제는 모든 책임을 선수에게 지우면서 단편적 방식으로 따라오라고 하는 것은 운동권과 학습권 모두를 상실하게 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교육제도 제반 사항을 점검하여 가장 효율적인 방안을 찾아서 지원해야 한다. 따라서 그 방안은 학습제도의 다양성 추구와 선택의 자율성이라고 생각되어 몇 가지 운영 방식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학업+운동형(학업중시형)이다. 초‧중‧고의 모든 학업을 중시하면서 운동을 하는 모형이다. 이러한 유형의 선수는 대학 입학제도의 개선으로 우수선수에게 일정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거나 정상적인 전형으로 체육 관련학과 이 외의 타 학과로 진학할 수 있다. 그리고 초등학교는 기초교육을 위하여 반드시 이 유형을 선택할 필요성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유형을 선택한 선수에게도 스포츠 선진국처럼 학업과 운동을 병행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고 부득이 발생하는 수업결손에 대한 적극적 지원(학습도우미)이 필요하다. 둘째, 학업+운동형(운동중시형)이다. 일반 중고등학교 학업의 전 과정을 일반학생과 동일하게 이수하면서 운동 성취에 목표를 두고서 노력하는 모형이다. 이러한 선수는 우수대학 체육 관련학과나 타 학과로 진학할 수 있다. 이 유형을 선택한 선수에게는 스포츠 선진국처럼 학업과 운동을 병행할 수 있도록 부득이 발생하는 수업결손에 대한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운동부 규약으로 운동부 가입 시 선수의 선택에 의한 최저학력제도 적용도 고려될 수 있다. 셋째, 운동+수준학습형(체중·체고, 특별학급 등) 이다. 이 유형은 운동선수가 학업을 포기하지 않도록 전 교과과정을 운동선수의 수준에 맞추어 개발하여 학습하도록 함으로써 교과학습 동기를 지속적으로 부여하는 유형이다. 체육특기자 전형이나 일반전형으로 대학 진학이 가능하다. 이 유형도 스포츠 선진국처럼 학업과 운동을 병행할 수 있도록 부득이 발생하는 수업결손에 대한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 넷째, 운동+맞춤식 밀착학습지원형(기본지식과 필수지식 학습유형, 직업기술 학습유형)이다. 이 유형은 전적으로 대표선수(후보, 청소년 포함) 등 우수한 엘리트스포츠 선수들에게 적용될 수 있다. 즉 경기력 향상을 위하여 국내외 전지훈련과 국제대회 출전 등으로 정상적으로 학업 이수가 불가능한 학생운동선수에게 적용될 수 있는 유형이다. 각 선수(종목)에게 mentor, Tutor를 배정하여 장차 필요한 최소한의 기본적 지식과 필수적 지식을 맞춤 학습하도록 하는 유형이다. 또한 부상 등 여러 사정으로 미래 직업선수나 지도자가 불가능할 때를 대비하여 평소 관심 있는 직업기술을 학습(전문학원 수강)하도록 지원하는 유형이다. 다섯째, 경력을 전환하는 엘리트 스포츠선수를 위한 특별 학습지원을 정부와 학교가 협력하여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 이 제도는 위 4가지 유형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주로 학생운동선수가 여러 사정으로 중도에 운동을 포기할 경우 대학 진학이나 취업을 위한 프로그램을 이수하도록 하는 유형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학생운동선수는 대한민국의 국위선양이나 스포츠를 통한 국제브랜드 가치 신장을 위한 가장 기반이 되는 역할을 해 왔다. 교육 당국은 그동안 학생운동선수의 희생과 공로만큼 지원하지 못했다. 이제라도 운동권을 포기하게 유도하지 말고 다양한 학습 모형을 제시함과 동시에 적극적으로 제도적, 재정적으로 지원할 필요성이 있다(서울체육중 설립 정신 참조). 그리고 자유주의 윤리관을 적용하여 각 학생운동선수 스스로 각 개인이 처한 상황에서 가장 유익한 유형을 선택하게 함으로써 학업과 운동에 대한 동기부여와 자신의 미래에 대하여 스스로 책임지는 자세를 배양할 수 있도록 하고 나아가서는 올바른 스포츠 영재 육성과 스포츠 문화를 형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2020년도 교수신문에서 아시타비(我是他非)라는 사자성어를 제시한 바 있다. 나는 맞고 너는 틀렸다는 의미다. 이러한 접근은 공명정대한 방안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다. 함께 성찰함으로써 극세척도(克世拓道)의 마음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 길을 개척해 나가자.

[이종록 기자 rokjongkk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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