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애비뉴Q'

지친 영혼들을 위로하는 통쾌한 돌직구
기사입력 2013.09.01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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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모습(제공-설앤컴퍼니)

여기 저기서 살기 힘들다는 말이 들린다. 장기 불황에 들어간 경제, 꽉 막힌 정치, 활력을 잃은 젊은이들, 늘어나는 우울증 환자들....

8월 23일부터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애비뉴Q>는 이 모든 답답함을 한여름 팥빙수처럼 날려버리는 작품이다. 19금 뮤지컬이지만 생각보다 강도는 높지 않았다. 평소 말하기 어려웠던 소재인 야동, 동성애, 청년실업, 인종차별 등을 통쾌한 돌직구로 풀어나가는 게 이 작품의 매력이다. 사람이 손을 넣어 조종하는 인형인 퍼펫과 배우들의 환상적인 호흡도 무척 뛰어나다.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로운 장면들이 이어져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점도 눈에 띈다. 영어를 절묘하게 번역한 자막도 볼거리다. 한국적 상황을 적절하게 넣은 것도 재미있다. 특히 전두환 前 대통령, 북한 김정은, 노홍철을 풍자한 개그가 큰 웃음을 준다.

아름답고 현대인들의 고민을 담아낸 넘버들도 놓치면 안 된다. <엿 같은 내 인생>, <인터넷은 야동용>, <오늘 난 노팬티>, <겨우 종이 한 장 차이> 등 상황에 맞는 넘버들이 관객들에게 공감을 준다. 특히 소울메이트를 찾는 순진한 유치원 교사 케이트 몬스터, 음탕한 클럽가수 루시 1인 2역을 소화한 칼리 앤더슨은 무척 아름답고 매력적이다. 칼리 앤더슨의 매려적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을 보러 온 관객들은 돈이 아깝지 않을 듯하다. 니콜라스 던컨, 나오코 모리, 크리스 카즈웰 등 다른 배우들도 충분히 자기 몫을 해낸다.

이 작품의 매력은 웃기다가도 그 속에 담겨 있는 교훈이 묵직하다는 데 있다. 청년실업을 겪고 있는 젊은이들의 애환, 진정한 친구를 찾는 케이트 몬스터의 소망 등이 힘든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의 고민을 위로해준다. 마지막 장면에 흐르는 넘버 <잠시뿐>(For now) 가사처럼 고통도 인생이란 긴 항해에서 한순간일 뿐이다란 소중한 교훈을 전달하고 있다. 단순한 뮤지컬이 아니라 인생의 철학을 느끼게 해주는 깊이 있는 작품이다.

뮤지컬 <애비뉴Q>는 <북 오브 몰몬>으로 토니상을 수상하며 '브로드웨이의 악동 콤비'란 별명을 얻은 로버트 로페즈와 제프 막스의 작품이다. 최근 10년간 가장 큰 화제를 일으킨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2003년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초연 후 72회 만에 브로드웨이에 입성한 기록적인 작품이다. 4년간 매진 행렬을 이어갔으며, 7년간 박스오피스 톱10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뉴욕에서 가장 집 값이 싼 가상 지역인 <애비뉴Q>를 무대로 사회 초년생 프린스턴, 유치원 보조교사 케이트 몬스터, 글래머 클럽 가수 루시, 월스트리트 투자전문가 로드와 그의 룸메이트 니키, 포르노 중독자 트레키 몬스터, 코미디언 지망생 브라이언과 그의 약혼녀 크리스마스 이브, 왕년에 인기아역스타 게리 콜먼 등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그렸다. 지난 8월 23일 개막해 10월 6일까지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5만~13만원, 1577-3363  
[김종권 기자 kjk2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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