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로 이용웅 칼럼] 북한의 7월 27일과 세계 각국의 전승절(戰勝節)

기사입력 2022.07.26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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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월간 조선-위대한 령도, 승리의 7.27.jpg
북한 월간 조선 2011년 7호-위대한 령도, 승리의 7.27

 

[선데이뉴스신문=이용웅 칼럼] 북한의 홍보 월간지 <조선>은 “위대한 령도, 승리의 7.27”이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습니다. 이 기사는 “조국해방전쟁승리의 날인 7월 27일을 맞을 때마다....미제가 조선전쟁에 저들과 남조선괴뢰군만이 아닌 일본과 15개 추종국가의 무력까지 동원하였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는 ‘허위사실 유포’로 시작됩니다. 이 글은 “나라가 해방되여 5년, 공화국이 창건되고 인민군대가 정규군으로 된지 겨우 2년밖에 안 되는 청소한 조선과 100여 차례의 전쟁에서 패전을 몰랐다는 미제와의 대결은 우리 군대와 인민에게 엄혹한 시련이 아닐수가 없었다.”로 이어졌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전쟁을 일으키다니... 


그리고 “조선전쟁을 도발한 장본인인 미국대통령 트루맨의 신세도 달리 될수 없었고 제2차세계대전시기 련합군의 총사령관이였던 미국대통령 아이젠하워의 <신공세> 기도도 박살났다. 결국 미제는 전쟁에서 패배를 자인하고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에 조인하지 않으면 안되였던 것이다. 제국주의 련합세력에게 심대한 군사 정치적 패배를 안겨준 조국해방전쟁의 승리는 오늘 김정일령도자의 선군령도와 더불어 빛나게 계승되고 있으며 우리 군대와 인민은 앞으로도 오직 백승의 한길로만 줄기차게 전진해 나갈 것이다.”로 끝을 맺었습니다. 


1953년 7월27일 북한·중국·유엔사 대표가 서명한 정전협정서.jpg
1953년 7월27일 북한·중국·유엔사 대표가 서명한 정전협정서

 

한국전쟁(1950.6.25-1953.7.27)에서 미군 54,246명이 목숨을 잃었고, 8,176명이 여전히 실종처리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2009년, 미국 상·하 양원 의회가 7월 21,24일 한 법안을 통과시킨 사건(?)이 있었습니다. 즉 '한국전쟁 참전용사 인정법안'입니다. 그때 2009년 7월 27일 오전에 오바마 대통령이 "조기게양"을 임시조치로 지시했습니다. 따라서 미국의 모든 연방정부 기관들은 모두 7월27일에 조기를 게양했습니다. 미국의 국가 기념일이 1년 365일 중에 총 19일이 되는데, 미국에선 5월 마지막 주 월요일의 참전용사 추모일(Veterans Memorial Day)과 7월 27일 (한국전쟁 정전일: Korean War Armistice Day)에 조기게양을 했습니다.


북한은 이때가 되면, 다채로운 행사를 펼칩니다. 그런데 2022년에 새로운 소식! 한 현지 소식통은 북한은 [6.25-7.27 반미공동투쟁월간]을 선포하고 청년들에게 반미교양과 전쟁의식 고취에 주력하고 있지만 청년들의 반응은 냉담하다고 밝혔습니다. 함경북도 무산군의 한 소식통은 7월 24일, 소식통은 “올해도 6.25전쟁 72주년을 맞으며 공장 기업소 문화회관과 정문 앞에는 미제가 또 다시 전쟁을 일으킨다면 청년들이 앞장 서 전쟁도발자들을 무찌르고 최고존엄을 지켜내자는 선전화와 반미구호들이 나붙어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그러나 요즘 청년들은 외국방송을 몰래 들으며 6.25전쟁 도발은 미국과 남조선이 아니라 우리가 일으켰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다 미국은 세계적으로 강대국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 반미교양과 계급교양이 먹혀들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물론 매년 열린 행사는 되풀이 되고 있습니다. 가령 직총중앙노동자 예술선전대와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 기동예술선동대 합동공연 '영원할 우리의 7.27'이 지난 22일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 문화회관에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7월 23일 보도했습니다. 


사전은 “침략(侵略.侵略)”을 “남의 나라에 처들어가 자주권을 짓밟으며 략탈을 하는 것. 무력침략, 경제적 침략, 사상문화적 침략과 같은 것이 있다. 침략과 략탈은 제국주의의 본성이며 제국주의의 침략적 본성은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는다.”라고 하고, “침략군대”를 “=침략군/ 제국주의 침략군대는 다른 나라에 대한 침략과 략탈을 일삼고 인민을 살육하는 것을 본능으로 삼으며 소수의 착취계급을 위하여 복무하는 반인민적 군대이다.”라고 했습니다. 놀랍게도 이렇게 어휘를 설명한 사전은 북한이 자랑하는 <조선말대사전 3>입니다. 어쩌면 그렇게도 반대로 설명을 했는지 놀라울 뿐 입니다. 북한은 자신들이 위 설명의 주인공임을 스스로 밝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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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협정 이후 남북주요일지-연합뉴스 자료

 

이제부터라도 북한은 남침을 인정하고 “조국해방전쟁승리의 날”이라는 말을 쓰지 말아야 합니다. 내년부터 남‧북한 모두 한국전쟁 정전일(Korean War Armistice Day)이라고 하면 어떨까요? 1953년 7월 27일는 결코 남‧북한 모두의 ‘승리의 날’이 아닙니다. 이제라도 북한이 잘못을 사죄하고 6.25로 목숨을 잃은 모든 이들을 추모해야 하는 날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조선로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2022년 7월 18일 “우리의 자위적 핵억제력은 믿음직하고 효과적”이라며 국방력을 과시하고 나섰습니다. 신문은 1면에 실은 “무적의 힘을 천백 배로 다지자”는 정론에서 국방력 강화 행보의 정당성과 의미를 부각하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신문은 6·25전쟁 당시 '미제 침략자들' 때문에 '참혹한' 피해를 입었다고 전하며 “다시는 이 땅을 그 어떤 원수도 감히 넘볼 수 없는 무적의 힘을 비축한 불패의 강국으로 안아 올리는 게 우리 인민의 신념이고 의지”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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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로동신문(7.18)-북한 전승절-'반미 공동투쟁 월간'(6월25일~7월27일)

 

전승절! 승전국들이 제2차 세계대전 승리를 기념하는 날! 전승절(戰勝節)이란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는 날! 대개 제2차 세계대전 승전국이 승리를 기리는 날로 나라마다 날짜는 조금씩 다릅니다. 중국과 타이완은 일본의 항복 문서가 접수된 9월 3일을 전승절로 기념합니다. 타이완의 경우 전승절 기념일에 3일 연휴를 가지며, 중국은 2014년부터 9월 3일을 전승절로 기념하고 2015년 법정 휴일로 지정했습니다. 중국은 특히 2015년 전승절을 ‘항일전쟁 승리 및 세계 반파시즘 전쟁 승리 70주년(抗日战争暨世界反法西斯战争胜利70周年)’으로 정하고 열병식(閱兵式) 등 여러 행사를 진행합니다. 북한은 7월 27일을 “우리 인민의 제2의 해방날”인 “전승절(戰勝節)”이라고 합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항복 문서에 서명한 날인 9월 2일을 ‘대일 전승 기념일(Victory over Japan Day)’로 정했습니다. 유럽의 경우 5월 8일을 ‘유럽 전승 기념일(Victory in Europe Day)’로 정해 기념하는데, 5월 8일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독일이 항복을 선언한 날입니다. 러시아를 비롯한 옛 소련 소속의 나라들은 모스크바 시간을 기준으로 5월 9일을 전승 기념일로 정해 관련 행사를 진행합니다. 7월 27일은 한반도의 ‘정전협정일’이지 전승절도 아니고, 전패절(戰敗節)도 결코 아닙니다. 북한의 “조국해방전쟁승리의 날”은 사기꾼들의 망언(妄言)이며 헛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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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魯 李龍雄/ 명예석좌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선데이뉴스신문/상임고문/

한반도문화예술연구소 대표/



[이용웅 기자 dprk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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