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철면피들 혈세잔치

기사입력 2010.03.18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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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일본 홋카이도 유바리시 시장이 시의회에 나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자력으로 재건하기 어려워서 지방자치단체 파산 신청을 하기로 했습니다.” 632억엔(¥)의 빚을 감당 못해 파산할 수밖에 없다는 선언이었다.

 방청석을 메운 시민들 사이에서 야유와 한숨이 터져 나왔다.

파산 결과는 참혹했다. 12만이던 인구가 파산을 앞두고 빠져나가 1만 2000명으로 떨어졌다. 절반으로 줄어든 공무원들은 한 해 1000시간 넘게 야근을 하면서도 한 푼의 수당도 받지 못했다. 탄광 2개를 거느린 유바리는 홋카이도의 대표적 석탄 산지로 번창하다 1980년대 탄광산업이 쇠퇴하자 관광산업으로 눈을 돌렸다. 스키장·호텔·리조트·역사촌·석탄박물관 등 47개 관광 사업에 176억엔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1994년 일본의 거품 경기가 가라앉고 관광객이 크게 줄면서 재정이 파탄나 빚더미에 앉았다. 2007년부터 정부 관리 아래 적자를 줄이려고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일본엔 파산까지는 아니지만 재정 위기에 몰려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한 지자체가 많다.

오사카의 모리구치시도 2004년 직원 급여를 줄여 적자 탈출에 나섰다. 미국에선 가장 부유한 주라는 캘리포니아가 작년 6월 돈이 없어 죄수들을 형기도 마치기 전에 석방해야 했다.

하와이는 작년부터 한 달에 사흘씩 공무원들을 강제로 휴가 보내고 있다. 부산광역시 남구가 작년 말 지자체 처음으로 월급 줄 돈이 없어 지방채를 발행해 20억 원의 빚을 냈다고 밝혔다. 이 돈으로 환경미화원 인건비와 퇴직금 11억 원, 공무원 연가 보상비 3억 7000만 원 등을 매웠다.

 남구는 부동산 값이 내리면서 재산세 같은 세입과 정부 지방교부금이 크게 줄어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사정은 다른 지자체도 비슷한데 왜 남구만 빚을 졌는지는 설명하지 못했다.

남구는 2005년부터 437억 원을 들여 새 청사를 짓고 체육센터 등을 세우느라 몇 년 사이 120억 원을 빌려 썼다고 한다. 부산시는 “그 바람에 예산 운용에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 고 했다. 1995년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수천 억 짜리 호화 청사를 짓거나 전시성·선심성 행사에 예산을 허루루 쓰는 곳이 수두룩하다.

검찰소환을 앞두고 자살한 오근섭 전 양산시장은 선거 자금으로 빌린 60억 원을 갚기 위해 뇌물을 받아왔다고 울산지검이 밝혔다.

오 전 시장은 2002년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후 선거 빚에 시달리다가 2003년 땅을 담보 잡히고 모 저축은행에서 59억 원을 대출받고, 그는 비슷한 시기에 친지들에게서도 2억 원을 빌렸다.

 오 전 시장은 묵은 선거 빚을 갚기 위해 진 새 빚을 갚으려고 2004년 6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되고는 부동산 개발업자들에게 양산시 성북면 일대 땅이 도시기본계획에 포함될 예정이라는 정보를 흘려주고 9차례에 걸쳐 24억 원의 뇌물을 받았다.

또한 사돈에게 빌린 22억 5000만 원 짜리 어음을 활인해 돈을 만들어 2004년 선거 빚의 일부를 갚았지만 석달 뒤 다시 돌아온 어음 만기에 쫓기게 되자 뇌물을 받고 도시계획정보를 흘렸다고 한다. 2002년 선거에서 낙선했던 오 전 시장은 2004년 보궐선거에 이어 2006년에도 시장으로 당선됐다. 그가 한 번 선거 때마다 수십억 원의 돈을 뿌려댔다면 유권자 18만 명의 양산 선거는 돈으로 범벅이 된 선거였다는 말이 된다.

이런 일이 양산에서만 일어났을까. 2007년 청도군수 재선거 때 돈 받은 혐의로 경찰수사 대상에 오른 주민이 5700명 이었다.

이런 식으로 시장·군수로 당선된 사람들이 자기가 쓴 돈을 벌충하기 위해 개발규제를 해제해주고 관청 공사와 뒷돈을 맞거래 하며 과장·계장 자리를 부하들에게 돈 받고 팔아넘기는 ‘매관매직’을 전국 방방곡곡에서 소리를 내고 굴러가는 지방자치의 타락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나경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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