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김은주 양”젊은이들에게 통일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

기사입력 2013.11.1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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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화) 열린 한반도선진화재단 박세일 이사장의 출판기념회, 주요인사들의 축사가 끝나자, 작고 가냘픈 체구의 여성 한 명이 연단에 올랐다.
 
사회자는 그녀를 “탈북자 김은주 양”이라고 소개했다. 김은주(27세) 씨는 이미 모 TV 방송 프로그램에 여러 번 출연해 낯이 익었다. 최근에는 <11살의 유서>라는 책을 내면서 주요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했었다.
 
그녀는 다소 어색한 억양으로 말문을 열었다. “이렇게 많은 어르신들 앞에 저를 세워주셔서 정말 감사하고요, 솔직히 이렇게 큰 분위기인지 모르고 왔습니다. 들어오는 순간부터 제가 어떤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다 까먹었고요. 지금도 계속 떨리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예상 밖에 많은 청중들을 보고 당황한 듯 보였다.
 
하지만 잠시 후, 북한에서 그리고 한국에 와서 보고 느낀 점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그녀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저는 아홉 살에 공개처형을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봐야 했습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사람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아무것도 느끼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무엇을 느낀다는 것, 그것에 대해 불만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었기 때문에 감정을 나도 모르게 억눌러야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식량난이 닥치면서 할머니가 먼저 세상을 떠나셨고, 할아버지가 떠나셨고, 그다음에 저희 아빠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빠가 살아계실 때 아빠가 정말 미웠습니다. 아빠는 제 책가방을 내다 파셨고요, 어머니가 시집올 때 가져오셨던 이불도 어머니 몰래 훔쳐다가 내다 파셨습니다. 가정의 책임자로서 가정을 먹여 살리지 못하고 그렇게 하시는 아버지를 보면서 아버지를 미워했었는데요.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아빠도 (북한)체제의 희생양이었다는 생각에 아버지가 불쌍하고 그러한 아빠를 미워했던 제가 아버지께 너무 죄송합니다.”    
 
은주 씨는 생활고로 힘들었던 북한에서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아빠의 제사를 도와주러 온 아빠의 친구가 제사음식을 훔쳐먹어 제사를 제대로 치르지 못했던 이야기, 돈이 없어 나무로 만든 아빠의 묘비마저 누군가 땔감으로 팔려고 훔쳐간 이야기.
 
결국, 은주 씨는 아빠의 묘비를 세워드리지 못한 채 어머니 그리고 언니와 함께 탈북해 중국으로 건너갔고, 그곳에서 겪게 된 아픈 기억을 들추었다.
 
“많은 탈북 여성분들이 겪었던 것처럼 저희 어머니도 인신매매를 당하셨습니다. 중국에서 (어머니가) 남동생을 낳고 3년 동안 살면서 한번의 북송을 겪었습니다. 때로는 중국에 있으면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도 있었습니다.… 북송이 되고 나고 알았습니다. 내가 그리워하던 고향이 결코 나를 반기는 사람도 없고, 기다리는 사람도 없고, 기다리는 건 오직 우리를 인간쓰레기 취급하는 것밖에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몰랐습니다. 무엇이 잘 잘못인지. 김씨 일가 때문이지, 아니면 정권 때문인지. 단지 북한에서 들었던 남한 간첩 때문에 식량(배급)이 안됐고, 농사도 안됐고, 미국놈들 때문에 식량이 들어오지 못해서 우리가 먹고살지 못한다는 그것밖에는 몰랐습니다.”        

이어 은주 씨는 2006년 대한민국에 와서야 북한 정권과 김씨 일가의 실체를 깨닫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국정원에서 김정일에 대한 책을 읽고 처음에는 단지 소설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후 많은 객관적인 정보를 얻고 보면서 드디어 북한 정권에 대해서 김일성, 김정일에 대해서 눈을 뜨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잊고 있던 자신의 과거가 어쩌면 과거가 아니라 현재 북한 사람들이 겪고 있는 현실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래서 책을 쓰게 되었다고 말했다.
 
은주 씨는 탈북자들이 북한에서 자신들이 겪었던 이야기를 부끄러워하며 말하려 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탈북자들이 입을 열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통일은 미리 준비해야 하고, 젊은이들에게 통일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이야기를 끝냈다. 
 
“통일을 우리가 준비해서 오는 것일 수도 있지만, 어느 날 우리가 준비하지 않고 계획하지 않은 순간에 갑자기 닥칠 수도 있는 것이 통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랬을 때 우리 대한민국에서는 통일을 어떻게 맞이할지? 그 혼란을 어떻게 겪을지? 정말 걱정스럽습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그래서 이 자리에 오신 많은 분들께 감히 제가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저는(제가) 많은 젊은이들이랑 어울리며 느낀 건데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친구들은 북한에 대한 지식도 없고, 통일에 대한 교육도 기본적으로 받은 것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객관적인지 현실적인지도 의문이고요. 그래서 이 많은 분들께 좀 더 젊은이들을 위한 통일에 대한 교육도 관심을 가지고 노력을 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탈북자들이 여기 있는 한국분들보다 더 힘써서 얘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탈북자라는 이름만으로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니고요. 탈북자분들과 또 남한에 계신 많은 분들이 통일을 위해서 애써주시고 북한의 인권을 위해 애써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연단을 내려가는 그녀의 뒷모습은 여리지만 당당했다.<사진제공/한국인권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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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정 기자 sunday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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