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국민의 한을 풀어준다

기사입력 2010.06.23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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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청은 7월 1일부터 도지사 집무실이 비게 된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이광재 도지사 당선자가 2심에서도 유죄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취임과 동시에 지사의 직무가 정지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도정의 공백 사태다. 내년 7월에 결정되는 겨울올림픽 유치 준비나 원주·강릉 간 복선 전철,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 지정 문제 등 굵직한 지역 현안들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빚더미에 허덕이는 알펜시아리조트는 또 어찌할 것인가! 행정부지사가 지사 업무를 대행한다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 당선자는 대법원 판결에서 벌금 100만 원 이상으로 형이 확정될 경우 도지사직을 아예 내놓아야 한다. 이 경우 보궐선거를 치르기까지 행정 공백이 더욱 길어질 것이다. 강원도는 도정이 표류하지 않게끔 비상체제를 꾸려 대처해야 한다. 행정안전부 등 중앙정부도 협조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대법원은 기존의‘중요 사건 적시처리 방안’지침을 적용해 상고심 재판을 최대한 서두르기 바란다. 지방자치법은 지자체 장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그 형이 확정될 때까지 부지사 등 부단체장이 단체장 권한을 대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02년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돼 7월 1일 취임한 이병령 대전 유성구청장이 구청장 취임 이전 대주주로 있던 회사의 공금을 횡령한 혐의뢰 그 해 9월 1심에서 징역 8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나중에 벌금형으로 낮아질 때까지 5개월간 직무 정지를 당한 적이 있다. 단체장이 불법이나 비리에 연루돼 1·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는 상태에서 직무를 하게 되면 부하들의 지휘·통솔에 권위가 서지 않고 결국 그 피해는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직무정지규정을 둔 이유는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한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돈을 준 것으로 지목된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과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진술이 일관돼 돈을 받지 않았다는 (이 당선자의) 주장을 수용할 수 없고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1심에서도 이와 유사한 취지로 유죄판결이 내려졌으므로 항소심의 선고 결과는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 당선자가 법적으로는 출마가 가능했다고 해도 실제 출마는 신중했어야 했다. 공천을 준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책임 있는 정치인이고 정당이라면 장소를 봐가며 발을 뻗어야 한다. 대법의 최종 판결이 나오려면 2~3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에서도 당선 취소형이 내려진다면 보궐선거를 통해 새 도지사를 뽑을 때까지 짧게는 1개월, 길게는 7개월 정도를 더 기다려야 한다. 1·2심 모두 징역형과 거액의 추징금을 선고받았으니 굳이 법률심이 대법원까지 갈 것 없이 스스로 물러나는 게 도리라는 목소리도 있다. 단체장의 직무정지를 규정한 조항은 이미 2005년에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가 5대 4로 합헌 결정을 내린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최종 판결은 어디까지나 법원 몫이다. 경찰은 이번 선거 당선자 가운데 기초단체장 7명, 광역의원 10명, 기초의원 31명, 교육의원 2명 등 50명을 불구속 입건했고, 광역단체장 2명과 기초단체장 52명을 포함한 177명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유죄 판결을 받아 직무정지를 당할 단체장이나 지방 의원이 계속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직무정지를 둘러싼 법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이제부터라도 논의해봐야 한다. 보궐선거를 치르게 되면 국고에서 수십억 원의 비용이 나가야 한다. 재·보궐선거를 하게 만든 귀책사유를 따져 원인 제공자와 소속 정당이 선거비용을 물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정치의 책임성을 높일 수 있다!

[나경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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