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지구촌의 백인 우월주의

기사입력 2017.11.15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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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택 총재 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칭찬합시다운동본부[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미셀 오바마 여사는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퍼스트레이디로서 국민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백악관을 떠난 뒤 지난달 처음 공개석상에 섰을 때 그는 ‘가장 아팠던 상처’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그러자 작년 11월 한 백인 여성이 자신을 ‘원숭이’로 조롱한 발언을 “가장 지우고 싶은 기억”이라 답했다.

당시 웨스트버지니아주 공공기관에서 일했던 패멀라 테일러는 백악관 안주인의 교체에 대해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품위 있고 아름답고 위엄 있는 퍼스트레이디를 갖게 돼 기운이 난다. 하이힐을 신은 원숭이를 보는 것에 신물이 난다.” 여기에 “정말 빵 터졌다.”는 댓글로 맞장구친 한 소도시 시장은 결국 사임했다. 오바마 여사는 “8년 동안 이 나라를 위해 정말 열심히 일했는데 피부색 때문에 아직도 나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고 개탄했다.

미국 사회의 백인우월주의는 여전히 힘이 세다. 퍼스트레이디조차 피부색으로 인한 인종 차별은 피해갈 수 없다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나치 깃발을 흔드는 백인우월주의 시위대로 인해 촉발된 폭력사태를 봐도 알 수 있다. 3명이 죽고 수십 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면서 버지니아주에는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면에서 드러난 이 지독한 증오와 편견 폭력을 최대한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한다.”고 말했지만 역풍을 맞았다. 이번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백인우월주의를 콕 집어 비판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간 발언이란 지적이다. ‘진화론의 아버지’ 찰스 다윈의 사촌인 프랜시스 골턴은 1883년 ‘인간의 능력과 그 발달 탐구’라는 책을 펴냈다. 사이비 과학으로 분류되는 ‘우생학’의 출발점이다. 독

일의 아돌프 히틀러는 아리안족의 우수성을 강조하며 이를 인종청소의 빌미로 써먹었다. 백인을 신이 선택한 인종으로 믿는 시대착오적 주장이 21세기에 되살아났다는 사실에 등골이 오싹해진다. 불만과 분열을 부추기는 정치 때문일까! 증오와 적개심의 불온한 바이러스가 지구촌을 잠식하고 있다. 인종차별주의자들의 폭력사태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모호한 태도가 비난을 사고 있다. 트럼프는 당일 “‘여러 편’에서 나타난 증오와 편견, 폭력의 지독한 장면을 최대한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한다”고 말했다. 사태의 책임이 인종차별주의자만이 아니라 그 반대편에도 있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더욱이 인종차별주의자들이 명백한데도 이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의 인종 갈등은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 공공장소에서의 흑백 분리와 차별을 규정한 짐 크로법이 1965년까지 존재했다. 하지만 현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정파를 막론하고 인종차별과 그에 따른 폭력을 비난하지 않는 이는 없었다. 트럼프가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그의 인종주의적 편견과 관련이 있다. 주지하듯 트럼프는 첫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가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는 주장을 오랫동안 해왔다.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트럼프는 더 이상 숨어서는 안 된다. 타국을 방문 중인 부통령이 “위험한 비주류 단체는 미국에서 설 자리가 없다”고 하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국내 테러”라고 대리 해명을 하게 하는 것은 민주사회 지도자가 할 일은 아니다. 인종주의 폭력을 무시한다면 누가 인권침해국을 비난하는 트럼프의 말을 신뢰할까. 모호한 태도는 그의 도덕적 리더십을 의심하게 할 뿐이다. 만에 하나 자신의 지지 기반인 백인들, 특히 대안 우파 백인들을 의식한 것이라면 소탐대실이 아닐 수 없다.

세계 지도자로서의 위신이 땅에 떨어진 지 오래지만 지금이라도 단호하고 명백한 입장 표명과 그에 따른 행동을 해야 한다. 그것만이 더 이상 미국의 분열을 막고 실추된 자신의 명예도 회복할 수 있는 길이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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