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뉴스=김종권 기자]정말 어려운 순간이 와도 포기하지 않았던 한 사나이가 있다. 19세 최연소 올림픽 국가대표, 2차 대전 중 전투기 엔진 고장으로 47일간 태평양 표류, 850일간 일본군 전쟁포로를 강인한 의지로 겪어낸 루이 잠페리니 이야기다.
영화 '언브로큰'은 어떤 어려움이 와도 포기하지 않았던 한 사나이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이태리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나 반항적인 어린 시절을 보냈던 루이 잠페리니는 형의 권유로 육상을 시작하게 되면서 올림픽 출전이란 목표를 갖게 된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육상 5천미터에 최연소 국가 대표로 출전해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유망주로 떠오르지만 제2차 세계대전이 터져 공군에 입대한다. 전투기 고장으로 동료 2명과 함께 망망대해 고무보트 위에서 47일 동안 표류하게 되고 삶에 대한 강한 정신력으로 굶주림과 추위, 외로움을 이겨낸다. 동료 1명이 죽고 남은 1명과 함께 적국 일본 함선에 구조돼 850일 동안 지옥 같은 전쟁 포로 생활을 하게 된다.
영화는 루이 잠페리니의 기적 같은 여정을 담담히 보여준다. 특히 고무보트 위에서 47일 동안 표류하는 장면은 무척 강렬하다. 관객과 배우가 함께 바다 위에 떠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루이 잠페리니와 동료들이 알바트로스(신천옹)를 산 채로 잡아먹고, 물고기를 날로 잡아 먹는 장면은 무척 사실적이다. 루이 잠페리니(잭 오코넬)가 일본군 포로수용소에서 와타나베 상사(미야비)에게 당하는 무자비한 구타와 학대는 일본의 잔인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다만 원작에 나왔던 성노예, 일본군이 인육(사람 시체)을 먹었다는 부분은 다루지 않아 아쉽다.
영화는 마치 1920년대와 40년대를 관객이 체험하는 듯한 사실성을 보여준다. 거대한 규모와 꼼꼼하게 재현한 고증도 인상적이다.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았던 루이 잠페리니의 강인한 정신력과 삶에 대한 의지는 깊은 감동을 준다. 조금 어려운 일이 있으면 금방 포기하는 현대인들(특히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 영화가 주는 교훈은 상당하다.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서 어려운 지금 대한민국 국민들이 이 영화를 꼭 봐야 하는 이유다. 아울러 광복 70주년을 맞은 올해 독일처럼 과거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 일본의 몰염치함을 그대로 볼 수 있는 소중한 작품이다.
또한 자신을 학대했던 일본군 가해자들을 찾아가 용서했던 루이 잠페리니의 모습은 '복수보다 용서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실화가 주는 감동은 다른 영화와 다르다는 것을 '언브로큰'은 말해주고 있다.
안젤리나 졸리의 세 번째 연출작이다. 잭 오코넬, 돔놀 글리슨, 가렛 헤드룬드 등 출연, 15세 이상 관람가, 137분, 1월 7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