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뉴스신문= 김종권 기자] 프랑스 대혁명을 배경으로 한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언제 봐도 슬프다. '마리 앙투아네트' 비극적 최후와 연인 '악셀 폰 페르젠 백작'과 슬픈 사랑, '진정한 정의는 무엇인가?' 란 묵직한 주제가 계속 남는 감동적인 뮤지컬이다. 2014년 초연, 2019년 재연, 2021년 삼연, 올해 10주년 기념 공연까지 '마리 앙투아네트'를 보면서 볼 때마다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다.
꽃샘추위가 심하던(더위 타는 나도 약간 추위를 느꼈다) 3월 8일 저녁 '마리 앙투아네트'를 관람했다. 이번 10주년 기념 공연을 끝으로 개선 작업에 들어가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두 눈을 크게 뜨고 관람했다. 하나라도 놓치기 싫어 배우들 노래, 연기, 몸짓 하나 집중했다. 뮤지컬을 보면서 이렇게 집중하긴 처음이다. 마침 6열이라 배우들 얼굴이 자세하게 보여 큰 도움이 되었다.
이번 10주년 기념 공연은 볼거리가 무척 많았다. 18세기 프랑스를 그대로 재현한 무대(미술 잘 모르지만 색깔이 예쁘다), 화려한 의상(제작비가 많이 들었을 것이다), 배우들 열연(모든 배우들이 잘했다) 등 10주년 기념 공연다운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졌다. 3월 8일이 국제 여성의 날이라 그런지 '마리 앙투아네트' 역 이지혜, '마그리드 아르노' 역 이아름솔 두 여배우 연대(우정?)가 뜻깊게 다가왔다.
지난해 '엘리자벳' 때도 이지혜 회차를 봤지만 그 때보다 발전한 연기와 노래가 돋보였다. 특유 따뜻한 목소리(성악 발성이 매력적)와 우아한 분위기(귀족 느낌), 아들이 끌려가는 모습에 울부짖는 그녀 연기는 모든 관객을 울렸다. 나 역시 안구건조증 심해 눈물이 잘 안 나오는데 3월 8일 이지혜 연기 보면서 눈물이 나왔다. 지난해 '엘리자벳' 논란을 겪으면서 한층 성숙해진 느낌이다. 한국 뮤지컬을 이끌 여배우 이지혜를 비판하는 일부 뮤덕들은 그녀를 긍정적인 시선으로 봐줬으면 한다.
2022년 창작 뮤지컬 '실비아, 살다'에서 강한 여자 '빅토리아' 역으로 나왔던 이아름솔을 처음 봤는데 이번에 대극장 주연으로 첫 발탁돼 무척 뿌듯하다. 신인 배우가 성장하는 모습은 항상 보기 좋다. 8일 '마리 앙투아네트'에서도 강렬한 이아름솔 눈빛이 인상적이었다. 이지혜 따뜻한 눈빛과 이아르솔 강한 눈빛이 묘한 대조를 이뤘다. 2막 '마그리드 아르노'(이아름솔)가 사형장으로 올라가다 넘어진 '마리 앙투아네트'(이지혜)를 일으켜 주는 장면이 무척 슬펐다. 그 장면에서 관객들 모두 숨소리도 내지 않고 집중했다. 뮤지컬을 여러 번 봤지만 나도 이런 적은 처음이다. 두 눈 크게 뜨고 집중하게 되는 슬픈 장면이었다.
내가 EMK 뮤지컬을 좋아하는 이유는 사랑 이야기를 적절하게 넣기 때문이다. 대중들이 좋아하는 서사를 잘 활용하는 기획사가 EMK다. '마리 앙투아네트'와 연인 '악셀 폰 페르젠 백작' 슬픈 사랑 이야기는 2014년 초연부터 계속 기억에 남는다. 내가 사랑 이야기를 좋아해 그런 듯하다. 슬픈 사랑 이야기라 계속 집중하게 되고,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도 생각나는 장면이었다.
사랑 이야기도 슬프지만 더 슬픈 것은 비참한 프랑스 민중들 상황이었다. 빵이 없어 굶주리는 프랑스 민중들 모습은 현재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에 시달리는 한국인들 상황과 다르지 않다. 빈부 격차는 점점 심해지고, 신분 상승은 어렵다. 정치인, 경제인, 고위 공무원들은 비리를 저질러도 금방 사면되고, 서민들은 생계형 절도(빵, 과자, 라면, 우유 등)를 저질러도 벌금형, 징역형에 처해진다. 뭔가 공정하지 않다. 법은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하는데 단지 법전에서만 가능하다.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를 보면서 지금 우리 상황과 정말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정한 정의는 무엇인가?' 묵직한 주제를 관객들에게 던지는, 한 번쯤 생각해보게 하는 감동적인 뮤지컬이다.
4월 총선을 앞둔 정치인들이 이 작품을 많이 봤으면 한다. 국민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이 작품을 보면서 알았으면 한다. 금방 깨달을 사람들도 아니라 많은 기대는 안 하지만.
이번 10주년 기념 공연을 보면서 앞으로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올 '마리 앙투아네트'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몬테크리스토', '모차르트!'처럼 새롭게 다듬어 관객을 만날 '마리 앙투아네트' 다음 모습이 어떨지 궁금하다.
정의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10주년 기념 공연은 오는 5월 26일까지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관객을 만난다. 김소향, 이지혜, 옥주현, 윤공주, 이아름솔, 이해준(이병오), 윤소호(이정훈), 백호(강동호), 민영기, 김수용, 박민성(박성환), 이한밀, 손의완, 윤선용, 문성혁, 윤사봉(윤수미), 최나래 등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