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뉴스신문=정성남 기자]대선레이스가 중반을 넘어서고 있는 가운데 5당 후보들은 25일(어제) TV토론에서 일자리 해법과 북핵 책임론 등 정책 분야는 물론 막판 변수인 후보 단일화 문제를 놓고 전방위 충돌했다.
이날 밤 8시40분부터 JTBC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가 방송됐다. 토론 형식은 시간 총량제 자유토론과 각 후보들의 주도권 토론으로 나눠졌다. 시간총량제 자유토론은 한 사람 당 정해진 시간 속에서 주장, 반론, 재반론의 형식으로 진행됐다. 주제는 두 가지로 최근 불거진 경쟁 불평등 및 사회 양극화 해법, 그리고 안보 논쟁 등이다
손석희 앵커는 토론이 시작되자 "공교롭게도 옛날에 같은 당이었던 분들이 마주보고 앉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홍준표 후보는 심상정 후보와 마주앉은 손석희에게 "옛날에 통진당이었나보죠?"라고 물어 웃음을 자아냈다.
안철후 후보는 토론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지난 토론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을 직접 언급하며 "실망감이 크다"며 "그간 토론에서 과거 얘기만 하다 끝났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미래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과거 얘기만 했다. 저부터 책임감을 느낀다"고 자평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민간보다는 공공 역할을 강조한 해법을 제시한 반면, 국민의당 안철수·자유한국당 홍준표·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기본적으로 일자리가 민간의 영역이라는 데 방점을 뒀다.
문 후보는 "계속 민간에 맡기자면 일자리 문제를 그대로 가자는 것과 똑같다. 국가예산을 가장 소중하게 써야 할 곳이 일자리"라고 했고, 심 후보도 "지금 같은 저성장 시대에 일자리를 민간에만 맡긴다는 것은 고용절벽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홍 후보는 "정부 역할은 강성귀족노조를 없애고 기업으로 하여금 자유롭게 투자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했고, 안 후보와 유 후보도 "민간이 주도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북핵 등 한반도 안보위기의 책임을 놓고서도 문·심 후보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홍·유 후보는 김대중(DJ)·노무현 정부를 각각 원인 제공자로 지목하며 날 선 신경전을 벌였다.
경제와 안보 분야의 쟁점 토론이 '2대3' 또는 '2대2'로 펼쳐진 복식 대결이었다면, 개별 후보 간 국지전은 한 치도 양보없는 태도로 상대를 몰아붙이는 난타전을 방불케 했다.
우선 홍 후보는 문 후보의 저서 '문재인의 운명'의 구절을 인용해 "미국의 패배와 월남의 패망이 진실의 승리냐. 공산주의가 승리한 것인데 희열을 느꼈다는 건가"라고 추궁한 뒤 '일심회' 사건을 거론하면서 "문 후보가 비서실장을 할 때 간첩단 수사를 막았다"고 말했다.
그러자 문 후보는 "나는 청와대에 있지도 않을 때다. 왜 이렇게 거짓말을 하느냐"고 강하게 반박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 일가 640만 달러 수수 의혹을 놓고 홍 후보가 재수사와 환수를 요구하면서 "수사 기록을 보면 노 전 대통령이 박연차에게 직접 요구했다고 돼 있다"고 했고, 문 후보는 언성을 높이며 "허위를 늘어놓고 그 전제 하에 질문하는 게 아니냐. 돌아가신 고인을 그렇게 욕보이느냐"고 반격했다.
토론의 대미를 장식한 것은 이날 바른정당에서 제기한 홍 후보, 안 후보, 유 후보의 단일화 논란이었다.
사실상 비문(비문재인) 후보 단일화로 선거 막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됐으나, 대상 후보들은 저마다 완주를 다짐하며 선을 그었다.
이 문제를 꺼낸 쪽은 단일화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문 후보였다.
단일화에 대한 생각을 밝혀달라는 문 후보의 공통 질문에 유 후보는 "단일화하지 않는다"고, 안 후보는 "그럴 일이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홍 후보는 "나는 생각도 없는데 바른정당 존립이 문제가 되니까 한 번 살아보려고 하는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 속에 다소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한편, 토론이 벌어진 3시간 내내 후보 간 신경전 역시 치열했다. 이날 과거사와 정책 공약 등을 두고 서로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면서 감정싸움으로 번지기도 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뇌물 수수 여부를 두고 또 다시 날을 세웠다.
홍 후보가 문 후보에게 "아니, 거기 수사기록을 보면 그 당시 중수부장이 이야기한 것은 노무현 대통령께서 돈을 박연차한테 직접 전화해서 요구했다고 돼 있습니다."라고 말하자 문 후보는 "이보세요! 제가 그 조사 때 입회했던 변호사입니다."라고 답했다. 이에 홍 후보는 "아니, 말을 왜 이렇게 버릇없이 해요. 이보세요라니."라는 설전이 오갔다. 또한 "동성애에 반대하느냐"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물음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또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문 후보의 공공일자리 공약과 관련한 재원 문제를 집중적으로 지적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유 후보는 이날 문 후보에게 "계산도 제대로 안 해보고 재원을 너무 낮춰 잡은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어서 한 번 좀 점검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자 이에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더 자세한 내용은 제 생각에는 우리 유 후보님이 우리 정책본부장하고 토론하시는 게 좋겠습니다."라고 답하여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에 유승민 후보는 문재인 후보가 앞서 했던 "정책 본부장과 얘기하는 게 좋겠다"는 말을 다시 언급하며 "그게 무슨 태도인가"라며 "문재인 후보의 일자리 공약이 대표 공약이다. 4조 2000억원 나누기 일자리 81만개를 하면 월 40만원 수준의 일자리를 어떻게 만드냐고 했는데 캠프 정책 본부장과 이야기하라는 토론 태도가 어디 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유 후보는 문 후보에게 한·미 동맹 약화의 책임론을 놓고 공방을 벌이다 유 후보가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이라는 말의 뜻을 아느냐고 묻자 문 후보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
홍준표 후보는 안철수 후보가 뉴딜 정책으로 청년 일자리 110만개를 어떻게 만들 계획이냐고 묻자 "그건 실무진에서 만들지, 일자리 개수를 세는 게 대통령이냐"고 되물었다.
안철수 후보는 심상정 후보가 "안렙에서 임금 계약을 포괄임금제로 해왔다는 보도가 나왔다"고 하자 이 같이 답했다. 심상정 후보는 안철수 후보의 이 같은 말에도 "지난 1995년부터 2012년까지 직접 운영하셨다"며 "안렙 직원들이 포괄임금제를 10주년동안 했다고 한다. 확인해주셔야 한다. 대주주로 계신 안렙에서 포괄임금제를 계속해왔다는 점에서 충격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손석희 앵커는 문재인 후보가 내각 인선 최우선 원칙에 대해 말하다 "그때 혹시 손 사장님이 국민추천 높이 받으시면 사양 안하셨으면 좋겠다"고 제안하자 "그 이전에 사양하겠다"고 재치 있게 응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