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뉴스신문=한태섭 기자]국정농단 사건에서도 논란이 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판결이 나왔다. 삼성물산 합병의 적법성을 둘러싸고 2년 가까이 이어진 법적 다툼에서 삼성이 기선을 제압한 셈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6부(재판장 함종식 부장판사)는 19일 삼성물산의 옛 주주였던 일성신약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합병무효소송(2016가합510827)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삼성물산 합병에 총수의 지배력 강화 목적이 수반됐다고 해서 합병 목적이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합병 비율이 주주들에게 불리했다고 단정할 수 없고 합병 비율이 다소 주주들에게 불리했다고 해도 현저히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합병에 대한 찬반을 결정하기 위한 과정에서 보건복지부나 기금운용본부장의 개입을 알았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며 "공단의 합병 찬성 의사표시는 내부 결정과정의 하자 여부와 상관없이 적법하고, 하자로 인한 손실이 있다면 공단의 내부적인 법률관계로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일모직의 우선주에 대한 합병가액을 산정하면서 합병비율을 우선주에 대하여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합리적인 범위 내에 있는 우선주 합병비율 산정방식"이라며 "그 결과 우선배당금 총액이 감소하게 된다는 사정만으로 구 삼성물산 우선주주에게 종류주주총회의 결의를 요하는 손해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삼성물산은 2015년 7월 주주총회에서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결의했다. 이에 일성신약과 일부 소액주주는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합병 비율을 결정했다"고 합병에 반대하며 보유 주식매수를 회사에 요구했다.
삼성물산은 회사 주가를 바탕으로 1주당 5만7234원을 제시했으나 일성신약 등이 거부하면서 소송으로 이어졌다.
이 사건은 국정농단 사건과 맞물리면서 1년 8개월만에야 판결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당초 지난해 12월 선고하려 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거액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그룹 전·현직 임직원들의 형사재판 결과를 지켜본 뒤 결론을 내리겠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1심에서 뇌물공여 등의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5년을 선고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