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뉴스신문=김건우기자] 이 영화 '베놈'에 대한 관객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뉠 것이다. '베놈' 코믹스(만화책)를 본 사람과 안 본 사람. 북미에서 생각보다 큰 혹평을 당한 것도 그곳에는 마블 코믹스를 본 독자들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의견은 외계 생명인 심비오트가 너무 가벼운 캐릭터로 보인다는 것이다. 코믹스에서는 안티 히어로 혹은 히어로 빌런으로서의 복잡한 심리적 고뇌와 갈등, 캐릭터 딜레마가 전반적으로 깔려 있는 반면 영화 속 베놈은 어딘가 단순하고 가볍고 유쾌하기까지 보이기 때문에 '베놈' 코믹스 골수 팬 사이에서는 실패작이라는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면 코믹스를 접하지 않은 사람들 입장에서는 어떨까? 특히 우리나라의 많은 관객들은 초반 설정의 지루함만 지나고 나면 심비오트와 에디 브룩(톰 하디)의 캐미 폭발과 연이은 화려한 비주얼 액션에, 재밌고 유쾌하다는 반응이 많은 편이다. 흉칙한 외계 생명체와 에디가 머리 속에서 농담을 주고 받다가 서로를 조금씩 이해해 가는 과정도 오히려 어둡지 않아 흥미롭게 다가온다는 의견. 특히 샌프란시스코 시가에서 벌어지는 오토바이 액션이 베놈의 비주얼 캐릭터를 가장 잘 설명해 주는 즐거운 장면일 것이다.
다만 스토리 전반에서는 역시 약점이 많이 보인다. 마치 인류를 멸망시킬 것 같은 무시무시한 악당으로 보이던 심비오트가 에디 브룩과 교합이 된 순간부터는 농담을 툭툭 날리기 시작하더니 큰 계기도 없이 지구를 지키겠다는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는 것 등이 개연성이 부족하고 그 지점에서 스토리 자체가 툭 끊겨버린 느낌이 든다.
톰 하디가 어느 인터뷰에서, 최종 편집본에서 30분 정도 잘려나간 장면에, 가장 인상적인 내용이 있다고 언급을 한 것으로 보아 아마 거기에 심비오트 캐릭터에 대한 더 디테일한 설명과 심경 변화를 일으키는 계기 등이 나와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중국 대자본의 요구에 따른(중국 개봉을 염두에 둔) PG-13등급으로의 완화에 따른 영향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애초에 영화는 R등급(청불)으로 촬영을 하였다가 등급을 완화하면서 최종 완성본이 달라졌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다른 마블 히어로영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러닝 타임(107분) 등은 영화를 좀 더 심도있게 살펴보고자 하는 관객들에게는 아쉬움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1편의 스토리 약점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히어로 무비에서) 접하지 않았던 독특한 이종교합 캐릭터의 탄생과 '베놈'의 빌런 히어로가 된 배우 '톰 하디'에 대한 지지와 기대감 덕분에 다음편이 기다려지는 (한국) 관객들이 많을 것이다. 다음편에서는 '데드풀' 처럼 어떠한 눈치(자본)도 보지 말고 캐릭터 본연에 충실해 스크린을 종횡무진, 마음껏 날 뛰는 매력적인 '베놈'과 에디 브룩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