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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칼럼니스트 양태호 칼럼] "쌀 한 가마니"
[군사칼럼니스트 양태호 칼럼] "쌀 한 가마니"
[선데이뉴스신문 양태호 칼럼]1998년 여름이었을 것이다. 당시 나는 철원지역의 전방 수색대대장이었고. 하루는 사단의 작전참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는 나의 대대장 전임자였고 성당의 신자였다. 사단의 신부님이 쌀 한 가마 정도 필요하다니 부대에 남는 쌀을 지원해 주라는 것이었다. 방학이라 서울에서 신자 학생들이 전방의 부대 성당을 방문하여 1박 2일 수련회를 갖기에 쌀이 많이 필요하였다. 그래서 신부님은 별생각 없이 신자인 작전참모에게 부탁하였고 참모는 같은 신자이고 후임자인 나에게 요청한 것이다. 난감했다. 부대 사정을 훤히 알고 있는 전임자의 부탁이었고 나 또한 천주교 신자인데 흔쾌히 처리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부대에 남는 쌀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사실 쌀은 남아돌아 문제였으니. 하지만 남는 쌀이라고 지휘관 맘대로 처리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성당의 '쌀 손님'이 병사들이었으면 그래도 덜 고민했을 것이다. 어차피 병사들 먹일 쌀인데 우리 부대 병사가 아니라도 남는 쌀 줄 수도 있지. 그런데 병사가 아니라 학생이라면... 지휘관의 재량으로 처리할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신부님께 전화해서 사정 얘기를 하고 '못 주겠다' 하자니 나의 난처함을 신부님께로 되돌리는 것 같고. 이런 사정 고민 없이 부탁한 전임자 사단 참모가 야속했다, 결국 아내와 상의하여 농협에 가서 쌀 한 가마를 사와 성당에 보내 주었다. 헌금한다는 생각으로. 보내면서 부대의 남은 쌀이 아니라 내 개인 돈으로 산 쌀이라는 것을 분명히 밝히라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일이 되풀이 될 것 같아서.... 하기사 우리 부모님도 우리가 집에서 먹는 밥은 부대에서 공짜로 쌀을 가져와 지어 먹는다고 생각하셨으니까. 작고 사소한 일이지만 공과 사를 구분하지 않으면 오해가 생길 수 있다. 오해는 신뢰에 금을 가게 하고 신뢰가 깨지면 전투에서 승리할 수가 없다.
군사칼럼니스트 양태호 박사 칼럼"군대에까지 밀려드는 여풍"
군사칼럼니스트 양태호 박사 칼럼"군대에까지 밀려드는 여풍"
[선데이뉴스신문=양태호 칼럼]대한민국에 여풍이 대세가 된 것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비록 탄핵되었지만 최초로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였고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6년 외무고시 합격자의 70.7%가 여성이란다.('2017년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어디 그뿐이랴. 2017년 육사 졸업생 248명 중 1,2,3등 모두 여생도가 차지하였다.(여생도의 비율은 10% 정도) 내가 근무하였던 육군정보학교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자주 벌어졌다. 소위, 중위, 대위 장교를 대상으로 교육 후 수료식에서 1,2,3등을 차지하는 여군의 비율이 매우 높았다. 이러한 현상이 적과 싸워야 하는 군대의 특성을 고려할 때, 바람직한 것인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회에서 우수한 성과를 내는 여성이 군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전투도 잘 할 것인가. 연구소에서 연구실적을 올리고 회사의 생산성과를 내는 것과 전투에서 이기는 것은 다르다. 전투 현장에서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목숨을 걸어야 하니까. 30여년의 군 생활을 마치고 군을 떠날 날이 다가왔지만 이를 확인해야만 했다. 먼저 왜 여군이 좋은 성적을 얻게 되는 것일까 분석해 보았다. 1. 남성과 여성의 생활 스타일이 달랐다. 남군은 수업 후 동료들과 운동으로 육체 에너지를 다 소비하고 그래도 남는 것은 술로 바닥을 친다. 그렇지 않으면 게임으로 시간을 낭비하든지. 반면에 여군은 남군의 낭비되는 시간에 수다를 떨긴 하지만 이를 통해 중요 정보를 교환하고, 술 마시고 게임하는 대신 리포트를 정성껏 다듬는다. 내용의 충실함은 물론이고 표지만 봐도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2. 소위, 중위의 경우 여군의 나이가 2~3살 더 많아 성취욕이 높았다. 남군의 경우는 대부분 사관학교나 대학 졸업 후 바로 임관을 하여 사회생활 경험이 없었다. 여군의 경우는 사관학교 출신을 제외하면 대학 졸업 후 1~2년 직장생활을 해보고 여군 장교 모집에 응시하여 장교가 된 경우가 많았다. 군대보다 남녀평등이 보장된 직장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일단 계급에 따라 주어지는 권한과 책임은 남녀 구분이 없고 대우 또한 동등하며 많은 부분이 투명하다. 직장생활을 경험해 본 여군은 이러한 군대가 매력적으로 느껴지기에 적응력도 더 강하다. 10대, 20대에는 동갑이라도 여성이 더 어른스럽기도 하고. 그에 비하면 남군은 사회생활을 통해 '인생 쓴맛'의 경험도 없으니 심하게 표현하면 아직까지는 그저 철부지 장난꾼이다. 군대에서 잘 안되면 제대하고 사회에 나가면 되니까. 3. 성적을 내는 평가 시스템이 여성의 장점을 발휘하기 좋은 환경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말하기, 듣기, 쓰기 영역은 여성이 남성보다 좋은 성적을 얻는다. 반면 체력검정의 오래달리기, 팔굽혀 펴기, 윗몸 일으키기 영역은 남성이 여성보다 기록이 좋다. 그런데 체력검정에서는 여성과 남성의 채점 기준이 다르다. 남성보다 10% 정도 낮은 기록의 여성이 동일한 점수를 얻는 구조다. 여성이 유리한 영역은 그대로 다 인정받고 남성이 유리한 영역은 여성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다. 남성이 불이익을 받는다고 생각한 나는 이를 개선하고자 했다. 위에 제시한 1번과 2번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고 3번, 즉 평가 시스템의 개선할 사항은 없는지 살펴보았다. 남군과 여군에 동등한 실전 상황을 부여 후 평가를 하는지. 총알이 여군이면 피해 가고, 여군은 지뢰를 밟아도 안 터지는 것이 아니기에. 드디어 문제점 발견. 당시의 평가 방법은 적이 배치된 지역을 이동할 때 지뢰를 밟으면 10점 감점을 하거나 1시간 동안 이동을 못하게 하여 정해진 시간에 목표 도착이 어렵게 불이익을 주었다. 하지만 전투에서 감점이란 없다. 지뢰를 밟았으면 죽거나 부상이다. 그래서 평가 방법을 변경하였다. 사망자는 점수가 없고, 부상자는 동료들이 들쳐 매고 이동해야 하는 것으로. 나름 이 기회에 남군들이 실전에 강함을 증명해 주기를 기대하면서... 여군들 지뢰만 밟아봐라. 본인이 안 밟아도 동료가 부상당하면 들것에 동료를 뉘어 이를 들고 밤새 산을 헤매 보시지. 체력이 방전되어 제시간에 목표에 도착할 수 있겠나. 못 오면 미션 실패로 빵점! 야간훈련이 시작되었다. 나의 남군 역성드는 것을 축하라도 하듯 칠흑 같은 어둠에 비까지 뿌려준다. 비를 맞으며 숨어서 여군이 지뢰 밝기만을 기다렸는데 젠장. 건드리는 놈은 모두 남군들. 예감이 좋지 않았다. 다시 목표지역으로 이동하여 제시간에 목표에 도착하는지, 도착해서는 경계를 하며 참호를 파는지 확인하였다. 어휴! 남군은 곯아떨어져 내가 다가와도 알지 못했다. 참호 같은 것은 팔 생각도 안 했고. 여군 도착 지역은 어떤가? 안 좋은 예감은 늘 들어맞듯 그들은 피곤함에도 경계를 서고 참호를 파고 있었다. 내가졌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여성이 짊어져야 하나...... 집에 돌아와서 아들에게 요리 배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