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뉴스=인터뷰] 국내 초연 연극 ‘데스트랩’으로 돌아온 배우 박호산
[선데이뉴스 = 장선희 기자] “나도 저거 해야지” 중학교 3학년 때 우연한 기회에 보게 된 기국서 연출의 ‘햄릿4’를 보고 막연한 꿈을 키워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 뛰어든 배우, 어느덧 데뷔 18년차 배우가 된 박호산.
벌써 40대의 나이를 넘기고 있는 그는 “연기는 내 삶의 양분이 되는 좋은 인문학 같다”고 말한다.
9일 개막해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 ‘데스트랩’의 ‘시드니 브륄’역을 맡은 박호산 배우를 찾아 솔직하고 담백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코미디 스릴러 ‘데스트랩’은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1890회 이르는 공연을 해 관객들을 매료시킨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김수로 프로젝트 9탄으로 9일 국내 관객에게 첫선을 보였다.
작품의 줄거리는 1970년대 미국의 한 때 유명한 극작가였던 시드니 브륄이 등단 이후 계속 되는 실패로 실의에 빠져있던 어느 날 그의 서재로 자신의 극작가 수업을 듣는 학생으로부터 ‘데스트랩’이라는 희곡이 도착한다.
시드니는 더할 나위 없는 완벽한 작품에 점차 매료되고 이 작품이 아직 아무에게도 선보인 적 없다는 사실을 알고 위험한 유혹에 빠진다. 그 날 저녁 시드니의 서재에 학생이 도착하고 살인을 계획한 시드니와 그의 아내 마이라는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면서 이야기는 펼쳐진다.
그는 먼저 ‘데스트랩’에서 ‘시드니 브륄’역을 맡은 소감을 전했다.
“애먹었죠. 시드니 브륄은 스릴러 작가답게 생각이 깊은데다 음흉해서 ‘난 널 사랑해’라는 말 속에도 음모가 있을지 가려져야 하고 그러면서도 그 말에 진실성이 있어야 되는 역할이에요.그래서 작가의 생각을 이해하는데 애를 먹었습니다”
이어 그는 “다른 작품보다 애먹었다는 것은 스릴러 작품만의 갖는 타이밍을 잘 표현해 작품이 재미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역을 맡은 김도현, 윤경호 배우에 대해서는 “나의 경우에는 시드니를 스릴러답게, 공포스럽고 무겁게 갔지만 김도현 배우 같은 경우는 네추럴하게, 윤경호 배우는 굉장히 연극적으로 표현했다”며 “같은 역이지만 시드니가 워낙 다른 느낌이다보니 이 작품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고 설명했다.
박호산, 그의 이름은 박정환이었다. 39세에서 40세로 접어들면서 스스로에게 개명을 해준 것이다.
“10대, 20대, 30대로 넘어가면서 항상 큰 일들이 다가오는 것 같았어요. 10대에는 첫사랑을 하고, 20대에는 대학에 가서 새로운 직업들에 눈을 뜨게 됐고, 30대에는 너무 외로웠어요. 30대 때는 노가다 뛰면서 연극하면서 버티다 30대 중반이 되니 작품이 안 끊기고 들어왔어요. 그렇게 배우로 살아가다가 38살쯤 ‘내가 이렇게 살았구나! 내가 잘못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반성이 밀려왔죠. 고민하던 중 꿈에서 할아버지가 나타나 ‘박호산, 박호산’ 부르면서 저에게 실컷 혼을 내시더라구요. 그렇게 부르는 것이 나쁘지 않았고 다시 제대로 후회없이 살아보자는 마음으로 개명을 하게됐습니다”
앞으로 배우로서 꿈과 계획을 묻자 그는 “작품이 끊이지 않고 좋은 사람들과 좋은 작품을 계속 하고싶다”고 말했다.
이어 “보통 돈 벌면 배우들 극장 가지고 싶어하는데 저는 기숙사를 짓고 싶다”며 “배우의 꿈을 가지고 대학로를 나와 옥탑방 살 때의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연극 하려는 후배들이 살 수 있는 곳, 방 구하려는 배우들 참 많은데 집 걱정없이 지낼 수 있는 원룸 건물을 지어서 후배들에게는 운영할 만큼의 돈만 받고 스스로 잘되서 나갈 수 있게 하고싶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배우 박호산이 전해주는 인생담은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다. 따뜻한 인간미를 가진 유쾌한 배우 박호산, 앞으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