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추운 겨울을 녹이는 따뜻한 용서
기사입력 2023.11.30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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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신문= 김종권 기자]          슬픈 음악과 격정적인 서사가 돋보였던 뮤지컬 '몬테크리스토'가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강조하지만 진짜 새롭다. 지난 2020년 10주년 공연(그 때는 처음 본 거라 정신없었다)보다 10배 진화한 느낌이 들었다. 듣자마자 눈물이 나는 음악(음악이 무척 슬프다)과 격정적인 서사(이번 시즌엔 탄탄해졌다), 아름다운 무대(진짜 바다 같은 느낌), 화려한 조명, 배우들 호흡이 척척 맞는 연기, 강렬한 안무 등 정말 완벽한 뮤지컬이다. 10점 만점에 10점이다. 

 

이 작품은 복수보다 중요한 건 용서와 화해라는 걸 계속 강조한다. 복수에 사로잡혀 이성을 상실하는 에드몬드 단테스(몬테크리스토 백작)가 나중에 복수 허망함을 깨닫고 악인들을 용서하는 장면이 감동적이다. 2020년에도 보면서 슬펐지만 이번 새로운 '몬테크리스토' 공연이 더 감동적이고,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던진다. 관람 자체가 행복하면서 슬펐던 여러 감정이 겹치는 공연이었다. 

 

'몬테크리스토'는 배우마다 연기, 노래가 다르기 때문에 여러 번 봐야 하는 작품이다. 이미 회전문 관객들은 그러고 있지만 뮤지컬을 처음 접하는 일반인들도 여러 번 봐야 작품 매력을 느낄 수 있다. 29일 평일 낮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을 꽉 채운 관객들 열기가 추위까지 녹였다. 잊지 못할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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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 대작을 완성하는 건 배우들이다. '데스노트'에서 천재 탐정 'L'을 연기했던 김성철은 순수한 선원 에드몬드 단테스와 복수심에 불타 흑화(?)되는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처연하게 연기했다. 약간 무서운 눈빛과 특유 연기, 안정적인 노래가 돋보였다. 김성철 매력에 다시 빠져드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허혜진과 호흡도 좋았다.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 일찍 도착해 MD(상품) 공간에 갔는데 김성철 엽서(사진이 귀엽다)가 제일 잘 팔리고 있었다. 김성철 인기를 실감했다. 정확한 발음이 매력적인 김성철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그 때도 김성철 회차로 공연을 보고 싶다.  

 

갑자기 감옥에 끌려간 약혼자를 기다리는 여인 메르세데스(차 이름 비슷하다)로 나온 허혜진은 MBC '복면가왕'에서 눈에 들어왔던 배우다. 그 전엔 허혜진을 잘 몰랐는데 '복면가왕' 이후 관심이 생겨 '모차르트!', '프리다', '몬테크리스토'까지 세 편을 연이어 봤다. 그녀 특유 목소리(글로 표현하기 힘든)와 슬픈 표정(눈빛이 슬프다), 김성철과 호흡(키가 비슷하다)까지 완벽했다. 그녀가 조금 더 성장해 한국 뮤지컬을 대표하는 여배우가 되었으면 한다. 절반까지 왔으니 조금 더 성장하면 가능할 것이다.  

 

이번 '몬테크리스토'에서 인상적인 배우는 악인 '몬데고'로 나온 강태을이다. 예전 창작 뮤지컬 '올 댓 재즈'에서 강태을을 인상적으로 봤었다. 여러 번 강태을을 봤지만 오늘 연기와 노래가 제일 인상적이다. 친구 약혼녀를 탐내 친구를 배신하고, 끝까지 그녀에게 집착(?)하는 광적인 연기는 정말 무서웠다. 슬픈 최후까지 강태을은 그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관객을 자석처럼 끌어당긴다. 같은 역으로 나온 최민철과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다. 2020년 10주년 공연 때는 최민철 회차를 봤는데 이번 강태을도 무척 강렬했다. 매운 음식과 더 매운 음식 대결 느낌이다. 매운 음식을 전혀 못 먹는 내가 봐도 두 배우 연기와 노래가 무척 강렬하다. 외모부터 강렬한 강태을은 미워할 수 없는 악역으로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이 작품은 보면서 여러 번 눈물이 나왔다. 악인들 계략에 빠져 누명을 쓰고 14년 동안 감옥(정말 무서운 감옥)에 갇혀 연인을 그리워하는 단테스와 메르세데스 노래 장면, 단테스를 가르치고 새로운 사람으로 변화시킨 파리아 신부가 죽는 장면(이 장면이 슬펐다), 2막 마지막 몬테크리스토 백작과 메르세데스가 노래할 때 별이 반짝이는 아름다운 무대(동화 같은 무대) 등을 보면서 계속 눈물이 나왔다. 음악부터 슬프고 격정적인 서사(이번 서사는 정말 완벽했다), 아름다운 무대, 화려한 조명, 강렬한 안무가 조화를 이룬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연말 가족들과 보기에 딱 맞는 공연이다. 

 

이 작품이 요즘 시대에 주는 교훈은 가볍지 않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고물가, 기후위기로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다. 한국도 이념(진보와 보수), 지역(영남과 호남), 세대, 성별(이대남, 이대녀), 빈부 격차 등 많은 갈등을 겪고 있다. 증오와 폭력이 계속되고 있는 슬픈 시대, 이 작품은 복수보다 용서와 화해가 중요하다는 걸 말하고 있다. 전쟁과 이념, 종교 대립으로 혼란한 대한민국과 전 세계에 용서와 화해만이 갈등을 치유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소중한 뮤지컬이다. 당장 남북한이 대결하고 있는 현실이 슬프고, 이념, 지역, 종교, 세대로 갈라진 한국 현실이 안타깝다. '몬테크리스토'가 갈등과 증오, 전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되길 소망한다.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만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2024년 2월 25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김성철, 고은성, 이규형, 서인국, 허혜진, 이지혜, 선민(이선민), 최민철, 강태을, 김성민, 우재하(김재현), 이한밀, 김대호, 서범석, 김용수, 전수미, 박은미, 이주순, 장윤석, 성민재, 전민지 등이 나온다.          

[김종권 기자 kjk2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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