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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김종권 기자]현대를 살아가는 전 인류의 난제인 ‘테러’를 다룬 연극이 무대에 오른다. 미국의 극작가 리 블레싱에 의해 1988년 쓰여진 연극 ‘두 개의 방’(Two Rooms)이 국내 초연한다. 2014년 연극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 이후 예술의전당과 노네임씨어터컴퍼니가 공동 제작하는 두 번째 작품이다. 이인수가 번역하고 연출을 맡았다.작가 리 블레싱은 1980년대 미국인들이 중동지역서 빈번히 납치 당하지만 당시 정부가 테러리스트와 어떠한 협상을 하지 않자 시민들도 더 이상 정부를 믿지 않게 된 데 주목하고 이러한 현실을 작품에 고스란히 녹여냈다. 종교적 갈등, 인종 문제와 이념의 차이, 첨예한 정치적 이슈로 충돌을 일으키는 국제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이 더 이상 정부와 정부의 대립으로 끝나지 않고 평범한 사람들에게까지 치명적 상처를 남기는 현실을 담고 있다.
연극 ‘두 개의 방’은 인질로 잡혀간 남편을 둔 레이니와 그녀를 통제하려는 주변 인물들을 그린다. 레이니에게 이 사건은 끔찍한 고통의 실체이자 그녀가 반드시 되찾아와야 할 모든 것이지만 국가(정부)에게는 우선순위를 두고 협상해야 하는 정치적 이슈이며 언론(미디어)에겐 정부를 비판할 수 있는 강력한 근거인 동시에 모두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뉴스거리다.
노네임씨어터컴퍼니 관계자는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비극’이 다른 주체들에게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로 취급되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며 “두 개의 방은 이 사회가 개인을 어떻게 다루는지, 그리고 그들이 진짜 원하는 것을 이뤄내기 위해 어떻게 포악함을 드러내는지, 이때 개인은 더 이상 생존의 권리를 보장받아야 할 ‘인간’이 아니라 전체의 일부분일 뿐이다. 다른 주체의 다른 시각에 대한 선명한 대비는 보는 이를 서늘한 공포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질이 되어 자신의 상황을 볼 수 없게 된 남자 ‘마이클’ 역은 배우 이승주가 연기한다. 통제되어 아무것도 말 할 수 없게 된 그의 아내 ‘레이니’ 역은 전수지가 맡는다. 마이클을 담당하고 있는 국무부 관리자 ‘엘렌’은 베테랑 연기자 배해선이, 특종을 노리는 기자 ‘워커’는 이태구가 캐스팅됐다. 연극 ‘두개의 방’은 10월 20일부터 11월 13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초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