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호프집 살인사건" 피의자 15년 만에 검거...쪽지문(조각지문)분석 신기술 적용

기사입력 2017.07.05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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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일 서울경찰청 수사팀장이 5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주용미제(강도살인) 사건과 관련하여 브리핑을 하고 있다.
[선데이뉴스신문=정연태 기자]지난 2002년 서울 구로구의 한 호프집에서 여주인을 살해한 범인이 15년 만에 검거됐다. 미제 사건으로 묻힐 뻔 했던 15년 전 살인사건이 해결됐다. 경찰은 공소시효 5개월을 남기고 '쪽지문(조각 지문)'을 분석, 범인을 특정하는 신기술을 적용해 검거했다.

서울경찰청 중요미제사건수사팀은 2002년 12월 14일 새벽 2시 30분께 구로구의 호프집 여주인 A씨(당시 50세)를 살해하고 금품을 훔쳐 달아난 혐의(강도살인)로 장모씨(52)를 구속했다고 5일 밝혔다.

장씨는 둔기로 A씨를 때려 살해한 후 시신을 가게 구석 테이블로 옮겨놓고서 다락방에 올라가 A씨 지갑에서 현금 15만원과 신용카드를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사건을 수사한 남부경찰서(현 금천경찰서)는 현장 증거를 분석하고 용의자가 신용카드를 사용한 곳에서 탐문 수사를 벌여 몽타주까지 만들어 범인을 공개수배했으나 검거하지 못했다.

특히 사건 현장 주변에 CC(폐쇄회로)TV가 없었고 용의자가 자신의 지문을 모두 닦아 사건이 미궁에 빠졌다. 당시 사건 현장 구석에 남은 깨진 맥주병에서 오른손 엄지손가락 쪽지문이 단 하나 발견됐지만 쪽지문을 분석할 기술이 부족했다.

경찰은 2015년 '태완이법'으로 불린 살인죄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이 이뤄짐에 따라 미제 살인사건 수사에 나섰고 서울경찰청 중요미제사건수사팀도 지난해 1월 이 사건을 재수사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2012년 도입한 지문자동검색시스템(AFIS.아피스)이 쪽지문의 유력한 주인으로 장씨를 포함해 몇명을 추려냈다.

이어 현장에서 발견된 족적(발자국)이 뒷굽이 둥근 형태의 '키높이 구두'라는 분석 자료를 추가로 적용, 신장이 165㎝ 정도인 장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경찰은 장씨가 과거 신용카드로 물건을 산 상점 주인들을 다시 만나 인상착의를 재차 확인해, 지난달 26일 살인 혐의로 검거하는데 성공했다. 검거 당시 장씨는 “사람을 잘못 찾아온 것 아니냐”고 발뺌했지만, 경찰이 압수수색한 장씨 자택에서는 뒷굽이 둥근 키높이 구두가 여러 켤레 발견됐다.

경찰이 확보한 증거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결국 눈물을 흘리며 범행을 모두 인정했다.

장씨는 경찰에서 “가게 밖에 있던 쇠파이프를 갖고 우발적으로 저지른 일”이라고 진술했다. 반면 경찰은 피해자 상처 흔적을 분석한 결과, 장씨 진술과 달리 망치 같은 다른 둔기를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금품을 훔칠 목적으로 둔기를 가방에 미리 준비해가는 등 계획적인 범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편 영원히 몽타주로만 남을 거 같던 범인 정체가 드러난 건 2017년 1월, 15년이나 지나서다. 공소시효(2017년 12월 14일)가 1년밖에 안 남은 시점이다. 서울경찰청 중요미제사건수사팀에서 사건 당시 현장에 남겨져 있던 쪽지문과 족적에 주목한 것이 엉킨 실타래가 풀리는 실마리였다.

범행 현장을 깨끗이 정리하면서 ‘완전범죄’를 꿈꿨지만, 깨진 맥주병 조각에 지문이 남았을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공산이 컸다. ‘설마’하는 방심에 덜미가 조금씩 잡히기 시작한 것이다. 살인죄 공소시효를 폐지한 일명 ‘태완이법’(2015년 7월 시행)도 수사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정연태 기자 balbari20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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