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블랙리스트 선고..."김기춘 징역 3년 조윤선 집행유예 석방"

김기춘 등 6명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유죄...조윤선이 지시, 보고, 승인했다 인정 어려워"
기사입력 2017.07.27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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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에서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인 이른바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왼쪽부터),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정관주 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이 27일 오후 선고 공판을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선데이뉴스신문=정연태 기자] '문화ㆍ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및 실행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1심에서 유죄가 인정돼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국회에서 위증한 혐의만 인정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는 27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실장에게 징역 3년을, 김종덕(60)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또 김상률(57)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게는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하고 구속영장을 발부해 법정구속했다.

다만 조윤선(51) 전 문체부 장관은 국회 위증 혐의만 유죄로 판단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돼 풀려났다.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청와대 관계자 진술에 비춰 조 전 장관이 정무수석 부임 당시 문예기금 지원배제 명단 등의 보고까지 받았다고 보기 부족해 이를 지시하거나 보고, 승인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함께 기소된 신동철(56)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과 정관주(53) 전 문체부 1차관에게는 각각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이, 김소영(51) 전 문체비서관에게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 김 전 장관 등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등에 정부와 견해를 달리하는 문화예술인과 단체를 배제하도록 하는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하달해 보조금 등을 지급하지 않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 전 실장과 김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 업무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문체부 실장 3명에게 사직서를 제출하도록 한 혐의도 받았다.

또 김 전 장관과 김 전 수석은 대한승마협회 감사와 관련해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현 문체부 2차관)에게 사직을 강요한 혐의도 있으며,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은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 등에서 블랙리스트를 전혀 모르는 것처럼 허위 증언한 혐의도 적용됐다.

재판부는 이날 김 전 실장에 대해 "오랜 공직 경험을 가진 법조인으로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하면서 누구보다 법치주의를 수호할 의무가 있지만 문화계 지원배제를 가장 정점에서 지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피고인은 자신은 전혀 지시하거나 보고받지 않았고, 또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책임을 회피했다"며 "국회 청문회에서도 자신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일관하면서 진실 위한 국민의 기대를 외면했다"고 강조했다.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인 일명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수갑이 풀린상태에서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조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와 관련한 혐의는 모두 무죄가 인정됐지만 국회에서 위증한 혐의는 유죄로 판단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조 전 장관은 석방됐다.

재판부는 "진술과 증언 등을 종합하면 조 전 장관이 정무수석으로서 신동철, 정관주가 지원배제에 관여하는 것을 지시하거나 보고받고 승인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따라서 이 부분은 무죄"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2015년 조 전 장관이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나와 블랙리스트에 대해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부분은 "기억에 반하는 허위의 진술을 했다"며 위증을 인정했다.

김종덕 전 장관과 김상률 전 수석의 경우 블랙리스트 혐의와 노태강 당시 문체부 체육국장(현 2차관)의 사직을 강요한 혐의, 위증한 혐의가 각각 인정됐다.

특검팀은 이들에게 모두 징역 3~7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특검은 김 전 실장에게 징역 7년, 조 전 장관과 김 전 수석에게 징역 6년을 구형했다.

한편 세 달이 넘도록 진행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1심 재판이  이날 마침내 막을 내렸다. 핵심 등장 인물로 관심을 모았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운명은 엇갈렸다. 재판 내내 ‘모르쇠’로 버티며 혐의를 부인했던 김 전 실장이었지만, 이번엔 법의 심판을 피해가지 못했다.

반면 재판 중 “안타깝고 송구하다”며 감정적인 호소를 어어갔던 조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 관련 핵심 혐의에서는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조윤선 전 장관은 그동안 재판과정에서 재판 내내 내세운 단어는 ‘오해’였다. 정무수석실이 블랙리스트에 관여했을 뿐, 수장인 자신은 가담하지 않았단 주장이었다. 그는 정무수석 시절 ‘블랙리스트’ 관련 보고서는 받았지만 읽어보진 않았다는 주장까지 했다. 김 전 실장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마지막 공판서도 “지난 정부의 주요 직책을 거친 사람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안타깝고 송구하다”면서도 “블랙리스트란 오해에 맞닥뜨려 회환이 크다”고 했다.

다른 한편 오늘 블랙리스트와 관련된 1심 판결 후 '박근혜의 여자'로 불렸던 조 전 장관은 집행유예로 석방되자 비판 여론이 들끓는 분위기다.

직장인 김00씨는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두 사람의 죄를 묻기 위해 특별검사팀까지 꾸렸던 것인데 한 명은 징역 3년형, 한 명은 집행유예가 나온다니 허탈하다"며 "이게 제대로 돌아가는 나라인가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부 이00씨는 "힘없는 서민들에게만 엄격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 같다"며 "국민 법감정과 전혀 동떨어진 판결을 내린 재판부에 화가 난다"고 비판했다.

사안이 무엇이든 재판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대학생 김모씨는 "국민들의 공분을 일으킨 사건인 것은 맞지만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며 "각각의 판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상에서는 주요 실시간 검색어로 '집행유예 뜻'이 올라오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이 받은 집행유예 판결이 어떤 것인지 찾아보려는 국민들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집행유예'란 형을 선고함에 있어서 일정한 기간 형의 집행을 유예하고 유예기간이 지나면 형의 선고가 효력을 잃는 것을 뜻한다. 이에 따라 조 전 장관은 2년의 유예기간이 지나면 선고 받은 징역 1년형이 사라지게 된다.

[정연태 기자 balbari20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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