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철원 사망 병사, 도비탄 아닌 유탄에 직접 맞아"

기사입력 2017.10.09 18:06
댓글 0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선데이뉴스신문=한태섭 기자]지난 달 22일 발생한 강원도 철원 육군 6사단 소속 이모(22) 상병의 사망 사고는 직격탄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9일 군 특별조사 결과 확인됐다.

당초 이 상병이 도비탄(사격장 주변 돌이나 나무 등에 튕겨나온 총탄)에 맞아 숨졌다고 밝힌 군 초기 수사발표와 배치되는 결과로 국방부의 부실조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이날 “이 상병은 인근 사격장으로부터 직선거리로 날아온 유탄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육군 6사단 소속 일병 두부총상 사망 사건 특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본부는 이어 “이 상병이 사망한 사고는 병력인솔부대, 사격훈련부대, 사격장관리부대의 안전조치 및 사격통제 미흡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조사본부는 경계병에게 명확하게 임무를 부여하지 않은 해당 부대 중대장과 병력인솔부대 소대장, 부소대장 등 3명을‘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사단장 등 사단 사령부 책임간부 4명과 병력인솔부대, 사격훈련부대, 사격장관리부대의 지휘관 및 관련 실무자 등 12명, 총 16명은 지휘감독소홀 및 성실의무위반 등의 책임을 물어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이태명 조사단장(육군 대령)은 “사격장 구조상 200미터 표적지 기준으로 총구가 2.39°만 상향 지향되어도 탄이 사고장소까지 직선으로 날아갈 수 있다”면서 “사격장 사선으로부터 280미터 거리 방호벽 끝에서부터 60미터 가량 떨어진 사고장소 주변의 나무 등에서 70여개의 피탄흔이 발견된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상병이 유탄을 맞고 사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군은 그 동안 이 상병 사망원인과 관련해 도비탄 가능성, 직접 조준사격 가능성, 유탄 가능성 등 크게 3가지를 수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사단장은 “이 상병 머리 속에서 4조각으로 파편화돼 박혀있는 상태로 회수한 5.56㎜ 탄두를 조사본부 과학수사연구소에서 감정한 결과 충돌흔적이나 이물질 흔적이 없어 도비탄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지난 달 27일 초기 조사결과 발표 때는 이 상병이 인근 사격장에서 날아든 도비탄에 맞아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지난 달 30일 부검 결과 이 상병의 두개 골 속에서 탄환의 부서진 조각들이 발견되면서 사인은 도비탄이 아닌 직격탄 쪽으로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다. 원형을 유지하던 탄환이 머리에 맞으면서 부서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소견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군 당국이 희생자 부검이나 강선 탄도 조사를 하기도 전에 도비탄으로 서둘러 발표한 데 대한 비판이 일었다. 군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사건을 축소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군 당국은 “도비탄이나 직격탄이나 사격장 관리 등이 안돼 일어난 것으로 관련자들이 책임져야 할 부분은 차이가 없다”며 “다만 초기 조사 결과라도 빨리 설명해달라는 요청에 따라 사격장에서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도비탄 사고일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고 밝혔을 뿐 축소·은폐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 조사단장은 “사고 당시 부소대장이 ‘탄이 튄 것같다’고 부대 작전과장에게 보고했고, 이 보고가 다시 연대 등 상급부대에 전달되면서 처음에는 도비탄으로 추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조사단장은 “직접 조준사격은 사격장 끝단 방호벽에서 사고장소까지 약 60미터 구간이 수목으로 우거져 있는데다, 사선에서 사고장소까지 거리는 약 340미터로 육안에 의한 관측 및 조준사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격훈련부대 병력들이 병력인솔부대의 이동계획을 사전에 알 수 없었으므로 이동시간에 맞추어 살인 또는 상해 목적으로 조준사격을 계획한다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조사본부는 “사고원인 분석을 위해 병력인솔부대, 사격훈련부대, 사격장관리부대 등의 문제점을 확인했다”며 “병력인솔부대는 진지공사후 도보로 복귀하던 중 사격총성을 청취하고도 병력이동을 중지하거나 우회하지 않고 그대로 지나가는 등 안전통제가 미흡했다”고 밝혔다.

조사본부는 “사격훈련부대가 사고장소인 영외 전술도로에 경계병을 투입하면서 명확한 임무를 부여하지 않아 사망자 등을 포함한 병력이동시 경계병에 의한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은 사실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사격장관리부대는 사격장에서 사고장소인 영외 전술도로 방향으로 직접 날아갈 수 있는 유탄에 대한 차단대책을 마련하지 않았고, 사격장 및 피탄지 주변 경고간판 설치 부실 등 안전대책 등이 미흡했다는 것이다.

조사본부는 “사단사령부 등 상급부대가 안정성 평가 등을 통해 사격훈련부대와 영외 전술도로 사용부대에 대한 취약요소를 식별하지 못했다”며 “조정·통제 기능을 해햐 하는 상급부대의 역할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상병은 지난달 26일 오후 4시10분쯤 소대장과 부대원 등 28명과 함께 진지공사를 마치고 걸어서 부대로 복귀하던 중 피격당했다. 이 길은 인근 부대 사격장과 인접해 있어 사격훈련이 있을 때는 이동이 통제돼야 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사고 당일 사격장에선 K-2 소총 사격훈련이 진행 중이었지만 이 상병 등은 통제를 받지 않고 이 길을 이용해 부대로 복귀한 것으로 드러났다. K-2 소총의 유효사거리가 460미터인 점을 감안하면 총기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구간을 아무런 통제 없이 걸어 다닌 셈이다.

군 당국은 사고 이후 사격을 했던 병사들의 총기 12정을 확보해 정밀감식에 나서는 한편 훈련 중 사격장 외부를 향해 직접 사격을 실시한 병사 여부, 사격했던 K-2 소총의 강선검사(총탄이 총구를 빠져나올때 생기는 무늬를 확인하는 검사)도 실시했다.

국방부는 향후 군이 운용중인 모든 사격장에 대한 특별점검을 실시하고, 사고 위험이 우려되는 사격장은 즉각 사용중지 조치를 내리기로 했다.

육군은 “사격장 안전관리 인증제, 사격장관리관·사격훈련통제관 자격 인증제, 사격통제 매뉴얼 표준화 등 3중 안전관리체계를 포함한 실효성 있는 안전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한태섭 기자 csn991101@gmail.com]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저작권자ⓒ선데이뉴스신문 & www.newssunday.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신문사소개 | 광고안내 | 제휴·광고문의 | 다이렉트결제 | 고객센터 | 저작권정책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보호위원회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RSS top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