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구속 353일만에 집행유예로 풀려나"...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

"재벌 봐주기 판결" vs "눈치 안본 증거재판"...재판결과 논란으로 이어져
기사입력 2018.02.05 18:01
댓글 0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오후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다. 이 부회장은 구속 353일만에 석방이 된 가운데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을 나서며 미소짓고 있다.

[선데이뉴스신문=정연태 기자]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형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는 5일 선고 공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2월 17일 구속된 이후 353일 만에 석방됐다.

재판부는 1심과 달리 뇌물 인정 범위와 액수를 줄였다.

단순 뇌물죄가 적용된 삼성의 정유라 씨 승마지원은 1심과 같이 뇌물 공여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말 구입비용 등은 뇌물 액수에서 제외했다.

또 삼성이 최순실 씨의 회사 코어스포츠와의 용역 계약을 통해 넘긴 36억 원과 정 씨가 말 사용 등으로 얻은 이익만 뇌물 액수로 인정했다.

사용 이익에 대한 구체적인 액수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제3자 뇌물죄가 적용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에 대해서는 1심과 달리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승계 작업이라는 포괄 현안에 대한 묵시적 청탁을 인정할 수 없다며, 부정한 청탁을 근거로 한 제3자 뇌물죄도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항소심의 쟁점 가운데 하나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2014년 9월 '0차 독대'도 인정하지 않았고 재산국외도피 혐의도 1심과 달리 모두 무죄라고 판단했다.

횡령 혐의와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는 일부 유죄가 나왔다.

재판부는 또 최지성 전 부회장과 장충기 전 사장에게도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석방했다.

박상진 전 사장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황성수 전 전무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부회장은 선고 이후 구치소로 돌아가 짐을 챙긴 이후 귀가할 예정이다.

한편 이재용(50)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날 1심과 달리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나게 되자 진보성향 시민단체가 재벌총수에 노골적으로 '봐주기' 판결을 내렸다며 법원을 비판하고 나섰다.

반면 보수성향 시민단체는 법원이 여론에 눈치를 보지 않고 증거에 따라 합리적인 판결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트위터 등 인터넷 공간에서도 2심 재판부의 판결에 대한 찬반 논란이 일었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대부분 혐의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세간의 예측보다도 더 노골적인 '봐주기' 판결"이라며 "이 부회장이 글로벌 대기업의 총수라고 1년도 징역을 살지 않고 나와 활개 치고 돌아다니는 모습을 국민이 보게 됐다"고 성토했다.

안 처장은 "법이 약자나 노동자·서민에게는 무척 엄격하면서 어떻게 재벌총수들에게는 관대할 수 있는지, 국민이 보기엔 분명히 뇌물이고 횡령인데 법관의 눈에만 그렇게 안 보일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법관이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하는데 국민으로부터 독립해 자본을 도와주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법원이 판사를 분류하고 억압하고 재판에 개입한 이른바 '법관 블랙리스트'도 사실상 드러났다"며 "국민이 좌시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보수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의 전삼현 사무총장은 이번 판결에 대해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은 합리적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전 총장은 "우리는 법치주의 국가이므로 드러난 증거에 따라 판단을 내리는 '증거재판주의'가 가장 중요하다"며 "법원이 특검의 주장 가운데 증거가 명백하지 않은 부분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실 그동안 박근혜 정권과 이재용 부회장의 관계를 '결탁'으로 봤던 1심 판결은 증거재판주의에 위배된다는 논란이 많았다"며 "증거 상으로 보면 결탁이라기보다는 권력에 의해 불가피하게 수동적으로 행동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도체 노동자 인권단체인 반올림은 판결 직후 성명을 발표해 "그 어떤 범죄도 단죄받지 않았던 삼성의 80년 역사가 다시 시작되었다"며 "사법부는 오늘의 판결로 돈과 권력이 바로 면죄부임을 선언했다"고 규탄했다.

반올림은 "박근혜 체제에서 만들어진 재판부가 여전히 살아있고 '사법부 블랙리스트로 걸러진 판사들이 지금의 국정농단 재판을 관장하고 있다"며 "(이날 판결을 선고한) 정형식 재판부는 더는 법을 우습게 만들지 말고 자리에서 물러남이 마땅하다"고 요구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항소심 결과와 재판부에 대해 강한 비판을 제기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선고가 나오기 전 속보 기사를 공유하며 '집유 나올 분위기' 등 의견을 내놓던 트위터 이용자들은 선고가 알려지자 '설마가 현실이 됐다'며 분노를 쏟아냈다.

'정권이 바뀌어도 사법부와 삼성은 무서운 게 없다'(@mermaid****), '

유전무죄 무전유죄'(@yhy****), '재벌에 관대한 판결'(@theunkno****), '사법개혁이 절실함을 보여주는 판결'(@gian****) 등 대부분 이 부회장의 석방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일부 이용자는 항소심 재판장인 정형식 부장판사가 2013년 한명숙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혐의에 유죄를 선고했다는 기사를 공유하기도 했다.
 
 

[정연태 기자 sundaynews@hanmail.net]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저작권자ⓒ선데이뉴스신문 & www.newssunday.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신문사소개 | 광고안내 | 제휴·광고문의 | 다이렉트결제 | 고객센터 | 저작권정책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보호위원회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RSS top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