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웃는 남자'

창작 뮤지컬 한계를 넘어서다
기사입력 2020.01.12 23:07
댓글 0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02. [2018 웃는 남자] 고요한 죽음_앙상블_EMK제공 (1).jpg

[선데이뉴스신문= 김종권 기자]   창작이 아니라 라이선스 느낌이다. 창작 뮤지컬을 많이 봤지만 이렇게 아름답고 슬픈 작품은 처음이다. 지난 10일 관람한 뮤지컬 '웃는 남자'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작품이 될 듯하다. 

 

사실 소설, 영화를 다 보지 않아 내용을 잘 모르고 관람했다. 따라갈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배우들 연기와 노래(넘버가 예술이다), 화려한 무대를 보니 저절로 내용이 이해됐다. 생각보다 슬픈 작품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랑 이야기(결말이 행복하게 끝나면 더 좋지만)와 17세기 영국 불평등한 사회 구조(지금 우리 모습과 비슷했다), 빠른 전개가 마음에 들었다. 

 

넘버는 정말 좋았다. 이게 창작인가 싶을 정도였다. 프랭크 와일드혼이 작곡해 그런지 한국인 감성에 딱 맞았다. '나무 위의 천사', '그 눈을 떠', '웃는 남자' 등 넘버가 모두 주옥같다. 넘버를 이렇게 집중해 듣긴 처음이다. '지킬 앤 하이드', '드라큘라' 등 내가 봤던 작품 프랭크 와일드혼 음악은 모두 좋았다. 

 

배우들(앙상블 포함) 연기와 노래도 무척 좋았다. 2018년 초연을 보지 못했지만 주인공 '그윈플렌'을 연기한 박강현과 매혹적(애교가 귀엽다)인 '조시아나' 여공작을 연기한 김소향, 신분상승을 꿈꾸는 야망남 '데이빗 더리모어' 경을 연기한 최성원, 떠돌이 약장수 '우르수스'로 나온 민영기 등이 기억에 남는다. 특히 슬픈 운명의 광대(뒤에 반전이 있다) '그윈플렌'을 연기한 박강현은 정말 매력적인 배우다. 예전 리뷰에서 '괴물 성대'(보도자료에 그렇게 써 있었다) 박강현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정말 연기, 노래, 춤 모두 뛰어났다. '마리 앙투아네트'에서 박강현을 처음 보았는데 앞으로 한국 뮤지컬을 이끌 배우다. 박강현의 다음 작품이 벌써 기다려진다. 

 

내가 주목한 또 한 명의 배우는 '뮤지컬 대통령' 최성원이다. 나랑 동갑(1977년)이라 더 눈길이 갔다. 이 작품에선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남자 '데이빗 더리모어' 경을 제대로 연기했다. 관객들은 최성원의 존재감을 이번 작품에서 제대로 느낄 듯하다.    

 

30. [2018 웃는 남자] 자장가 리프라이즈_박강현,이상준_EMK제공.jpg


이 작품은 약간의 반전(조금 약하지만 나름 반전)과 슬픈 결말(예상했지만 무척 슬펐다)이 인상적이다. 얼굴이 기형적으로 변한 '그윈플렌'이 광대로 나와 귀족들을 꾸짖는(?) 장면과 2막 영국 상원 의원들을 설득하면서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은 모습이 감동적이다. 17세기 극심한 신분 차별이 존재했던 영국과 지금 대한민국이 쌍둥이처럼 닮은 모습은 조금 슬펐다. '동병상련'이랄지 그 장면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이 작품이 우리 창작 뮤지컬 발전에 소중한 첫 걸음이 되길 빌며 2018년 초연에 이어 이번 재연도 꼭 흥행하길 바란다. 더 이상 글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인 작품이기 때문이다. 좋은 작품은 관객들이 먼저 알아보는 법이다. 

 

3월 1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이석훈, 규현(조규현), 수호(김준면), 박강현, 민영기, 양준모, 신영숙, 김소향, 강혜인, 이수빈, 최성원, 강태을 등이 나온다.        

 

[김종권 기자 kjk200@naver.com]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저작권자ⓒ선데이뉴스신문 & www.newssunday.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신문사소개 | 광고안내 | 제휴·광고문의 | 다이렉트결제 | 고객센터 | 저작권정책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보호위원회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RSS top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