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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신문= 김종권 기자] 愛情(애정..아이칭...사랑)은 그 어떤 것보다 강하다. 21일 관람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 서울 공연을 보고 사랑의 힘을 강하게 느꼈다.
지긋지긋한 코로나19도 아름답고 슬픈 사랑 이야기를 보러 온 관객들을 막지 못했다. 나도 무척 놀랐다. 코로나19도 막지 못한 한국 관객들 뮤지컬에 대한 사랑은 조만간 이 어려움을 극복하지 않을까 한다.
2019년 12월 부산에서 '오페라의 유령'을 봤지만 한 번 더 보고 싶어 21일 관람했다. 44년 내 인생에 이런 기회가 다시 오지 않으리란(내한 공연은 더욱 그렇다) 느낌이 들었다. 사람 일이란 알 수 없다. 두 번째 보니까 서사가 더욱 슬프고 깊게 다가왔다. 예전 교회 다닐 때(중학교 3학년) 좋아하는 여자를 보면 가슴이 떨렸는데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볼 때도 그랬다. 원래 이런 사랑 이야기를 좋아하지만 '오페라의 유령'은 더욱 특별하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아름다운 음악과 화려한 무대, 관객들을 사로잡은 샹들리에(이 공연에서 제일 중요하다),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까지 완벽한 작품이 '오페라의 유령'이다. 관객들이 이미 잘 아는 작품이라 이 부분을 길게 안 써도 될 듯하다. 직접 보는 게 더 낫기 때문이다.
두 번째 관람하니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가 깊이 이해됐다. 처음 봤을 때는 정신 없어서 자세히 보지 못했는데 배우들의 표정, 몸짓이 크게 다가왔다. 사랑에 아파하는(세상에 버림받은 유령이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는) 유령 역 조나단 록스머스와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크리스틴 역 클레어 라이언, 크리스틴을 사랑하는 라울 역 맷 레이시 세 배우의 조화는 뛰어났다. 유령이 갈등하고 아파하는 모습이 지난 번 글에서도 썼지만 공감이 갔다. 부산 공연보다 감정선이 깊어진 듯하다. 그 때는 공연 첫날이었지만 이번엔 몇 달 호흡을 맞춰 그런지 세 배우 호흡이 잘 맞았다. 그런 만큼 관객들에겐 더 슬프게 다가올 듯하다.
마지막 유령이 사라지는 장면(워낙 유명하지만)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배우 劉德華(유덕화...리오더화...광동어로는 라우딱와) 노래 천의(天意...티엔이...만남과 헤어짐은 하늘의 뜻이라는 내용)가 떠올랐다. 1994년(고등학교 2학년) 12월 동네 음반가게에서 4천원 주고 구입한 유덕화 음반(테이프)에 제일 먼저 나오는 곡이다. 가사가 무척 슬프고 아름다워(중국 노래 가사는 한시 비슷한...한국 노래 못지않게 가사 아름다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다. 공연 보기 전날(20일) 유덕화 '천의' 테이프(한글 가사 해설종이)를 우연히 보다 2019년 12월 봤던 '오페라의 유령'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다. 그 상황이 '천의'랑 비슷했다. '모든 것은 하늘의 뜻이고, 운명이다' 21일 공연 보면서 계속 노래 가사가 생각났다. 슬픈 결말로 끝나는 영화, 뮤지컬을 볼 때 당분간 유덕화 '천의'가 떠오를 듯하다.
8년 만에(2019년 12월 부산 개막) 돌아온 이번 '오페라의 유령' 내한공연은 뮤지컬을 사랑하는 관객들에게 큰 선물이 될 듯하다. 어쩌면 평생 잊지 못할. 인생을 살아가면서 기쁜 순간이 세 번(더 많을 수도 있다)은 오는데 나에겐 '오페라의 유령'을 본 게 제일 기뻤다. 코로나19도 막지 못한 슬프고 아름다운 사랑을 공연장에서 제대로 느껴보길 바란다. 코로나19로 불안해진 마음을 달래기엔 그만이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 서울 공연은 6월 27일까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관객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