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못하면 비로소 보이는 'FLEX'... 종교계 어디까지 갈까

혜민스님, 풀(Full)소유 논란에 ‘활동 중지’ 선언, ‘가르침’ 잃으면 종교개혁 아니라 종교종말
기사입력 2020.11.1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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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신문=곽중희 기자]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로 이름을 알려 최근까지 강연, 각종 사업 등 활발한 활동을 해왔던 혜민스님이 ‘남산자택 소유 논란'에 전격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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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혜민스님, 유튜브 '한겨레TV' 캡처)

 

혜민스님은 과거 부동산 소유, 사업 확장 등으로 “사치가 과하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논란의 핵심은 ‘무소유’라는 단어에서 비롯됐다. ‘무소유’는 법정스님이 쓴 책이다. 원칙적으로 스님들은 불도 수행에 전념하기 위해 사유재산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부처님의 계율과 연결된다. 논란은 혜민스님의 사유재산이 이런 불교의 ‘무소유’의 가르침에 어긋났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몇몇 스님들 또한 대형교회 목사님들처럼 물질의 노예가 된지 오래인데 뭐 새삼스럽게 그러냐”는 목소리도 있다. 


장용진 아주경제 기자는 YTN인터뷰에서 “스님은 원래 재산을 가지면 안된다는 계율은 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부처님 계율엔 스님은 음식물도 저장하지 말라고 한다. 그래서 탁발을 해서 그때그때 필요한 양만 먹으라고 한다”며 “남방 불교에선 여전히 유지하는데 그 이유는 수행자의 삶이라는 건 재가자의 후원으로 하는 거니까 항상 겸손한 자세를 유지하고 수행에 전념하라 이런 말이다. 그런데 중국을 통해 우리나라로 들어오며 변질이 된 거죠. 겨울철을 나야 하고, 음식물이 풍족하지 않아서 저장하게 된 건데 그게 현대에 들어오며 거대한 부와 결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과거 조계종 총무원장을 몇차례 대면했다는 한 시민은 “물론 모든 스님들이 다 그렇다고 볼 순 없지만, 실제로 불교계에서도 돈‧권력 때문에 스님끼리 분쟁이 다툼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며 “혜민스님처럼 노출이 되지 않아서 그렇지 실제로는 사유재산을 훨씬 많이 가지고 있는 스님들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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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의현 조계종 전 총무원장, 중앙포토 캡처) 

 

지난 11일에는 1994년 조계 종단에서 헌법을 어기며 3선 연임을 시도하다가 승권을 박탈당한 서의현 전 총무원장이 복귀 후 조계종 최고 법계인 대종사 후보로 거론돼 거센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국불자회의 추진위원회는 ‘반역사적인 멸빈자 서의현 전 총무원장에 대한 승적처리를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며 “1994년 부패와 독재의 상징이었던 서의현 총무원장을 징계하고 승단에서 영원히 몰아낸 ‘94년 종단개혁’은 현 조계종의 근간이자 정체성이라 할 수 있다”며 “멸빈자는 승적을 다시 회복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조계종 총무원은 서의현 전 원장의 승적을 몰래 살리는 행정처리를 했다고 한다. 또한 중앙종회에 대종사로 추천하는 동의 요청을 했다고 한다. 실로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과거의 종단개혁 정신이 다시 흐려졌다는 지적이다.  


개신교 목사님들이 돈‧권력‧이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만큼, 불교의 스님들 또한 세속의 유혹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공교롭게도 두 종교의 경서는 모두 “돈, 권력, 이성 등 욕심을 불러일으키는 세속을 멀리하고 도(道, 말씀)의 수행과 전파에 전념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이는 종교가 없는 사람들도 상식적으로 아는 내용이다. 


고로 종교인들의 관련 문제는 더욱 부각될 수 밖에 없다. 이들에게 적용되는 잣대는 일반 사람들과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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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미국으로 가서 기업이 됐고, 한국으로 와서 대기업이 됐다(영화 쿼바디스)”

 “혜민스님 정도면 재산 많은 것도 아냐, 토굴치곤 비싼 토굴(YTN 뉴스)”


이같은 말들이 나오고 있는 우리 사회의 종교. 이는 종교뿐 아니라 사회 전체를 병들게 만든 욕심 가득한 각자의 마음을 되돌아 보게 만든다. 종교는 과거 세속를 청산하고 그 끝에 다다랐을 때 깨닫는 영적인 영역이지만, 이제는 아닌 듯하다. 


이제 우리 사회에는 진정한 종교개혁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기독교에서 말하는 말세는 가장 먼저 이 종교계에 불어닥칠지도 모르는 일이다.

[곽중희 기자 rhkrwndgm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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