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사랑했어요'

故 김현식 노래와 아픈 사랑이 만나다
기사입력 2021.09.05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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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신문= 김종권 기자]    故 김현식 노래를 듣고 자란 세대(난 90년대 신승훈, 이승환 세대)는 아니지만 그의 노래는 가슴을 때리는 울림이 있다. 특히 비 오는 날 그의 노래를 라디오로 들으면 분위기가 슬퍼진다. 난 술, 담배 안 하지만 아마도 술과 그의 노래가 잘 맞을 것이다. 2019년 초연에 이어 다시 돌아온 '사랑했어요'를 망설이지 않고 관람한 이유다. 

 

9월 4일 관람한 '사랑했어요'는 화려하고 예쁜 무대(무대가 정말 동화 같다)와 故 김현식 특유 분위기 있는 노래들, 배우들 열연이 어우러진 깔끔한 작품이었다. 서사가 예상 가능했지만(약간 아침 드라마 분위기) 특별히 흠이 되진 않는다. 오히려 '그날들'보다 서사는 나은 듯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랑 이야기를 김현식 노래와 잘 버무린(?) 점이 돋보였다. 

 

무대 배경이 오스트리아 비엔나(빈 영어 이름)라 그런지 세계 여행을 한 듯한 느낌이다. 코로나19로 답답해하는 관객들에게 오스트리아 여행 간 듯한 느낌을 준다. 아울러 배우들 호연도 좋았다. 25년 동안 한 여인을 잊지 못하는 유명 가수 '이준혁' 역 성기윤은 故 김현식 목소리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창법이 인상적이었다. 그동안 뮤지컬에서 만난 성기윤과 목소리가 조금 달라 깜짝 놀랐다. 노력을 많이 한 듯하다. 영화와 TV에서 활동해 조금 아쉬웠는데 '사랑했어요'를 계기로 무대에서 자주 만났으면 한다. 성기윤은 무대에서 빛나는 배우다. 관객들은 그걸 알고 있다. 

 

'과거 이준혁' 역 김용진은 쉰 목소리가 상징인 가수다. 뮤지컬 무대가 낯설어 잘 해낼까 걱정했는데 나름 잘했다. 조금 긴장한 듯 보였지만 바로 무대에 적응하는 모습이었다. 뛰어난 가창력만큼 연기력도 곧 늘지 않을까 한다. 2019년 MBC '복면가왕'에 나왔을 때 가왕이 되지 못해 무척 아쉬웠는데 이번 작품에서 뮤지컬 배우로 자리잡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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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하는 여인 '김은주'를 평생 지켜주는 든든한 남자 '윤기철' 역 선율(선예인, 업텐션)은 고운 미성과 섬세한 연기가 돋보였다. 2016년 MBC '복면가왕'에서 '경국지색 어우동'으로 나와 판정단과 시청자(나도 속았다)를 속였던 선율을 잊을 수 없다. 남자가 여자 목소리를 내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 한복까지 입으니 정말 여자인 줄 알았다. 첫 뮤지컬이라 어떻게 하나 기대했는데 나름 열심히 했다. 경험이 쌓이면 더 잘할 듯하다.   

 

가녀린 여인 '김은주' 역을 연기한 신고은은 배역과 딱 맞는 모습이었다. 예전부터 신고은이 나오는 뮤지컬을 보고 싶었는데 날짜가 어긋났다. 9월 4일 기대 안 했는데 임나영과 신고은이 날짜가 변경돼 그녀 공연을 볼 수 있어 기뻤다. 2016년 MBC '복면가왕'(내가 유일하게 보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신고은을 처음 봤다. 그 때 울렁증이 심해 그걸 극복하려고 '복면가왕'에 나왔다는 말이 기억난다. 2019년 초연에 이어 이번 재연에도 나온 신고은은 '김은주' 역과 잘 맞았다. '사랑했어요'가 '그날들', '광화문 연가'처럼 꾸준히 무대에 오른다면 신고은도 계속 나오지 않을까 한다. 뮤지컬 배우로서 어디까지 발전할지 그녀 앞날이 기대된다. 

 

이 작품에서 돋보인 건 위양호와 김미려다. '윤기철'엑 피해주는 선배 '안호준'과 유쾌한 그의 아내 '최미애'로 나온 두 사람은 즉흥 대사와 재치로 관객들을 즐겁게 해준다. 특히 김미려의 가창력('복면가왕' 나왔을 때 감탄했다)과 재치 있는 연기는 좋았다. 뮤지컬과 김미려 연기가 맞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관객들 반응이 좋았다. 계속 뮤지컬 나와도 되겠구나 싶었다. 극이 무거운 분위기로 갈 때 위양호와 김미려 두 사람 밝은 연기가 극을 살린다.  

 

故 김현식 노래는 누구나 갖고 있는 사랑 回憶(회억..후이이...추억은 일본식 한자어라 회억으로 순화) 들을 떠올리게 한다. 감성적인 김현식 노래와 슬픈 뮤지컬 만남은 그래서 인상적이다. 이 작품이 앞서 말한 대로 '그날들', '광화문 연가' 등 다른 주크박스 뮤지컬처럼 꾸준히 올라가길 기대한다. 창작 뮤지컬은 한 번만 공연하는 경우가 무척 많다. 꾸준히 무대에 올라가야 우리 창작 뮤지컬로 자리잡을 것이다. '사랑했어요'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故 김현식 감성적인 노래와 슬픈 사랑이 만난 뮤지컬 '사랑했어요'는 10월 3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관객을 만난다. 조장혁, 정세훈, 성기윤, 고유진(고한규), 홍경인, 김용진, 세븐(최동욱), 강승식(빅톤), 박정혁, 선율(선예인, 업텐션), 신고은, 박규리, 임나영 등이 나온다.                          

[김종권 기자 kjk2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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