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리뷰] 『지킬앤하이드』, “명불허전!”, ‘류정한’의 열정적 무대 퍼포먼스.

기사입력 2021.11.05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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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신문=김건우 기자] 한줄평 : “소름! 전율! 류정한!’, ‘정점! The Confrontation!’, 가히 최고의 ‘류하이드’라 할 만 하다.”



-작품배경-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영국의 소설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씨의 이상한 사건>을 원작으로 한다. 

 

1886년 출간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킨 것은 물론 드라마, 연극, 영화로 제작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세기의 고전으로 인간의 이중성에 대한 뛰어난 고찰은 다양한 작품의 모티브가 됐으며, 세계적인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작가 레슬리 브리커스와 연출가 스티브 쿠덴을 만나 1997년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로 첫 선을 보였다. 

 

스릴러에 집중된 원작 소설과 달리 ‘지킬’의 로맨스를 전면에 내세우며, 신분도 성격도 너무 다른 두 여자가 한 사람의 몸에 갇힌 두 남자와 엇갈린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통해 ‘스릴러 로맨스’란 새로운 장르를 확보했다. 브로드웨이 공연 이후 독일, 스웨덴, 일본, 체코, 폴란드, 이탈리아 등 세계 10개국 이상에서 공연된 세계적인 뮤지컬이다.


한국에서는 2004년 초연되어 3주 간의 짧은 공연 기간에도 불구하고 ‘전회 매진, 전회 기립 박수’라는 한국 뮤지컬 역사상 최초의 기록을 남기며 한국 뮤지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원래의 대본과 음악을 바탕으로 새로운 크리에이티브팀으로 작품을 구성하는 논 레플리카(Non Replica) 프로덕션을 선택해 기존의 뮤지컬과는 차별화되는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다. 

 

지킬 포스터.jpg

[사진=‘지킬앤하이드’, 2021 공연 포스터 / 제공=제공=오디컴퍼니]

 

 

-‘Lost in the Darkness’를 시작으로 ‘façade’로 이어지는 오프닝은 언제나 최고이다!- 


‘위드 코로나’로 공연계가 활기를 얻기 시작할 것으로 보이는 그 첫 주,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영원한 마스터피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를 관람하였다.


2004년 초연을 시작으로 한국 뮤지컬의 지평을 열었던 『지킬앤하이드』는 '전설의 캐스팅',  배우 류정한, 홍광호 그리고 이번 시즌 ‘뉴 지킬’로 무대에 오르는 신성록이 '지킬/하이드'역으로, 배우 윤공주, 아이비, 선민이 '루시'역으로, 배우 민경아, 조정은, 그리고 새롭게 최수진이 '엠마'역으로 캐스팅 되어 2021 공연에 들어갔다. (*2022년 5월까지의 장기공연이기에 캐스트의 변동이 있을 가능성도 높다.) 


이번에 관람한 공연은 ‘류정한-아이비-민경아’ 캐스트로, 애초 회차를 선택할 때부터 고민 없이 결정한 캐스트였다. 공연 후에는 역시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21지킬앤하이드] 공연사진_사랑에 빠질 것 같아(Sympathy, Tenderness)_류정한(지킬,하이드) (제공. 오디컴퍼니(주)).jpg

[사진=‘지킬앤하이드’, ‘Sympathy, Tenderness’ ‘류정한’ 공연모습 / 제공=오디컴퍼니]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뮤지컬 역시, 알고 있는 만큼, 경험하고 있는 만큼 그 깊이와 감동은 커지는 법인데, 앞 시즌에 이어 반복 관람한 『지킬앤하이드』 역시 지난 관람 경험을 토대로, 미리 넘버를 예상하고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는 즐거움이 아주 컸다. 


그 중에 특히 지난 시즌 관람 캐스트였던 박은태 배우와 이번 시즌 류정한 배우의 ‘지킬/하이드’를 표현하는 방식을 비교 관람하는 즐거움이 가장 컸다고 할 수 있다.      


영원한 ‘지킬/하이드’로 한국 뮤지컬 역사의 큰 페이지로 남을 류정한의 무대는 ‘가히’ 최고라 할만 했다. 


지난 시즌 박은태 배우의 경우, 초반부터 에너지 게이지를 올려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것이었다면 류정한 배우는 초반(지킬)에는 워밍업 하듯 낮은 파도처럼 서서히 에너지를 올려가다가 ‘This is the Moment’에서 당연히 제대로 한번 쳐 주고 ‘The 

Transformation’과 ‘Alive’등을 거치며 끌고 온 에너지를 드디어 클라이맥스

‘The Confrontation’에서 폭발시키며 관객석을 전율로 사로잡아 버렸다. 


두 말없이 ‘지킬/하이드’의 장인, 달인의 경지라고 말할 수 있다. 그것은 초반의 워밍업 부분에서 ‘좀 심심한가?’라는 약간의 의심을 그대로 미안하게 만들어버리는 놀라운 퍼포먼스의 진행이었다. 『지킬앤하이드』 전체 극의 프로세스가 있다면 그 안에는 류정한이 만드는 또 다른 그만의 프로세스가 분명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더더구나, 어쩌면 이번 시즌이 류정한 배우의 마지막 『지킬앤하이드』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의 공연을 이렇게 볼 수 있었다는 것은 한 명의 뮤지컬 팬으로서, 아주 영광스러운 ‘지금 이 순간’이었다, 라고 말하고 싶다.    

 

[21지킬앤하이드] 공연사진_시작해 새 인생(A New Life)_아이비(루시) (제공. 오디컴퍼니(주)).jpg

[사진=‘지킬앤하이드’, ‘A New Life’, ‘아이비’ 공연모습 / 제공=오디컴퍼니]   


『지킬앤하이드』에서는 지킬/하이드의 비중이 워낙 높다보니 다른 캐릭터의 분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보인다. 하지만 루시와 엠마는 넘버 자체도 완성도가 높고, 한 남자를 두고 각기 다른 형태로 사랑하고 갈등하는 입체적이고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이기에 그 무게감이 가볍다고 할 수는 없다.  


배우 아이비는 퇴폐와 마음 깊은 곳에 순애보를 간직한 비극의 여인 루시를, 실제 아이비라는 가수/배우에게도 흐르는 퇴폐와 순수성을 아주 멋지게 투영해 무대 위에서 표현해 주었다. 


루시의 경우 대사보다는 ‘No One Knows’, ‘Bring on the Men’, 'Someone Like You', 'A New Life' 같은 넘버들을 통해 그녀의 다양한 감정들이 표현된다. 그만큼 넘버를 통해 감정이 잘 표현되어야 하는 것이 루시의 캐릭터인데, 아이비는 뛰어난 가창의 넘버들을 통해 그러한 감정선을 아주 훌륭히 연기하고 표출해 주었다. 


특히 루시의 마지막 희망을 애절하게 노래하는 ‘A New Life'이후에 다가오는 비극은 『지킬앤하이드』에서 가장 슬픈 장면이라 할 수 있다. 


더불어 루시와 연상되는 캐릭터가 ‘오디컴퍼니’의 뮤지컬 『맨오브라만차』의 ‘알돈자(둘시네아)’라고 여겨지는데 다음 시즌의 『맨오브라만차』, ‘알돈자’역에 아이비 배우가 캐스팅된다면 이 역시 아주 훌륭히 ‘퍼포먼스’ 해 낼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21지킬앤하이드] 공연사진_한 때는 꿈에(Once Upon a Dream)_민경아(엠마) (제공. 오디컴퍼니(주)).jpg

[사진=‘지킬앤하이드’, ‘Once Upon a Dream’, ‘민경아’ 공연모습 / 제공=오디컴퍼니]


국내 최고의 실력파 뮤지컬 배우, ‘김소현, 이정화, 민경아, 조정은’ 등이 엠마 역을 맡아 왔다. 엠마는 배우들의 지명도와 역량에 비해 분량이 그리 큰 편은 아니지만 매 등장 장면에서 들려주는 넘버들이 워낙 아름답고 여성적으로 뛰어난 가창과 감정을 요구하기에 국내 최고의 배우들이 맡을 만한 캐릭터이다. 


특히 듀엣곡이 많은 엠마의 넘버들이기에 가창 실력은 물론, 상대 배우와의 호흡도 아주 중요하다. 민경아 배우는 앞선 작품인 『시카고』를 비롯해 수많은 작품에서 이미 훌륭한 듀엣 퍼포먼스를 보여주었고, 『지킬앤하이드』 역시 두 번째 시즌에 오르는 만큼 민경아가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엠마 캐릭터를 훌륭하게 표현해 주었다.         


헨리 지킬을 향하는 엠마의 연정이 가득 묻은, 주옥같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솔로 넘버 'Once Upon a Dream'과 서로의 사랑과 운명을 확인하는 엠마와 지킬의 듀엣 넘버, ‘Take Me As Am I' , 부녀간의 따뜻한 정이 가득한, 댄버스 경과의 듀엣 넘버 ‘Letting Go', 아름다운 무대 비주얼을 통해 가장 아름답게 표현 되는 루시와의 듀엣 넘버(*‘지킬’도 등장하는) ‘In His Eyes’까지, 배우 민경아의 맑고 청아한 목소리는 엠마, 그 자체였고, 엠마를 향하는 연민과 안타까움, 마지막 비극 앞에서 슬퍼하는 모습까지, 무대 위에서 아주 훌륭한 연기를 보여 주었다.   


『지킬앤하이드』의 무대장치(조명)와 미술 또한 훌륭했다. 대형 뮤지컬처럼 화려하고 거대한 무대 장치와 미술은 아니지만 층고가 높은 뮤지컬 전용극장의 무대를 아주 잘 이용한 무대 디자인 미술이었다. 


빅토리아 시대 느낌의 클래식한 후면 무대 세트와 지킬의 섬세한 날카로움과 하이드의 악마적 광기를 잘 표현한 은빛의 실험대와, 이중인격을 이보다 잘 표현 할 수 있을까 싶은 두 개의 대형 거울, 5M 높이로 무대 끝까지 치솟아 위압적인 시선(?)으로 관객석을 내려다보는, 수를 셀 수 없는 메스실린더와 약병으로 가득 채워진 실험약 수납장 등으로 세팅된 '지킬박사 실험실'의 세련되고 훌륭한 무대 미장센은, 등장하는 순간 감탄이 들게 만들었다. 


더불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입장과 퇴장을 거듭하는 무대 장치와 극적 클라이맥스 때 마다 변화무쌍하게, 캐릭터 못지않은 개성을 보여주는 다양한 조명과 미술은 즐거운 볼거리와 시각적 카타르시스를 안겨 주었다.     


이렇듯 『지킬앤하이드』는 배우들의 뛰어난 퍼포먼스, 들어도 또 듣고 싶은 감동적 넘버들, 훌륭한 무대장치와 미술, 그리고 만족스러운 공연장, 모든 면에서 한국 뮤지컬 역사상 가장 위대한 뮤지컬이라는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덧붙여 『지킬앤하이드』는 집중된 캐릭터와 훌륭한 넘버가 마련되어 있는 뮤지컬이기에, 기회가 마련된다면 다양한 배우 군을 통해 더 많은 관객들이 오랜 기간 공연장을 찾을 수 있게, 새로운 포맷의 장기간 소극장 공연으로 기획해도 나름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한번 가져 본다.


이제 코로나와 함께 하는 다른 모습의 일상이 다가왔다. 그동안 어느 정도의 침체기를 감수했던 공연계도 위드 코로나와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 중이고 조만간 더 큰 활기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듯 이제는 집 밖을 나서 다시 예전의 다양한 문화생활을 다시 누릴 시기가 다가왔다. 그 첫 문화 공연 나들이로 『지킬앤하이드』를 선택하는 것은 아주 좋은 결정일 것이다. 


류정한, 홍광호, 신성록, 윤공주, 아이비, 선민, 민경아, 최수진, 조정은 등이 출연하는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는 2022년 5월 8일까지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김건우 기자 geonwoo3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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