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리뷰] 『베토벤』, 무대 기교를 넘어서는 정서적 울림과 감정의 힘.

기사입력 2023.01.25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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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신문=김건우 기자]  「‘베토벤 교양’을 쌓는 또 하나의 유익하고 즐거운 방법!」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와 극작/작사가 미하첼 쿤체가 ‘운명’, ‘비창’, 월광‘ 등 ‘루드비히 반 베토벤’의 전설적인 피아노 소나타와 교향곡 등을 넘버로 재창조하고 우리나라 제작사가 월드 프리미어 창작극으로 무대에 올린 뮤지컬, ‘베토벤; Secret’(길버트 매머트 연출)을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관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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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베토벤; Secret’, 메인 포스터 / 제공=EMK뮤지컬컴퍼니]


이번에 관람한 회차는 박은태(루드비히 반 베토벤), 조정은(안토니 브렌타노), 이해준(카스파 반 베토벤), 박시원(프란츠), 전민지(베티나), 이정수(피초크) 배우의 캐스트 공연이었다.  


뮤지컬 '베토벤'은 평생 독신으로 살았던 베토벤의 사후, 그의 유품에서 발견된 '불멸의 연인'에게 쓴 편지에서 영감을 받은 뮤지컬로 1810년부터 1812년을 배경으로 음악적 재능을 인정받았지만 청력 상실의 위기를 맞은 40대의 베토벤이 안토니 브렌타노를 만나며 모든 경계와 제약에서 벗어나 내면에서 끌어 올린 음악을 만들어내는 '인간 베토벤'의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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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베토벤; Secret’, 공연장 로비 모습 –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 / ⓒ선데이뉴스신문 김건우  


‘베토벤’은 이전에 보여주었던 제작사 EMK 특유의 대형 뮤지컬 스타일을 그대로 따르는 듯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전의 작품들보다 남녀 주인공 캐릭터 간의 섬세한 감정의 깊이감에 더욱 더 신경을 기울였다는 느낌을 받았다. 


조연의 비중과 주 등장인물을 다른 작품들에 비해 많이 줄이고, 온전히 ‘베토벤과 토니 브렌타노’, 남녀 주인공의 감정선에 집중한다. 

 

그 감정선에 더욱 더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것도, 어느 무대에서나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박은태 조정은 배우의 (프레스콜에서 밝힌) 훌륭한 캐릭터 분석과 그것을 무대 위에서 온전히 재현하는 뛰어난 역량과 실력이 뒷받침이 되기에 더욱 더 빛을 발했다고 여겨진다. (다른 캐스트는 보지 못했지만 박효신, 카이, 옥주현, 윤공주 라는 최강의 라인업도 그들의 캐릭터 표현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것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감정적 정서에 초점을 맞춘 르베이와 쿤체의 이번 작품의 스토리라인과 연출이 무척 마음에 들었고, 닿을 듯 닿을 듯 안타까운 두 사람의 사랑이 결국 이루어지지 못하는 슬픈 결말로 이어지는 엔딩 포인트는 감정적으로 아주 큰 울림과 감동을 안겨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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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베토벤; Secret’, 박은태, 조정은 배우 프레스콜 시연 모습 / ⓒ선데이뉴스신문 김건우]  


넘버는 유명 교향곡/소나타인 ‘엘리제를 위하여’, ‘비창’, ‘월광’, ‘운명’ 등 베토벤의 작품인 걸 모를 수는 있어도, 일생에 한 번 이상은 꼭 들어본 사람이 있을 대표곡들이 우선 귀에 잘 들어왔다. 


‘너의 운명(운명)’, ‘매직문(월광)’, ‘사랑은 잔인해(비창)’, ‘비밀의 정원(엘리제를 위하여)’ 등의 넘버는 이미 익숙한 베토벤의 작품에 훌륭한 편곡과 가사가 더해지며 듣는 베토벤 음악에서 오감을 일깨우는 느끼는 음악으로 다가왔고 그 중에 베토벤의 교향곡 5번 ‘운명’을 오페라 극장 무대의 ‘와이드’함을 충분히 살리면서, 시각적으로 아주 뛰어나게 표현한 1막의 마지막 퍼포먼스, ‘너의 운명1’은 뮤지컬 ‘베토벤’의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무대연출과 뛰어난 배우들의 연기 퍼포먼스로 아주 오래토록 기억에 남을 장면이었다.    


그 외 들어본 적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곡들은 공연 후 관객들이 원곡을 찾아보며 베토벤의 교양(작품)을 쌓는 좋은 기회의 시간을 마련해 주었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프라하의 카를교 재현 등의 무대장치도 훌륭했지만 그와 더불어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주 섬세하게 표현된 미디어아트가 눈에 띄었다. 


백그라운드로 화려한 치장에만 집중한 것이 아니라 그 영상을 통해 캐릭터들의 감정선을 디테일하게 표현하려는 시도가 보여서 아주 좋았다. 


‘카를교의 보름달’처럼 확실한 이미지 표현뿐 아니라 ‘밤 다뉴브강의 일렁이는 잔물결’, ‘바람과 함께 느리게 지나가는 먹구름’ 등 무대 위 캐릭터들의 퍼포먼스에 집중하다 보면 놓치기 쉬운 요소임에도, 현재 무대 위 캐릭터들 내면의 감정을, 배경으로도 잘 표현해내는 미디어아트 연출이 아주 훌륭했다.


특히 두 주인공의 가슴 아픈 사랑을 대변하는 듯 누가 보든 말든 계속 잔잔히 일렁이는 ‘다뉴브 강의 잔물결’은 또 다른 감정이입의 역할을 하게 만드는 아주 인상적인 미디어아트였다고 여겨진다.    


연극이나 뮤지컬 등 무대에 오르는 모든 작품이 그렇듯 초연은 제작자나 창작자 그리고 배우들이 모두 고민스러워하고 우려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기 마련이다. 


시간과 비용을 지불하고 극장을 찾는 관객입장에서 뮤지컬은 작품성과 볼거리, 넘버, 배우 퍼포먼스 전부가 완벽하길 바라는 마음이 클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완벽이란 있을 수 없고 완벽의 유무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그 기준이 모두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뮤지컬 ‘베토벤’은 완벽으로 다가가는 가장 중요한 첫걸음을 떼었고 제작사의 다른 작품들이 시즌을 거듭할수록 완성도를 높여 갔듯이 이번 작품도 관객들과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부족한 부분은 잘 보완해 더욱 더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거듭나리라 기대해 본다.

 

박은태, 박효신, 카이, 조정은, 옥주현, 윤공주, 이해준, 윤소호, 김진욱, 박시원, 김성민, 전민지, 최지혜, 이정수 배우 등이 무대에 오르는 오는 3월 26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김건우 기자 geonwoo3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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