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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신문= 김종권 기자] 일상 속 작은 불안과 비사실적 현실에 숨겨진 극사실적 공포에 대해 이야기 하는 연극 '어느 날 갑자기'로 무대에 돌아온 배우 주호성(장연교)이 내공이 녹아든 열연으로 관객들에게 웃음과 공포를 선사하고 있다.
주호성은 '어느 날 갑자기'에서 표현주의 문학과 희곡에 심취한 노배우 역을 맡아 54년 동안 단단하게 다져온 노련한 연기로 무대를 이끈다. 상대역인 여교수 역에는 정재연, 심마리(심명섭)가 더블캐스트로 나서 불꽃 경쟁을 펼치며 '2인극' 정석을 선보인다.
장민애 희곡을 연출가 김학재가 무대화한다. 서울발 부산행 열차에 서로 모르는 남녀가 나란히 앉게 된다. 별로 관심이 없던 두 사람은 음악을 화제 삼아 말문을 트게 된다.
서로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지만 생각 차이로 중간에 논쟁이 생긴다. 남자는 자신의 생각을 무시하는 여자에 반감을 갖는다.
여자가 알지 못하는 자신의 전문 분야에 관한 경기를 제안하며 여자를 공황 상태로 몰아가는데... 특히 마지막 장면이 압권이다. 또 하나 불안에 관객은 예상 못한 반전과 놀라움에 빠져든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닐까? 사고가 나는 것은 아닐까? 위험한 것은 아닐까? 상상외로 힘들게 되지 않을까? 넘어지지 않을까? 부딪치지 않을까? 망하지 않을까? 불행하지 않을까?"
이 연극은 그렇게 일상에서 쫓기고 두려워하는 현대인들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다. 언제나 그 불안과 공포를 떨쳐버리려 두리번거리며 살아가는 모습을 연극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노배우와 여교수 문학논쟁은 그 싸움 끝이 무엇인지 예측할 수 없게 된다.
열차 안에서 펼쳐지는 그들 연기는 우리 일상에 숨겨진 불안과 공포를 그리며 연극 속 연극으로 인간 삶에 담긴 본성을 그려 나간다.
지난 5월 14일에는 공연이 끝난 후 출연배우 주호성, 심마리가 참여하는 관객과 대화 시간이 있었다.
주호성은 "관객들이 연극을 많이 관람해서 연극이 잘되는 나라가 살기 좋은 나라이다. 삶의 의미, 가치 등을 생각하고 삶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사회가 그만큼 순해진다" 며 무대 복귀 소감을 밝혔다.
배우 심마리는 "우리는 늘 불안과 공포 속에 살지만 마주하고 살다 보면 언젠가는 불안과 공포 보다는 만족과 기쁨으로 다가오는 시기가 있을 것이다. 불안과 공포 시대를 연극으로 만든 게 이번 작품이다. 마음 속에 느끼는 게 많은 작품이었으면 한다" 고 말했다.
연극 '어느 날 갑자기'는 5월 21일까지 대학로 공간 아울에서 관객을 만난다. 예매는 인터파크에서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