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영 "'쟤는 끝났다'는 얘기도 들었는데..무릎아, 고마워"

임레(헝가리) "박상영의 바뀐 전술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기사입력 2016.08.10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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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영 선수가 목에 걸린 금메달을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입에 깨물어보고 있다.
[선데이뉴스=정연태 기자]한국 펜싱 국가대표 박상영은 10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아레나3에서 열린 남자 펜싱 에페 개인 결승전에서 제자 임레(42·헝가리)에 극적인 15-14 역전승을 거두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리우올림픽 펜싱 첫 금메달이자 우리나라 남자 에페 역사상 첫 쾌거다.

2016년 리우 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 개인전 결승. 게자 임레(헝가리)는 박상영(21, 한국체대)에 14-10으로 앞섰다. 금메달까지 남은 점수는 단 1점. 점수를 못 내더라도 20초만 버티면 금메달이었다.

결승전은 패기와 노련함의 대결이었다. 1974년생인 임레는 박상영이 2살이던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고 지난해에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백전노장의 강자다. 이날도 노련한 플레이로 박상영을 괴롭혔다. 박빙의 승부를 펼치던 2회전 9-9에서 연거푸 4점을 뽑으며 금메달을 목전에 뒀다.

하지만 마지막 20초. 박상영이 기적을 찔렀다.

세계랭킹 21위 박상영은 10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아레나3에서 열린 2016년 리우 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 개인전 결승에서 세계랭킹 3위 임레에 15-14 대역전승을 거뒀다.

10-14로 뒤지던 박상영은 전술을 바꿨다. 그리고 임레는 전혀 박상영의 공격에 대응하지 못했다.

임레는 "박상영이 마지막에 전술을 바꿨다. 경기 내내 나를 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상영은 전술을 바꾼 뒤 점수를 가져갔고,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박상영은 정말 빨랐다"면서 "너무 슬프다. 8분30초를 이기고 있다가 마지막 20초에 무너졌다. 내가 왜 졌는지 알지만, 너무 슬프다"고 고개를 숙였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에페 단체전 은메달에 이은 두 번째 메달. 특히 임레는 만 41세230일에 은메달을 목에 걸며 펜싱 남자 에페 역대 최고령 메달리스트 기록 2위에 올랐다.
↑ 박상영이 금메달을 따낸 뒤 태극기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박상영은 펜싱국가대표팀의 막내이다. 그 '무서운 막내'가 시계를 돌려놓았다. 그는 열 넷살이던 중학교 1학년 때 체육선생님의 권유로 펜싱을 시작했다. 나이는 어리지만 물불 가리지 않는 '싸움닭'으로 발전하고 또 발전했다. 주니어 대회 세계 챔피언 출신인 그는 2년 전 첫 출전한 국제대회에서 우승하며 서막을 열었다. "경기 전 누군가한테 맞는 꿈을 꾸었을 때는 오히려 경기가 잘 풀리고는 한다"며 "경기 시작 전에는 상대방을 없애버리겠다는 각오를 다지면, 경기에 죽을 힘을 다해 임한다."

하지만 찾아온 갑작스런 무릎부상이 그를 가로막았다. 2015년 3월 다쳐 그해 12월에 다시 훈련을 시작했을 정도로 큰 부상이었다. 박상영은 "최근까지도 무릎 재활 훈련을 거르면 바로 신호가 왔다"며 "하체 훈련이 지나치게 많으면 다리가 붓곤 했다"고 설명했다.

박상영은 이날 시상식을 마친 뒤 기자회견장에서 경기 내내 자신을 어떻게 컨트롤 했는지 긴박했던 순간을 생생히 전했다. 그는 "지고 있을 때는 '정신 차리자. 천천히 하자'고 혼자 되뇌었다"며 "왼쪽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왔으니 끝까지 열심히 하자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또 "상대가 팔 찌르는 것을 잘하는데 오히려 하지 않더라. 팔 쪽을 향하다가 어깨를 찌른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박상영이 임레와의 경기에서 애를 먹은 이유는 그가 수비를 강화한 전략을 썼기 때문이다. 평소 공격적인 선수로 알려져 있는 임레가 딴 판으로 나왔다는 얘기. 박상영은 "불편했다. 원하는 플레이가 나오지 않았다"며 "상대가 내 장점을 캐치해서 들어오는데 힘들었다"고 경기 상황을 회상했다.

하지만 박상영이 어려운 경기를 우승으로 이끌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은 집중력과 마인드 컨트롤이었다. 박상영은 "긴장을 잘 안하는데 욕심이 생겨서 몸이 안 움직였다"면서 "상대 선수가 공격적이고 성격이 급한 선수라는 것을 마지막에 깨달았다. 욕심내지 않고 천천히 해보려고 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이런 박상영의 후원자는 두 달 전부터 전국 사찰을 돌며 108배 참배를 드린 어머니, 최명선 씨의 간절한 기도가 숨어있었다. 어머니 최명선 씨는 폭염 속 전국 사찰 돌며 남몰래 기도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힘든 여건에서 금메달 딴 아들 자랑스럽다며 눈물 흘렸다

한 매체와의 전화통화에서 "집안 사정이 안 좋아 (박)상영이를 위해 해줄 게 없었다. 해줄 게 기도밖에 없어 두 달 전부터 108배 기도를 올렸는데, 이렇게 금메달을 따내 감격스럽다"라고 말했다.

 

[정연태 기자 balbari20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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