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꿈은 이루어진다
기사입력 2021.09.12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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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빌리엘리어트]공연사진_빌리 주현준.jpg

[선데이뉴스신문= 김종권 기자]    수많은 뮤지컬을 봤지만 춤이 인상적인 작품은 보지 못했다. 한국 뮤지컬에서 춤은 노래, 연기에 밀려 잠깐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9월 11일 관람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춤이 주인공이다. 화려한 춤과 감동적인 이야기, 귀여운 배우들 연기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무척 인상적이었다. 

 

80년대 영국 故 마거릿 대처 총리 시절 탄광노조파업이 한창이던 영국 북부 광산촌(한국 강원도 태백이 떠올랐다)이 배경이라 젊은 관객들(내가 관람한 날엔 어린이 단체 관객이 많았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했다. 80년대 초등학교(1984~1989년) 다녔던 나에게도 조금 낯선 이야기였다. 보면서 어렴풋이 그 시절 기억이 나기도 했다. 내 옆에 앉은 아주머니(나보다 1~2살 많은)는 같이 온 아들에게 열심히 80년대 영국 상황을 설명해 지금 이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되었다. 한국 1997년 IMF 상황과 비슷한 80년대 영국은 조금 암울해 보였다. 감원에 반대하는 광부들 파업과 아직도 차별받고 있는 한국 비정규직 상황이 겹쳐졌다. 시위 강경 진압하는 모습은 영국과 한국이 비슷했다. 무척 공감가는 작품이었다. 

 

권위적인 아버지(예전 우리 아버지랑 비슷했다)와 탄광 파업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는 형, 돌아가신 어머니 대신에 그를 키워준 할머니와 함께 사는 어린 소년 빌리가 자신의 꿈을 위해 도전하고 끝내 이뤄내는 모습은 무척 감동적이다. 흔한 이야기지만 이상하게 이런 이야기가 눈물겹다. KBS '인간극장'에 많이 나오는 이야기지만 힘든 시대를 위로해주는 건 이런 이야기다. 80년대 영국 이야기지만 지금 코로나19 시대 우리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점이 남녀노소 모두를 사로잡는다. 

 

[2021빌리엘리어트]공연사진_The Stars Look Down (1).jpg

 

'소년 빌리'로 나온 아역 배우 주현준은 환상적인 춤(아이가 하기 어려운)과 당찬 연기가 인상적이다. 아버지와 형에게 '발레'한다고 놀림받지만 굴하지 않고 노력하는 모습이 눈물겹다. 이 작품은 춤이 주인공이라 탭댄스, 발레 등 여러 춤이 나온다. 춤에 대해 잘 모르는 나도 흠뻑 빠졌다. 같이 봤던 어린이 관객들도 무척 만족한 듯했다. 얼마나 연습하고, 또 노력했는지 짐작이 갔다. 열심히 한 주현준 외 아역 배우들, 성인 배우들이 새삼 대단해 보인다. 배우들 노력이 정말 빛나는 작품이다. 

 

조금 마음에 걸렸던 일은 극 중 욕이 많이 나오고(작품 상황이 그러니 이해하지만), 성소수자를 비하하는 대사가 나온 게 아쉽다. 만일 실제 이런 관객이 작품을 보러 왔다면 불편할 것이다. 80년대 영국도 지금 우리랑 다를 바 없이 보수적이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영국도 보수적이었다  서서히 바뀐 것이니 우리도 사회적 약자(성소수자, 장애인) 차별 없어지려면 상당한 세월이 흘러야 할 것이다. 

 

180분 동안 아름다운 꿈을 꾼 듯한 느낌이다. 2002년 월드컵 4강에 올랐을 때 '꿈은 이루어진다' 구호가 아직도 생각난다. 그 말대로 당찬 소년 '빌리 엘리어트' 꿈은 이루어졌다. 코로나19로 힘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말이다. 코로나19가 사라지는 꿈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위로다. 아이들의 순수함, 땀, 열정이 빛나는 '빌리 엘리어트'는 한 번쯤 볼 만한 작품이다. 온 가족이 같이 봐도 무난하고, 영화와 비교해도 좋을 듯하다. 나처럼 처음 본 사람도 문제없이 볼 수 있다. 

 

꿈과 열정이 인상적인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2022년 2월 2일까지 대성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관객을 만난다. 김시훈, 이우진, 전강혁, 주현준, 조정근, 최명경, 최정원, 김영주, 박정자, 홍윤희 등이 나온다.      

[김종권 기자 kjk2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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