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문화연구소 강대업 대표의 산문시 "중부전선 ‘칠성전망대’에서"..."平和를 향한 염원"

기사입력 2023.05.15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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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신문=박민호 기자] 7사단 '칠성전망대'를 방문한 한빛문화연구소 강대업 대표가 당시의 생각과 감정을 써내린 산문시를 발표하였다.

 

제목: 중부전선 ‘칠성전망대’에서

 

오월의 신록은 이렇게 서럽도록 눈부신데

그날의 비통한 역사를 아는지 모르는지

남에서 북으로 무심히 산자락을 돌아

다시 남녘으로 흐르는 금성천

 

지척에 마주한 남·북방한계선 따라

황톳빛 속살 산허리를 잘라낸 순찰길

두세 겹씩 둘러친 높다란 철책 너머로

서로에게 쉴새없이 경계의 눈초리를 가져야만 하는

분단 조국의 현실이 갈수록 버겁기만 하다

 

피아간 한 치의 땅이라도 더 차지하려다

나무 뿌리까지 피로 적셨다는 적근산

쏟아지는 포탄에 타버리고 흰 바위만 남은 백암산

 

정전 70년,

이젠 포성이 멎은 그 산들 인적없는 숲엔

사향노루 반달곰이 뛰놀고

허락없이 분계선을 넘나드는 건

무리지어 날아가는 철새들뿐인 곳

 

연무 사이로 아스라한 봉우리 아래엔

피를 나눈 부모와 형제들

이제도 순박한 흰옷을 입고 있는데

왜? 그날엔 누굴 향해 무자비한 총검을 휘둘렀을까?

 

오늘 민통선을 지키는 저 앳된 초병보다

더 어린 소년병을

누가 이국땅 이름 모를 골짜기로 내몰았는가?

부모님에겐 하직 인사도 못한 아들을……

 

명분 없는 저들의 이념 전쟁에 희생된

破虜湖의 뭇 생명들과

자유의 땅 아름다운 山河를 지키다

스러져간 수많은 영령들을 그토록 추모했건만

 

아! 이곳에 와 오늘에서야 알았네

그들의 平和를 향한 간절한 염원이

이렇게 오월이면 연록빛으로

유월이 오면 더 짙은 녹음으로

그러다 잊혀질세라

핏빛 선명한 단풍으로 물들었다는 것을…….

 

2023. 5

[박민호 기자 bluebean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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