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뉴스]김애경 작가,'유쾌한 아름다움'

작품이란,“즐거운 마음으로 아름다운 것을 만들어가면서 유쾌해지는 것”
기사입력 2014.06.06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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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경 작가
  작가노트<골무>
 종손 며느리이셨던 어머니는 명절이나 집안 잔치가 있으면 허드렛일이 많으셔서 항상 먼저 가서 일을 하셔야하는 터라 날 곱게 단장해주질 않으셨다.고까옷 곱게 한복을 입고 아얌까지 쓰고 다음 날 온 사촌들 틈에서 나는 초라하기 그지없었고, 때론 때를 쓰고 울기까지 했으나 친척들이 많은 터라 아무도 내게 맘을 써주질 않았다.

나는 그때 누리지 못한 것에 대한 보답으로 화려한 것에 매료되었으며 천의 색에 위안을 얻고자 하였으며 가까이 두고 보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인가 작업실에서 백일몽을 꿨다. 전날 나는 아버지를 땅에 묻고 왔었다. 그때 나는 자는 것도 깨어 있는 것도 아닌 상태에서 눈을 뜬 채 꿈을 꿨다.
그 순간 작업실 바닥에 놓여 있는 작은 골무 하나를 발견했고, 지평선 위에서 이글거리며 떠오르는 태양의 모습처럼 오로라 같은 기운을 뿜어내며 솟아있는 붉은 골무 하나에 마법에 홀린 듯 얄궂게도 빠져있었다.
그때 태양은 창문 틈사이로 내려앉고 있었고 알싸한 공기는 을씨년스러움과 적막감으로 작업실을 가득 채웠다.
일 년이 흘렀다. 죽을 것 같던 그리움 때문에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화선지에 쉼 없이 발림을 해야 온전히 그 색을 발현하는 수행과도 같은 채색 작업. 반복적인 덧 칠 작업에 눈물이 나서 할 수가 없었다. 불현 듯 백일몽이 생각났다. 해서 나는 작업의 전환점으로 비단과 가위, 실과 바늘을 들었다.
아름다운 것…. 화려하고 고운 색들…. 손끝으로 만져지는 촉감들…. 사각사각 가위 소리….
슬픔을 자르듯 수없이 가위질하고 아픔을 꿰매듯 수없이 오려 화면에 붙이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아갈 수 있게 되었다.


골무의 기능적 역할은 바느질할 때 바늘로부터 손가락을 다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다.
아버지를 잃은 후, 쉽게 아물지 않았던 상실감과 여러 상처들을 골무 작업을 통해 극복하는 과정에서 나만의 조형적인 언어를 찾았다. 한복을 하고 남은 버려지는 조각난 천을 바늘을 통해 실로 잇대는 작업에 몰두하는 것은 파편들을 연결하여 새로운 전체로 새로 태어나게 함으로써 정서적인 상처를 치유하고 싶기 때문이다. 차가운 금속이 아니라 따뜻한 천을 사용함으로써 관람자에게 온기 있게 전달하고자 하였다.

바늘에 곱디고운 색실을 꿰어 넣어 한 땀 한 땀 비단 천 조각들을 정교하게 이어 붙이는 과정에서 치유와 사색을. 바늘의 뾰족한 성질을 잡아주는 과정에서, 골무의 푸근함과 방어적인 조형성은 세상을 향한 꿈이 매일 새롭게 충전되는 과정에서. 손가락의 갑옷처럼 골무의 형태가 핸디캡과 상처들을 극복할 수 있는 바람의….기원에서 .. 작품 속에서 온전히 드러나는 작가의 고통이나 아픔이 아니라 부족하고. 아팠지만 잘 극복되어진.. 작가의 삶이 어땠는지 모르나 그저 참 예쁜 그래서 온전히 그 작품을 소화했다는 안도감이드는.. 혐오스러움과 고통들이 작가의 내면에서 여과되어 손끝으로 나타나는 작업들은 충만하며.. 아름답고.. 유쾌하게.. 관람자들에게 감상되어지길 바란다.

유쾌한 아름다움

화려하면서 우아한 색감의 한복 천은 화면을 가득 채운다.

우리의 고전 정취가 보이기도 하고 우리들 어머니의 호흡이 들릴 것 같기도 하다. 한지 위에 펼쳐지는 세계 자체가 한국적인 소재이기에 더욱 친근함을 주고 있다. 작품의 정서상 아무래도 한복이 연상 되지만, 한복뿐 아니라 이불, 보자기 등에서 느낄 수 있는 전통미를 보여주고 있다. 거기에 굵은 실로 옷감조각을 자유로이 꿰맨 흔적은 작가의 정성을 엿볼 수 있다.

작품은 자연이 가진 순수한 아름다움에 휴머니즘이 섞인 포근함을 전달한다. 형상미 보다 정서미가 어울리는 작품 세계다. 이것은 김애경이 갖는 미에 대한 소신이자 행위의 소산이다.

김애경은 한동안 한복 입은 여인들을 채색화로 그리는 작업을 해왔다. 한복을 입은 전신상은 한복의 우아한 선과 색감으로 작가의 미적 상태를 표현했다. 이는 예쁘고 아름다운 것에 대한 동경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어린 시절, 작가의 집인 종가로 곱게 단장하고 찾아오는 친척들의 한복은 제일 예쁜 모습으로 다가왔다. 초기부터 한복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작품활동을 하면서 전통의 미는 언제나 중요한 소재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에는 한복이나 인형, 전등 갓 등의 형태로 범위를 넓혀 가고 있다. 특히, 전통 문양의 꽃이나 곤충, 보자기의 추상적 이미지도 작품에 활용하면서 풍부한 상상력을 구사하고 있다. 이제는 평면 작품의 한계를 넘어 그 이상의 것으로 전개되는 미에 대한 확장의 개념으로 볼 수 있겠다.

작품에 등장하는 반원형 형태의 근원은 골무이다. 작으면서 독특한 형상과 그 안에 어우러지는 조화로운 상태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작가는 작업실 바닥에서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조그만 골무를 접한 후 그 아름다움에 매료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골무는 미관상 다른 나라와 차별성을 갖고 있다. 골무란 바느질 할 때 손가락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므로 대부분 기능적인 것에 충실한 상태로만 사용된다.

우리는 손바느질로 색색의 조각을 이어 붙여 아름다움까지 곁들인 소품으로 만들어 사용했다. 작가가 관조한 골무의 형태는 작품에 여러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 자체를 키워 낸 경우도 있고 형상을 따라 작품을 구성한 경우도 있다. 그 중에서 형태를 빌어 만든 전등 갓이 가장 구체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소외되기 쉬운 골무에서 색다른 멋을 찾아 작품으로 승화시켜 이전에 알지 못한 골무의 아름다운 자태를 새삼 보여주고 있다.

김애경의 평면 작품은 물세탁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전의 작업실이 광안리에 있었는데 침수로 거의 모든 작품이 훼손당하는 일을 겪었다. 한지에 채색으로만 그려진 그림은 침수에서 온전할 수 없었다. 수해의 경험 이후에는 유사한 상황에서도 작품이 손상되지 않을 방법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아예 세탁의 과정을 거쳐서 작업을 하게 되었고 현재의 방식을 획득하게 되었다.

기본 틀을 합판에서 떼어내 세탁하고 다시 작업을 반복한 작품은 천이 아닌 가죽같이 느껴진다. 겹겹의 한지와 염색, 바느질의 과정으로 견고한 바탕을 만들어내면서 그는 오히려 예술적인 상상력의 발전을 이루어냈다.

김애경의 예술은 스스로 즐겁고 유쾌하기 위한 것이다. 색색의 비단 조각을 수집하고 바느질하며, 염색하고 모양을 꾸며내는 과정이 유쾌한 행위의 단면들이다. 자신 외부의 그 무엇보다 작가 자신이 스스로 찾아가는 행복의 모습인 것이다.

작가에게 무엇을 추구하는지, 무엇 때문에 작품을 하는지 물었을 때 작가의 대답은 단순 명료했다. 그것은 “즐거운 마음으로 아름다운 것을 만들어가면서 유쾌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각적 아름다움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 줄 수 있다. 김애경이 작품으로 보여주는 것 역시 작가의 생각대로 아름다움과 유쾌함이다

김애경

동의대학교 미술학과 졸업
동의대학교 일반대학원 미술학과 졸업
2014년 ‘골무’ 5회 개인전
(이랜드스페이스/서울/이랜드 문화재단 작가공모선정)
2011년 ‘한국의 美- 골무’ 4회 개인전 (부미아트홀/부산)
2007년 ‘한국의 美’ 3회 개인전 (맥화랑/부산)
2003년 ‘한국의 美’ 2회 개인전 (유우갤러리/부산)
2002년 ‘한국의 美’ 1회 개인전 (효민갤러리/부산)
2005년 김애경 심종승 감추어진 혼의 빛 기획초대(아리엘갤러리/부산)
2005년 김경호, 김애경 기획(정원화랑/부산)

아트페어
2012년 SCAF 서울컨템포러리 아트스타페스티벌 공모선정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서울)

 
단체전 및 공모전 60여회
삽화
어떤 어른이 되어있을까 (미토스북스 출판사)
뿌리이야기 (문화면 소설/ 국제신문)

칼럼
봄날 고전회화 감상하기 (국제신문)
풍속화 속의 ‘숨은그림’(국제신문)
부산미술협회주최 한국화 학생그림 공모전 심사위원(2010,13)
부산미술협회 한국화 분과 운영위원(2010,11)
작품 소장 : 이랜드 문화재단 (3점) . 개인 병원 및 개인 소장
현재 : 한국(부산)미술협회 회원. 동의대학교 출강

 
k-art gallery 개관전

전시명 : 내일은 연다

참여 작가 : 김경신, 김애경, 김윤수, 남여주, 유갑규, 이규환, 이태량, 성유림, 정연주, 허진

일시 : 6월 10일 (화) pm 6~8시 오프닝 행사

갤러리 ;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 2가 86-1 k-art gallery (서울 원광한방병원 맞은편)

전화번호 :070-8650-2430

[박희성 기자 phspkc7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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