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현실을 반영하는 세상

기사입력 2011.10.11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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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관이 가위로 사형수가 입은 하얀 와이셔츠의 목 부분만 동그랗게 잘라낸다.

 사형수가 목을 단두대 구멍에 밀어넣자 거대한 칼날이 천둥소리를 내며 쿵 떨어진다.

 1973년 알랭 들롱이 주연한 영화 '암흑가의 두 사람' 마지막 장면이다.

 이 영화는 문화 대국 프랑스가 1789년 프랑스혁명 때 출현한 기요틴으로 180년 넘게 사형을 집행 중이라고 고발해 사형제 폐지론을 불러일으켰다.

 1981년 미테랑 대통령은 사형제를 없앴다.

 1984년 영화킬링 필드는 캄보디아에서 크메르루주가 벌인 대학살을 지구촌에 생생하게 일깨워줬다.

 200만명 넘게 묻힌죽음의 들판을 담은 영상의 힘 덕분에 인류가 함께 분노했다.

결국 지난 6월 학살 주범 4명이 프놈펜에서 열린 반인륜 범죄 법정에 섰다.

 외신들은 영화를 떠올리면서 이 재판을킬링 필드 재판이라고 불렀다.

2004년 북파 공작원들의실미도 부대를 다룬 실화 영화실미도가 관객 1000만명을 돌파했다.

 진상을 조사하라는 여론이 일었고 국방부는 부대의 존재를 공식 인정했다.

지난해 법원은 사망한 실미도 부대원 3명의 유족에게 국가가 25300만원을 주라고 판결했다.

1997년 이태원에서 한국인 대학생을 살해한 혐의로 미국 시민권자 두 명이 구속됐다가 곧 풀려났다.

2009년 영화이태원 살인사건이 나오자 검찰이 재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월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을 다룬 영화아이들도 재수사 여론을 일으켰다.

청각장애인 학교에서 벌어진 성폭력 실화를 다룬 영화도가니가 개봉 닷새 만에 100만 관객을 넘어섰다.

2000년부터 5년 동안 장애 학생들을 성폭행한 교직원들이 재판에서 낮은 형량을 받았다는 사실이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그중의 몇 사람은 복직해 학교에 다시 다닌다는 사실을 알게 된 관객들이 비난을 쏟아냈다.

 광주 인화학교 교직원들의 청각장애아동 성폭행 사건은 자기방어 능력이 떨어지는 장애인 학생들에게 파렴치한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교육계 인사들이어서 충격이 더 크다.

 이 사건 관련자 일부는 부끄러움을 모르고 교직에 그대로 몸담고 있다.

도가니가 사회적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자 경찰은 5년만에 일어나 이미 형사처벌이 확정된 사건을 재수사하겠다고 나섰다.

이 사건의 항소심 재판장은 이례적으로 당시의 양형 배경을 설명했다.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에서 또 다른도가니피해자들이 있는지도 모른다.

 당국은 친인척 족벌체제로 운영되는 사회복지재단에 구조적 비리가 없는지 구석구석 살펴봐야 한다.

 여론이 들끓을 때만 반짝 관심을 가졌다가 장애인을 인권의 소외지대에 방치하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한나라당 박민식 의원은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인정하지 않는 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같은 당 진수희 의원은 복지재단의 투명성 확보 및 족벌경영 방지를 위한 일명도가니 방지법을 발의할 계획이다.

 한 권의 소설, 한 편의 영화가 엄청난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인터넷에선아동 성폭력 범죄 공소시효 폐지를 위한 100만 서명운동이 한창이다.

 인화학교처럼 민간 사회복지재단이 운영하는 장애인 특수학교가 전국에 91개로 12300여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인화학교는 설립자의 큰아들이 교장, 작은아들이 행정실장을 맡아 5년 동안이나 학생들을 상습 폭행했다.

그러면서도 1960년 설립 이래 줄곧 한 해 30~40억원의 정부 지원금을 받아왔다. 끝까지 추적해 용서받을 수 없음을 보여줘야 한다.

 설사 범죄자를 잡을 수 없더라도 영원이 발 뻗고 편히 잘 수 없게 해야 한다.

평생을 불안에 떠는 심리적 압박효과도 필요하다.

 이게 국민이 요즘 느끼는 법 감정이자 정의로운 분노라고 본다!

[나경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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