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로 이용웅 칼럼] ‘화룡점정(畵龍點睛)’과 재미(在美) 화가 ‘라이언 조’

기사입력 2017.09.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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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魯 李龍雄/ 석좌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선데이뉴스신문/논설고문/한반도문화예술연구소 대표/[선데이뉴스신문=이용웅 칼럼]‘화룡점정(畵龍點睛)’은 “무슨 일을 하는 데 가장 중요한 부분을 완성시키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畵:그림 화/龍:용 룡/點:점찍을 점/晴:갤 청] 입니다. 중국남북조(南北朝) 시대에 양(梁:502-557) 나라에 장승요(張僧繇)라는 화가(畵家)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우군장군(右軍將軍)과 오흥태수(吳興太守)를 지내는 등 벼슬길에서도 입신(立身)한 편이었지만, 그는 붓 하나로 모든 사물을 실물과 똑같이 그리는 명인(名人)이었습니다.

 

어느 날, 장승요는 금릉(金陵: 南京)에 있는 안락사(安樂寺)의 주지로부터 용(龍)을 그려 달라는 부탁을 받고, 절의 벽에다 검은 구름을 헤치고 이제라도 곧 하늘로 날아오를 듯한 네 마리의 용을 그렸습니다. 물결처럼 꿈틀대는 몸통, 갑옷의 비늘처럼 단단해 보이는 비늘, 날카롭게 뻗은 발톱에도 생동감이 넘치는 용을 보고 찬탄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것은 용의 눈에 눈동자가 그려져 있지 않은 점이었습니다.

 

사람들이 그 이유를 묻자 장승요는 “눈동자를 그려 넣으면 용은 당장 벽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가 버릴 것이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자만(自慢)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그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당장 눈동자를 그려 넣으라는 성화독촉(星火督促)에 견디다 못한 그는, 한 마리의 용에 눈망울을 그려 넣었습니다. 그러자 돌연 벽 속에서 번개가 번쩍이고 천둥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펴지더니 한 마리의 용이 튀어나와 비늘을 번뜩이며 하늘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그러나 눈동자를 그려 넣지 않은 용은 벽에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재미 화가 라이언 조(조상연)
장승요는 "눈은 용의 정신중추이니 화가가 마지막으로 그려야 할 곳이다. 일단 눈을 그리면 용에게 정신을 불어넣는 것이며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다. 그러면 곧바로 날아가 구름을 타고 사라져버린다. 그러므로 쉽게 용의 눈을 그릴 수 없다"고 했습니다. 당(唐)나라 장언원(張彦遠)의 '역대명화기(歷代名畵記)'권 7 장승요 편에 나오는데, 여기서 畵龍點睛(화룡점정)이라는 말이 유래되었습니다.
 
용을 그린 다음 마지막으로 눈동자를 그린다는 뜻으로, 가장 요긴한 부분을 마치어 일을 완성한다는 비유로 쓰입니다.  출전(出典)이 중국 고사를 담은 <수형기(水衡記)> 라고 하는데, 이 책 자체가 전하지 않습니다.

 

영국의 사회 비평가 존 러스킨(John Ruskin, 1819년~1900년)은 “미술은 인간의 손 · 머리 · 마음이 한 몸을 이룬다.”고 했습니다. 후일 간디, 톨스토이, 버나드 쇼 등은 러스킨을 두고 ‘당대 최고의 사회개혁자’라고 했습니다. 작가들이 늘 생각해야 할 명언입니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장승요의 경지(境地)에 이르기 위해 꾸준히 정진하고 있습니다. 그런 화가 중에 재미(在美 작가 ‘라이언 조’가 있습니다.
라이언 조의 작품

서울 강남구 논현로 ‘언덕(丘) 아래(下)’ 미술관 <갤러리 ‘구하(丘下)’>는 9월 14일(목)에 재미 작가 ‘라이언 조’의 ‘20년만의 최초 초대전’을 오픈합니다. 회화, 미디어 아트, 도예, 팝 아트가 함께 어우러진 이번 특별 초대전은 현재 미국 LA지역에서 왕성힌 활동을 펼치고 있는 라이언 조(힌국명: 조상연, 52)의 다채로운 예술 세계를 보여줍니다. 지난 1997년 도미(渡美) 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에서 초대전을 갖게 되는 라이언 조는 작가 특유의 다양하고 독특한 표현방식으로 인해  미국 현지 미술계에서 크게 주목 받고 있는 화가입니다.

 

박현숙 갤러리'구하’관장일 년 열두 달, 365일, 미술관 문을 열고 있는 갤러리 ‘구하’의 박현숙 관장은 “작가를 작품 성향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그의 전시를 관람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반응은 ‘그룹전’ 같다는 것"이며, "보통 개인전은 작가가 지향하는 형식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는데, 이번 초대전은 조 작가 특유의 다양한 표현 양식을 복합적으로 기획해 폭넓은 미학적 경험과 공감의 교류를 경험할 수 있다."고 기획의 변(辯)을 피력했습니다.
 
설령 ‘화룡점정’ 운운하기에는 거리가 멀지 몰라도, 점(點)을 찍으려는 노력은 분명히 엿보이는 좋은 전시회입니다.

전시기간은 9월 14일(목)부터 10월 15일(일)이며, ‘갤러리 구하’는 서울 깅남구 논현동 12번지(만나빌딩1층/02-3448-5005)에 있습니다.

우리는 유럽을 포함한 세계 각지의 유명 아트 페어에 초대되어 폭넓은 활동을 펼치고 있는 한 화가의 귀국 초대전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용웅 기자 dprk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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