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로 이용웅 칼럼]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과 “평안도 토배기 음식들”

기사입력 2017.09.19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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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魯 李龍雄/ 석좌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선데이뉴스신문/논설고문/한반도문화예술연구소 대표/ [선데이뉴스신문=이용웅 칼럼][자왈 온고이지신 가이위사의(子曰 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 = 선생님 왈(子曰), 옛것(故)을 익히고(溫)는 그래서(而) 새로운 것을 안다면(知新), 스승(師)으로 일할(爲) 수 있(可以) 도다(矣).] 공자는 <논어(論語)>에서 옛날의 일을 익히고 공부한 후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알 수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스승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머지않아 추석(秋夕) 연휴가 시작됩니다. ‘온고이지신’...옛 것, ‘전통(傳統)’이라는 낱말이 떠올랐습니다. ‘전통’이란 역사적 발전의 과정에서 형성된 정신적 경향이나 문화적 유산입니다. 특히 명절에 생각나는 말은 ‘전통음식’입니다. 과거의 한반도에서 ‘남한의 음식’이니 ‘북한의 먹거리’니 하는 것은 없었습니다.

그냥 우리 ‘한민족의 음식’만 존재했을 뿐이었습니다. 문득 ‘토박이’라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토(土)박이’는 옛 것으로, 한자(漢字)로 되지 않은 말입니다. 산(山)의 토박이는 ‘뫼’이고, ‘시나브로’ 등도 우리의 고유어 즉 토박이어(語)입니다. 즉, 우리 한글에서만 만들어진 단어들을 ‘토박이어’라고 하는데, 북한에서 특히 ‘토배기’라는 단어를 많이 씁니다. 

북한의 <조선말대사전>은 “토박이 = 토배기”라 하고, “토배기 ①=본토배기 ②(일부 단어 앞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의 뜻으로 쓰인다. ③(일부 단어 앞에서) <촌의 보잘 것 없는>의 뜻으로 쓰인다. ④옛날부터 일정한 지방에서만 내려오는 고유한 것.”이라고 기술했습니다. 그리고 ‘토박이 어(語)’는 “토박이말. 옛날부터 일정한 지역이나 지방에서만 써내려오던 말”, “토배기 사투리. <사투리>를 달리 이르는 말”이라고 했습니다. 

다음은 북한의 월간잡지 <조선>에 실린 “평안도 토배기음식들”의 전문(全文)입니다. “조선의 서북쪽에 위치한 평안도지방은 벌방과 바다를 낀 해안지대, 산세 험한 산간지대를 이루고있는 자연지리적특성으로부터 낟알과 고기, 물고기, 산나물이 풍부하여 이 지방에는 예로부터 전해오는 민족음식 종류가 많다. 

평안도 토배기음식
★게사니구이(아적): 간장에 조청과 소주를 두고 조청즙을 만들고 간장, 파, 생강, 참기름으로 생강양념장을 만든다음 게사니를 끓는 물에 데쳐서 소금을 뿌리고 물을 바르면서 굽는데 게사니가 절반정도 익으면 조청즙을 발라 굽다가 다 익으면 생강즙을 두어번 바르면서 굽는다. 게사니가 향기롭게 익으면 썰어 접시에 담아 생강양념장과 같이 낸다. 

★찰강냉이떡: 찰강냉이가루에 끓는 연한 소금물을 두고 익반죽하여 찐다음 풀기나게 쳐서 자그마하게 잘라 당콩고물이나 팥고물을 묻혀서 낸다. 

★뱅어탕: 뱅어는 압록강,청천강에서 이른봄에 많이 잡힌다. 남비에 물을 붓고 고추장, 소금, 후추가루를 넣어 끓여서 국물을 만든 다음 돼지고기를 볶다가 미나리를 넣고 국물을 붓고 끓이다가 뱅어를 넣고 한소끔 더 끓이고 다진 마늘, 생강, 실고추, 후추가루를 둔 다음 탕그릇에 담아낸다. 

★올챙이국수: 평안도사람들은 이른 가을 풋강냉이를 가지고 올챙이국수, 올챙이묵을 만들어 시원한 김치 국이나 깨국에 말아 먹었다. 보드랍게 간 풋강냉이를 끓여 작은 구멍이 있는 묵틀에 부어 뽑은것이 국수오리처럼 가늘기 때문에 올챙이국수라고 하는데 평안도지방농촌들에서 7~8월에 별미음식으로 많이 만들어 먹는다. 

이밖에도 뱀장어구이, 메기장졸임, 가막조개전골, 토끼고기밤찜, 정주왕밤태식, 메밀묵, 콩나물김치, 가지김치, 조기구이, 잉어회, 잉어찜을 비롯하여 수백종에 달하는 토배기음식들이 있다.” 

그리고 “평양과 평안도지방의 특산음식”에서는 “조선에는 지방마다 유명한 특산음식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평양과 평안도지방은 자랑할만한 많은 민족음식유산을 가지고있다. 지금까지 전해내려오는 기록들과 현지조사자료에 의하면 특색있는 음식은 수십여종에 달한다.”라고 하고, “평양과 평안도지방의 음식은 오늘까지도 조선인민이 자랑하는 민족음식으로 계승발전되고있다”고 했습니다. 

북한의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가 펴낸 <조선의 민속전통1-식생활풍습>의 “2. 민족음식과 식생활”에서 “(3) 평양과 평안도의 지방음식”을 읽어보면, “평양과 평안도지방의 음식은 맛에서도 지나치게 짜지도 싱겁지도 않고 맵지도 않으므로 누구에게나 구미에 맞는다. 평양과 평안도지방의 음식은 이러한 특성으로 하여 대중용음식으로 널리 일반화될수 있었으며 많은 음식이 우리 인민이 자랑하는 민족음식으로 계승발전될수 있었다.”(114쪽)라고 했습니다. 
김일성 생가(필자) 

지난 9월 15일 오전 북한이 비행거리 3700km의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급 이상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북태평양상에 발사했습니다.

남(南)과 북(北)이 점점 더 멀어지고, 아예 외면하고 있는 듯한 지금, 모든 것 다 제쳐버리고...위의 “평안도 토배기음식들”을 남북한 요리 전문가들이 함께 만들어 한반도의 주민들이 골고루 나눠먹을 수만 있다면...망상(妄想)일까요?

靑魯 李龍雄/ 석좌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선데이뉴스신문/논설고문/
한반도문화예술연구소 대표/

[이용웅 기자 dprk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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