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로 이용웅 칼럼] 2018년 원단(元旦)에 바라본 북한의 ‘단고기’ 음식문화

기사입력 2017.12.3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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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魯 李龍雄/ 석좌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선데이뉴스신문/논설고문/한반도문화예술연구소 소장/ [선데이뉴스신문=이용웅 칼럼]2018년은 60갑자(甲子) 중 무술년(戊戌年)의 해로, '무(戊)'는 음양(陰陽) 중 양(陽)에 해당하고, 오행(五行) 중에는 토(土)에 해당, 무(戊)는 하늘의 에너지로 큰 흙인 산(山)을 의미(意味)하고 또한 무(戊)는 무성(茂盛)하고 번성(繁盛)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술(戌)은 땅의 에너지로 십이지(十二支) 중 개띠를 말합니다. 2018년은 오행의 '청적황백흑'중 바로 황색에 해당, 색깔은 노란 황금색을 나타내는데, 그래서 2018년은 ‘무술년 황금개띠의 해’ 라고 의미의 해석을 합니다. 

개띠는 예전부터 충성심이 강하고 타인에게 헌신적이며 신뢰를 목숨처럼 여기고 한 번 맺은 관계는 끝까지 이어가며, 맡은 임무를 포기(抛棄)하지 않고 끝까지 수행하는 책임감이 많다고들 합니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개띠 중에서도 ‘보신탕’을 즐겨 먹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야생동물 가운데 가장 먼저 가축화된 ‘개’는 한자어로는 견(犬) 이외에 구(狗)·술(戌) 등으로 표기되며, 기(猉)·교(狡) 등은 작은 개를 뜻합니다. 개는 용도에 따라서 사냥용·경주용·투견용·애완용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우리의 옛 선조들은 개 중에서 살이 많아 잡아먹기에 알맞은 개를 식견(食犬) 등으로 불렀습니다.

 어쨌거나 2018년은 개와 개띠가 각광(脚光)을 받는 해입니다. 그래서 과거 우리나라에서도 말썽이 많았던 개고기 음식문화가 현재까지도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북한의 현실을 파헤쳐 보기로 합니다.

 북한에서 ‘단고기’라는 낱말을 처음 수록한 사전(辭典)은 북한의 사회과학출판사가 1992년에 발간한 <조선말대사전(1)> 입니다. 이 사전은 ‘단고기’를 “《료리로 만든 어떤 집짐승의 고기》를 에둘러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했습니다. 여기서 ‘에둘러’는 “짐작하여 알아듣도록 간접적으로 둘러대어”라는 뜻입니다. ‘단고기’는 ‘개고기’입니다. 그런데 이 사전에는 ‘개고기’라는 낱말이 없습니다.
2018연하장
하지만 이 사전보다 먼저 발간된 사전들에는 ‘단고기’는 없고, ‘개고기’ 뿐으로, ‘개고기’를 “① 개의 고기. ② 《성질이 고약하고 막된 사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했습니다. 북한의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가 1994년에 펴낸 <조선의 민속전통 1. 식생활풍습>을 보면, ‘개고기’는 전통적인 민족음식(별 음식; 6월중 음식 ‘단고기국’을 ‘구장’ 또는 ‘보신탕”이라고도 했음. 함경도의 주요 지방음식 ‘개고기국’)이라고 되어 있고, 대표적인 ‘조선음식’으로 ‘단고기국’을 꼽았습니다. 평양단고기집

 북한의 ‘조선료리협회’가 1996년에 펴낸 <조선료리전집(4)>(식사료리)를 보면, 개고기 음식으로 ‘개갈비찜, 단고기매운찜, 개위쌈, 단고기보쌈, 개다리찜, 단고기찜, 개내포복음, 개내포백숙, 개순대와 단고기국’이 수록되어 있고, <조선료리전집(2)>(민족전통료리)에는 ‘단고기국(구장), 개순대, 단고기보쌈편육, 단고기산적, 단고기찜(구증), 단고기장찜(구장증)’가 있습니다. 이들 음식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단고기 ‘료리’는 ‘단고기국’입니다.

 ‘민족전통료리 단고기국’의 조리 방법은 “단고기는 큰 토막으로 잘라 가마에 안치고 물을 부어 끓인다. 처음에는 불을 세게 하였다가 끓기 시작하면 거품을 걷어내고 약한 불에서 끓이면서 차조기 잎(또는 방아풀)을 넣어 비린내를 없앤다...”이고, ‘식사료리 단고기국’ 조리 방법은 “단고기는 삶아 찢은 다음 다진 파와 마늘, 소금을 두고 무친다...고기와 국물을 그릇에 담고 단고기 양념즙, 잘게 썬 부추, 고수, 방아풀, 다진 파와 마늘, 닦은 들깨와 같이 낸다.”고 했습니다. 위의 두 조리 방법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식사 료리 단고기국’은 현대 생활에 맞게 개선한 것입니다.

 북한 ‘단고기국’에 들어가는 향료(香料)를 살펴보기로 합니다. 중국이 원산지인 ‘차조기’는 “통화식물 꿀풀과 한해살이풀”로 ‘차즈기, 소엽(蘇葉)’이라고도 하며, 잎은 정신 불안, 발한, 진해, 진정, 진통, 이뇨 등의 한방약이나 생선과 게의 중독에 해독약으로 쓰입니다. 원산지가 동유럽인 ‘고수’는 “산형화목 산형과의 쌍떡잎식물”로 어린잎이 향료로 쓰이는 한해살이풀 입니다. 한국과 일본이 원산지인 ‘방아풀’은 “통화식물목 광대나무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복통과 설사 등에 쓰이며, 경상남도 지방에서는 추어탕 등에 가미하는 향미료로 유명합니다.

 ‘단고기국’은 북한 김 정일 국방위원장의 식사 차림표에도 올라 있었습니다. 그의 전속 요리사였던 후지모토 겐지가 <김정일의 요리사>에서 밝혔습니다. 2004년 11월 1일 <조선중앙방송>은 중국의 각 언론사들이 신화사 런리보(人力波) 평양 특파원의 “역사가 오랜 조선식당의 운영 비결”이라는 글을 앞 다투어 보도했다고 전했습니다.
평양단고기집

 그 내용은 “1960년 6월 동평양에서 작은 식당으로 영업을 시작한 ‘평양단고기집’이 훌륭한 료리와 엄격한 관리로 조선의 음식문화를 떨치고 있다. 처음에 ‘신흥단고기집’이었던 이 식당이 자랑하는 단고기 메뉴 수십종 가운데 척골(척수)찜과 단고기 갈비찜, 단고기 세겹살볶음 이야말로 이 세상 요리의 진미(眞味)이다. 이 식당은 1990년대 평양시 락랑구역 통일거리로 자리를 옮긴 후 명성이 더욱 높아져 평양시 음식 봉사업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이 식당의 지배인은 인터뷰에서 “민족 전통을 고수하고 민족료리를 발전시키는 것은 우리의 모든 사업의 기초이며 조선의 훌륭한 민족음식은 세계의 것이기도 하다.” 등 입니다.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기관지’인 <로동신문>의 기사, “민족의 자랑 – 조선민속”을 보면, ‘조선 숟가락’은 “단결과 포옹, 단결을 지향하는 우리 민족의 우수한 민족성이 반영되여 있다.”고 하기도 하고, ‘여름철 영양음식’으로 ‘단고기’ 를 내세우며 자랑을 했습니다. 북한에선 개고기 음식이 훌륭한 전통 음식입니다. 북한의 전통 음식문화 계승을 ‘단고기 료리’를 통해서 알아본다는 말의 참 뜻은 ‘주체사상’을 배제하고, 남한과 북한이 문화 교류를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용웅 기자 dprk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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