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 칼럼]역사 뒤집기 국론분열

기사입력 2018.01.18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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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택 총재 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칭찬합시다운동본부[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조선 22대 임금 정조는 임진왜란의 영웅 이순신에게 영의정을 추증하고, 직접 지은 신토비를 묘소에 세워줬다.

문집인 ‘이충무공전서’ 편찬도 이끌었다. 왕이 나서서 신하의 개인 문집을 만든 전례가 없기에 신하들 반대가 많았다. 정조는 “이순신과 같은 신하가 100명 있다면 100명 모두에게 문집을 만들어주겠다”며 묵살했다. 충남 아산에 이순신을 모신 사당이 들어선 것은 그보다 앞서 숙종 때인 1706년이었다.

이듬해 숙종이 현충사 헌판을 내려줬다. 일제 침략기 단재 신채호가 ‘조선 제일 위인 이순신전’을 대한매일신보에 연재했고, 박은식이 1915년 중국 상하이에서 ‘이순신전’을 발표했다. 1932년 현충사를 중건했지만 해방과 6·25를 거치면서 자취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파괴됐다. 1966년 3월 박정희 대통령이 현충사 성역화를 지시했다.

국가 근대화를 뒷받침할 국민적 정신 에너지가 필요했던 박 대통령은 이를 충무공에게서 찾았다. 그는 “이 사업은 공장 몇 십 개를 짓는 것보다 중요한 민족적 의미를 갖는 것”이라고 했다. 정원 미화는 산림청에, 도로 확장공사는 육군 공병감실에 맡겼다. 박정희는 준공을 앞두고 넉 달 동안 네 번이나 현장을 찾을 정도로 애정을 쏟았다. 1969년 현충사는 충무공유물전시관과 이순신이 자란 옛집 활터를 갖춘 47㎡짜리 반듯한 유적(사적 155호)으로 다시 태어났다.

박 대통령은 한글로 직접 쓴 현충사 현판을 새로 지은 전각에 걸었다. 이 현판의 보존·철거 문제를 놓고 충무공 후손들이 대립하고 있다고 한다. 이순신 가문 15대 맏며느리 최순선(62)씨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현판을 내리고 숙종 현판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다. 하지만 덕수이씨 충무공파 종회는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현판을 독단적 판단으로 바꾸면 안 된다”고 반대한다. 최씨가 박 대통령 현판 철거를 요구하는 배경이 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분면한 것은 박정희가 없었으면 오늘날의 현충사는 없다는 점이다. 한 인터넷 매체는 “현충사 속 박정희 적폐 없애라”며 최씨를 거들고 나섰다.
 
작년 10월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도 여당 의원이 박정희 대통령 현판이 적폐라며 “적폐 청산하라고 청장 만들어 드린 거 아닙니까”라고 문화재청장을 몰아붙여 논란이 됐다. 박정희 시대는 공과도 있고 과오도 있으며 그 자체가 하나의 역사다. 이런 식으로 박정희를 모조리 지우고 뭘 남기려는 건지 알 수 없다.

박정희·김활란·김성수 등 근현대 역사적 인물의 동상을 두고 사회적 논란이 거세다. 친일 행위 등을 문제 삼아 건립에 반대하고 철거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사회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동상 논란’은 식민지 상황에서 근대화를 이루고, 단기간 산업화를 달성해야 했던 역사적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이들의 공과를 함께 평가하지 못해 벌어지는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김활란 동산 앞에 ‘이화는 친일파 김활란의 동상이 부끄럽습니다’라는 팻말이 꽃혀있다. 이대 학생들로 구성된 ‘친일 청산 프로젝트 기획단’이 세운 것이다. 팻말에는 ‘김활란이 여성과 학생들을 전쟁으로 내몰아 일제의 식민통치를 적극 옹호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김활란(1899~1970년)은 이 학교 초대 총장을 지냈다.

일제 강점기 때 좌우 합작 항일단체인 근우회에 참여하고 문맹 퇴치·여성 계몽 운동을 펼쳤다. 이런 내용은 팻말에 담겨있지 않다. 이대 측은 기획단에 “팻말에 공·과를 같이 담자”고 했지만, 학생들은 “취지에 어긋난다”며 거절했다. 친일 논란이 있는 인물의 동상 철거요구는 이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적폐 청산’과 맞물리며 거세지는 양상이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본관 앞 인촌 김성수 동상 철거를 요구했다. “친일반민족행위자로 확정된 인물의 동상을 학교에 계속 두고 있는 게 맞는지 재검토해야 한다”고도 했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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