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 칼럼]‘교육은 국가 미래다.’

기사입력 2018.01.22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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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택 총재 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칭찬합시다운동본부[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1972년 말 박정희 대통령은 문교부에 극비 지시를 내린다. “어린 중학생을 고교 입시에서 해방시키는 제도를 만들라.” 몇 달 만에 고교 평준화 정책이 발표됐다. 고교 입시를 없애고 뺑뺑이로 학교를 배정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이 정책으로 중3 병을 예방하고 교육 정상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지역마다 달랐지만 서울·부산에선 첫 대상이 1958년생이었다. 학생들은 편해졌지만 부작용도 있었다.

학교 선택권을 빼앗고 수월성 교육을 막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대로 두면 안 된다고 나선 사람은 김대중 대통령이다. 평준화 이후 30년이 지난 때였다. 사립형 사립고 6개를 지정했다. 정부 지원을 끊는 대신 학교 자율로 가르치게 했다. 이명박 정부는 이를 43곳으로 늘렸다. 무학년제, 교과교실제, 학생 선택 수업 등 다양한 교육 실험이 이들 학교에서 시작됐다. 사회학자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박정희 시대 연구서를 여러 권 냈다.

그는 박정희 정부가 잘한 일로 평준화·그린벨트·건강보험 세 가지를 꼽는다. 지난 선거에서 그를 포함한 진보·좌파 쪽 캐치프레이즈가 ‘제2의 평준화’였다. 이를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받았다. 얼마 전 정부는 자사고·외고에 지원했다 떨어지면 정원이 안 채워진 일반고에 강제 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자원하지 말라는 얘기다.

자사고 교장과 학부모들이 모임을 갖고 정부를 성토하고 나섰다. 어느 학부모가 “이 정부 높은 분들 자녀는 특목고 졸업하고 해외 유학 있는데, 보통 사람들은 그러면 안 되느냐”고 했다. 조희연·정민재·장휘국 교육감, 곽노현 전 교육감, 조국 민정수석,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들에게 왜 그 학교에 보냈느냐고 물으면 “아이 뜻이 그래서 할 수 없이” “보내 보니 문제 많더라”고 한다. 뭐라고 울려대든 자기 아이는 보내놓고 남의 아이는 못 가게 하는 ‘내로남불’이다. ‘수학의 정석’ 저자 홍성대 이사장은 자신이 세운 자사고인 상산고에 지난 14년간 440억원을 출연했다. 그는 “김대중 정부 땐 제발 자사고 신청하라고 하더니 뿌리가 같은 정부에서 정반대 압박을 한다”고 했다.
 
이 정부는 자사고·특목고 때문에 일반고가 황폐화됐다고 진단한다. 자사고는 학비가 비싸 ‘귀족 학교’라는 비판도 있다. 그런 지적에 귀담을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학교는 맘에 들면 놔두고 아니면 버리는 주머니 속 물건이 아니다. 교육만큼은 길게 보며 가자고 해놓고 더 정치적으로 휘두른다.

자사고는 일반 사립고와 달리 정부 재정 보조를 한 푼 도 받지 않기 때문에 미달 사태는 감당하기 힘든 재정 부담으로 이어진다. 홍 이사장은 학생 우선 모집이 가능하다는 조건을 믿고 15년 간 성산고를 운영해왔다. 이제 와서 정부가 우선 선발권을 박탈하는 것은 신뢰보호의 원칙을 위반할 소지가 크다.

자사고에 지원해 떨어진 학생들은 선호가 떨어지는 정원 미달 일반고에 강제 배정된다. 이는 자사고 지원 학생들의 일반고 선택권까지 뺏는 것으로 자사고 지원을 주저하게 만드는 결정적 원인이 될 수 있다.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하는 데 백년대계는커녕 이십년 계획도 못 된다면 앞으로 어떤 사학이 인재를 키우겠다고 돈을 내놓겠나! 홍 이사장은 기자들에게 “이런 식으로 자사고를 죽이면 결국엔 학교의 힘이 아니라 사교육의 힘으로 형성된 ‘8학군’ 등이 다시 활개를 치게 될 것이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자사고 등이 존립 위기에 처해 문을 닫으면 자녀를 외국에 보내 교육시킬 수 있는 소수의 상류층에게만 수월성 교육을 받을 기회가 주어진다. 자사고 등의 수월성 교육 기능을 학원이 대신하면서 사교육이 더 번창할 수도 있다. 수월성 교육이냐, 평등한 교육이냐는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자사고 등의 존립 기반을 마련해 주면서 일반고의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더 나은 방안을 궁리해야 한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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