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로 이용웅 칼럼] 북한의 백두산밀영고향집과 “민족 최대의 명절(名節)”

기사입력 2018.02.11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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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魯 李龍雄/ 석좌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선데이뉴스신문/논설고문/한반도문화예술연구소 소장/[선데이뉴스신문=이용웅 칼럼]북한 <로동신문>(2018년 2월 2일)은 기사 “전국청년동맹일군들의 백두산밀영고향집에로의 답사행군대 혜산 출발”에서 “민족 최대의 명절인 광명성절을 맞으며 전국청년동맹일군들의 백두산밀영고향집에로의 답사행군이 시작되였다. 출발모임이 1일 혜산시에 높이 모신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와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의 동상 앞 교양마당에서 시작되였다...김정일 동지의 탄생 76돐을 맞으며...최고령도자 동지를 정치 사상적으로, 결사옹위하는 김정은 제일결사대로 준비해 나갈데 대하여 강조하였다,”고 기술했습니다. 

위 기사에는 독재자 3대(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이름이 등장하고, 1954년 10월 새로 생긴 량강도(兩江道)의 도(道) 소재지인 혜산시(惠山市)에서 행군이 시작된다고 했습니다. 량강도에는 김일성 직계의 이름을 딴 김정숙(김일성 부인)군(郡), 김형권(김일성 숙부)군, 김형직(김일성 부)군, 김정숙사범대학 등이 있고, 양강(兩江)인 두만강과 압록강을 경계로 중국에 접해 있으며, 백두산(白頭山)이 이 도(道)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리고 심지연군(三池淵郡) 백두산밀영노동자(區)와 신무성노동자구(區) 지역에 ‘백두산혁명전적지특별보호구’가 있는데, ‘백두산밀영고향집’이 이곳에 있습니다. 

북한은 김일성 부부(夫婦)가 백두산 밀영(白頭山 密營)에서 생활하며 항일 운동을 하던 도중에 김정일을 출산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백두산 밀영을 성역화하여 생가를 복원한 뒤에 백두산밀영고향집이라고 부르고, 1988년 백두산 밀영이 소재한 소백산로동자구를 백두산밀영로동자구로 고쳤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김정일 생일을 전후해서 전국의 청소년들로 하여금 행군하게 했습니다. 칼럼 서두(序頭)의 답사행군이 그 예(例)입니다.
광명성절-탄샐 74돐경축중앙보고대회(2016.2.15)

“아득한 밀림은 눈에 덮이여 / 하늘 땅 저 끝까지 눈부신 광야 / 아 하얀 눈 속에 / 봄빛을 안은 고향집이여 / 아 김정일동지 / 세기를 밝힌 고향집이여” - 북한 시인 오영재가 쓴 “흰눈 덮인 고향집” 입니다. 북한 땅에서 ‘고향집’에서 살아본 사람이 어디 김정일 뿐이겠습니까? 물론 북한의 <조선말대사전>도 “고향집”을 “(나서 자란) 고향의 집. <고향의 집>을 정답게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했습니다. 하지만 <흰눈 덮인 고향집>을 보면 <고향집>은 분명 김정일과 함께 하는 수식어입니다. 

출생지(소련 땅, 백두산밀영)와 출생년도(1941년 생, 42년 2월 16일 생)가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김정일, 그에 대한 미화(美化)와 ‘선전선동’이 그의 생일인 2월 16일 앞에서 계속되어 왔습니다. 북한의 <조선중앙방송>은 “백두산 밀영에 버들꽃이 피어”났다며 “참관자들은 자연도 절세의 위인의 탄생을 못잊어 꽃을 피웠다고 놀라움을 금치 못해하고 있다”고 했고, “백두산밀영”이 그의 생가(生家)임을 강조했습니다. 
로동신문-2018.2.2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 16경축 영화상영순간이 개막되였다. 영화상영순간에 평양시와 각지 영화관, 문화회관들에서는 경애하는 김정일장군님의 불멸의 령도업적과 부강조국건설에서 발휘되고있는 조선군대와 인민의 불굴의 정신력을 감명깊게 보여주는 영화들을 상영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또 <조선중앙통신>은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의 탄생일에 즈음하여 2. 16경축 중앙미술전시회가 개막되였다. 전시회장에는 백두산3대장군의 혁명업적과 위인적풍모를 보여주는 미술작품들을 비롯하여 70여점의 국보적 작품들이 전시되였다. 조선화 《조국해방을 앞둔 2월의 명절》, 《조국에로》는 백두광명성을 안아올리시여 조선민족이 대를 이어 수령복, 장군복을 누리도록 하여주신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와 항일의 녀성영웅 김정숙동지의 불멸의 업적을 전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로동신문>은 “백두산밀영 고향집 찬가”에서 “고향집! 그 이름만 불러보아도 서리꽃정서가 그윽하게 풍기는 정다운 귀틀집이 밀림 속에 서있다. 눈앞에 그려보기만 해도 이깔숲에 서리꽃이 반짝이여도 들창가에 봄빛이 따스하다고 노래 절로 흘러나오는 밀영의 고향집, 고난의 천만언덕을 넘어 번영의 높은 령마루에 올라설수록 더욱더 뜨겁게 불러보는 우리의 고향집이여, 눈보라 수천 리 아무리 멀다 해도 한달음에 가고 싶은 백두의 고향집이여,” 라고 했습니다. 
북한-가요-악보-빛나라-정일봉

북한 시인 리영백은 “백두밀영고향집에 눈이 내리네 / 송이송이 속삭이며 정답게 내리네 / 향도성 솟아 오른 그날을 못잊어 / 흰 눈송이 내려 앉네 귀틀집 지붕 우에 // 백두밀영고향집에 눈이 내리네 / 송이송이 4기쁨 안고 포근히 내리네”라고 읊었습니다. 북한 시인 이정술은 가요 “빛나라 정일봉”의 노랫말에서 “그 언제나 보고 싶어 찾는 곳, 백두밀영고향집을 소중히도 품에 안고 서 있는 영광 넘친 산봉우리여! 아! 정일봉”이라고 했습니다. 

<조선의 민속전통(5)>은 “우리 인민은 무엇보다도 민족의 태양이시며 전설적 영웅이신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탄생하신 4월 15일과 주체위업의 계승자이시며 우리 인민의 친애하는 지도자이신 김정일 동지께서 탄생하신 2월 16일을 민족 최대의 경사의 날로, 민족적 명절로 성대히 맞고 있다. 오늘 이 두 명절은 국제적인 성격을 띠고 세계 수많은 나라들의 공동의 명절로 쇠고 있다.”고 기술했습니다.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백두산밀영고향집에로의 행군, 생일을 빌미로 벌리는 김일성 3대의 우상화 잔치, 봇물 터지듯 창작되는 예술작품과 문학작품들! 그리고 지난 2월 1일 개막된 “광명성절 경축 백두산상체육경기대회:”(<로동신문>) 등 행사들...이런 것들이 죽은 한 인간을 추모하기 위한 것이라니! 유구무언(有口無言)입니다. 

“암흑 속에서 영원한 잠을 자며 누워있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죽음의 여행”을 하는 인간에게 ‘민족 최대의 명절’이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일까요? 2018년 2월 16일은 한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입니다. 이날은 남과 북의 우리 겨레, 한겨레가 즐기는 축제의 날인데, 하필 김정일의 생일과 같다니...물론 북측 권력자들에게는 경축일이겠지만 아사지경(餓死之境)의 일부 북한 주민들에게는 저주의 날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2월 16일이 그들에게 실컷 먹고 즐기는 날이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이용웅 기자 dprk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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